은행권 출자 한도 늘리고 세컨더리 펀드 확대…복수의결권도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오른쪽)과 김주현 금융위원회 위원장이 2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혁신 벤처·스타트업 자금지원 및 경쟁력 강화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오른쪽)과 김주현 금융위원회 위원장이 2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혁신 벤처·스타트업 자금지원 및 경쟁력 강화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글로벌 투자 한파가 몰아치면서 올해 1분기 벤처‧스타트업 투자가 60% 이상 급감했다. 이에 정부는 10조원 이상의 자금을 추가 공급해 초기·중기·후기 벤처 기업을 맞춤 지원하고, 규제를 개선해 은행권과 벤처 캐피탈의 투자를 이끌어내겠단 대응책을 긴급히 발표했다.

20일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벤처‧스타트업 투자금액은 8815억원에 불과해 지난해 동기보다 60.3% 급락했다. 지난해부터 실물 경기 둔화가 계속됐고, 금리가 치솟으면서 자금조달 부담도 커진데다 미국의 SVB 파산으로 글로벌 금융시장이 불안해진 영향이다.

1분기 벤처펀드 결성금액 또한 5696억원에 그쳐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78.6%나 감소했다. 출자자 구성을 살피면 정책금융과 민간부문 모두 전년동기대비 출자 규모가 줄어들었으나 민간부문이 상대적으로 더 많이 감소했다.

이와 같이 심각한 벤처투자 위축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금융위원회와 중기부는 이날 국무총리 주재 국정현안관계장관회의에서 '혁신 벤처·스타트업 자금지원 및 경쟁력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먼저 벤처·스타트업 업계에 정책금융(보증·융자) 2조2000억원, 정책 펀드 3조6000억원, 연구개발(R&D) 4조7000억원 등 총 10조5000억원을 추가 지원한다. 이는 정부가 지난 1월 벤처 기업에 29조7000억원의 정책자금을 신규 투입하겠다고 발표한 데 이어 3개월 만에 추가로 나온 대책이다.

특히 기업 성장단계별로 필요한 자금 수요를 '맞춤형'으로 지원하는 것에 중점을 뒀다. 창업 3년 이내의 초기기업은 성장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3~7년된 중기 성장 기업은 후속 투자에, 7년 이후의 후기 성장 기업은 상장과 인수·합병(M&A)을 통한 자금 회수가 어려운 것 등 기업 단계 애로 사항이 다르기 때문이다.

창업 초기 성장 단계 회사에는 기술보증기금과 신용보증기금이 총 1조2000억원의 보증을 추가 공급하기로 했다. 또 투자 소외 영역인 엔젤투자 및 지방 혁신기업에 대한 보증기관 투자를 600억원 확대하고, 기업은행이 자회사를 통해 스타트업 투자를 지원하는 1000억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한다. 12개 국가전략기술 관련 연구개발에도 올해 4조7000억원을 투입한다

후속 투자를 받지 못해 고민하는 창업 중기 성장 단계 회사를 위해서는 정책금융 3500억원을 추가 공급한다. 세컨더리 펀드(벤처펀드가 투자한 주식을 매입해 수익을 올리는 펀드로 기존 만기 도래 펀드의 회수를 돕는 수단) 또한 조성 규모를 기존 5000억원에서 1조5000억원으로 대폭 늘리고, 매출채권 안전망 강화를 위한 5700억원을 따로 투입한다.

끝으로 후기 성장 단계 회사의 해외 진출과 M&A 지원을 위해 산업은행은 3척억원 규모의 '글로벌 진출 지원 펀드'(가칭)를 신규 조성하고 한국벤처투자는 해외 정책금융기관과 공동으로 출자하는 펀드를 확대하기로 했다. 기업은행도 소규모 M&A 활성화를 위해 1000억원 규모의 특별 대출 프로그램을 마련한다.

정부는 정책자금 투입 뿐만 아니라 과감한 규제 개선을 단행해 은행권 및 기업형 벤처캐피탈(CVC)의 투자 활성화도 유도할 계회이다.

이를 위해 은행의 벤처펀드 출자 한도를 2배(자기자본의 0.5→1%) 확대한다. 민간 벤처 모펀드 활성화를 위해 주요 출자자인 법인의 출자 세액공제를 신설한다. CVC가 국내 창업기업의 해외 자회사를 대상으로 투자할 경우 국내 기업 대상 투자로 간주하도록 규제를 완화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또 M&A 목적 펀드의 신주 투자 의무(현재 40% 이상)를 폐지하고, 상장사 투자 규제(현재 최대 20%)도 삭제하기로 했다.

벤처 기업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제도 개선도 같이 추진된다. 먼저 벤처기업이 다양한 외부 전문가를 활용해 성장할 수 있도록 벤처기업법 시행령을 개정해 주식매수선택권(스톡옵션) 부여 대상을 변호사 등 전문자격증 보유자에서 학위 보유자와 경력자까지 확대한다.

또 벤처기업 및 창업주의 지분 희석 우려 없이 대규모 투자 유치를 통해 성장할 수 있도록 주당 10주 한도의 제한적 복수의결권을 조속히 도입하기로 했다. 복수의결권은 벤처 업계의 ‘숙원’이라고 불릴 정도로 요청이 잦았지만, 비상장 벤처기업 창업자에게 복수의결권 주식발행을 허용하는 내용이 담긴 벤처기업법 개정안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1년 넘게 계류하고 있다.

아울러 벤처기업 확인 시 바이오, 정보통신(IT) 등 업종별로 특성을 반영할 수 있도록 평가지표를 고도화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2027년으로 예정된 벤처기업법의 일몰을 폐지해 상시법 체계에서 안정적으로 벤처기업의 성장을 지원하기로 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여러 차례 현장의 어려움을 직접 접한 만큼 속도감 있게 자금을 집행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영 중기부 장관 또한 "민간 벤처 모펀드 결성 지원, 글로벌 혁신특구 조성, 스마트 제조 혁신 고도화 추진, 스타트업 코리아 종합대책 등 추가적인 지원 대책도 차질 없이 준비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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