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종호 한국강소기업협회 상임부회장·경영학박사
나종호 한국강소기업협회 상임부회장·경영학박사

홈쇼핑에서 수입 비누를 '팩처럼 쓰는 비누'로 소구했으나 판매가 저조했다. 그래서 '비누처럼 쓰는 팩'으로 바꾸자 누적매출 1000억의 대박 상품이 됐다. 이유가 무엇일까?

'비누처럼 쓰는 팩'은 팩이 싸다는 느낌과 팩을 매일 비누처럼 쓴다는 편익이 느껴진다. '팩처럼 쓰는 비누'는 비누가 너무 비싼 느낌, "비누를 어떻게 팩처럼 쓰지?" 하는 의문이 들게 한다. 결국 똑같은 상품인데도 더 좋아 보이게 컨셉문안을 만들어 성공했다.

이처럼 고객은 ‘좋은 상품’을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좋아 보이는 상품’을 구매한다. 좋아 보이게 하는 것이 바로 컨셉, 포장, 디자인 등이다. 신상품이 출시되면 고객은 그 상품을 써보고서 사는 게 아니고, 컨셉, 포장, 디자인 등을 보고서 좋아보이면 구입한다.

신상품을 출시하고서 초기 구매를 유도하는 게 중요하고, 초기 구매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그 신상품은 결국 시장에서 사라지게 되기 때문에 컨셉, 포장, 디자인처럼 좋아보이게 하는 구매요소가 아주 중요하다.

특히, 컨셉은 그 상품을 구입해야 하는 이유이고, 고객의 미충족 욕구를 해결해주는 편익(Benefit)이다. 그 편익이 차별성이 있고, 고객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편익이면 그 신상품은 성공 가능성이 아주 높다.

컨셉이 명확하지 않고 타켓의 범위가 넓으면 비용을 많이 쓰고도 포지셔닝이 잘 되지 않는다. 목표타켓의 범위가 넓다고해서 결코 판매가 많이 되는 것이 아니다. 목표타켓 범위가 넓다는 것은 그 제품이 특징이 없다는 것이기 때문에 실패할 확률이 높아진다. 마찬가지로 판매채널도 너무 확산하면 판관비 부담이 커져 수익성이 나빠진다.

신상품을 좋아 보이게 하는 것은 컨셉 외에도 소비자 인식에 영향을 주는 상품 외형, 디자인, 포장, 원산지, 브랜드명, 가격 등의 품질단서다. 이러한 품질단서도 상품을 실제 사용해보기전에 그 상품을 좋아 보이게 하는 아주 중요한 요소가 된다. 예를들어 식재료 사진같은 품질단서를 매장에 부착하면 소비자에게 신뢰감을 줄 수 있고, 원산지를 표기해도 더 신뢰감을 줄 수 있다. '고추장'하는 것보다 '순창 고추장'하면 더 신뢰감을 줄 수 있는 것이다.

고객은 상품을 먼저 써보고 사는 게 아니고, 그냥 좋아 보이는 상품을 구매한다. 따라서 좋아보이도록 그 상품을 사야하는 이유를 간결하게 한마디로 잘 표기하고, 디자인을 컨셉, 타켓과 일관성 있게 표현해야 한다. 마케팅에서 일관성을 지키는 것은 가장 중요한 원칙 중의 하나다.

얼마전 어느 중견기업 본사를 방문했는데, 1층에 진열장이 놓여져 있고, 거기에는 20여가지의 음료 제품들이 진열되어 있었다. 이 음료 제품들은 모두 이 회사의 제품들이었지만 생산은 각각 다른 OEM 공장에서 만들고 있었다. 그래서 그런지 각 제품들의 디자인이 서로 다른 여러 개 회사들의 제품을 모아놓은 것처럼 일관성이 없고, 통일된 아이덴티티(Identity)가 없었다.

중소기업은 광고비를 많이 사용하기 어렵기 때문에 상품 포장 그 자체가 하나의 광고수단이 되도록 만들어야 한다. 하지만 품질이 좋은 상품임에도 표기된 컨셉문안이 불명확하고, 디자인도 컨셉과 일관성이 없으면서 너무 많은 요소들을 전달하려고 하면 디자인도 싸구려 느낌이 나서 판매가 잘 안되는 경우를 많이 보게 된다.

특히, 엔지니어출신 경영자분은 기술에 대한 자부심이 강해서 기술, 품질만 좋으면 무조건 성공한다고 보고, 이런 표기 문안도 소비자 언어가 아닌 기술적 관점에서만 접근하려는 경우가 많다. "가장 의리가 없는 게 고객이다"라는 말도 있다. 시장에 수없이 많은 제품들이 나와 있는데, 고객은 이런 제품들에 표기된 어려운 문안까지 다 기억해주지 않는다.

 

사단법인 한국강소기업협회 나종호 상임부회장(경영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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