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종 이노비즈정책연구원장
김세종 이노비즈정책연구원장

필자가 근무하는 판교에서 광역버스를 이용해서 서울로 가려면 이태원 외곽을 거쳐야 한다. 과거에는 평범한 일상이었지만 최근에는 이태원 근처 가게의 모습들이 남다르게 다가오곤 한다. 이태원 참사가 일어난 지 200일이 흘러갔지만 한번 무너진 이태원 상권은 좀처럼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고 들었다. 희생자에 대한 애도의 마음을 표하는 것은 아무리 해도 지나침이 없지만 그래도 그곳에 터를 잡아 생계를 유지해야 하는 지역 소상공인에게는 참으로 견디기 어려운 시절임에는 틀림이 없다.

이태원 상권은 참사 이후 방문객이 뜸하면서 지역 소상공인이 어려움을 겪었지만, 이제는 점차 회복세를 보인다는 것이 현지 상인이나 관련자의 전언이다. 2022년 10월 참사 이후 이태원 상권은 심각한 침체를 겪었다. 매출액과 방문객이 예년과 비교해서 10% 수준으로 감소하였으며 그 여파로 가게를 내놓는 점포가 대폭 증가하였다. 비교적 사람의 왕래가 잦았던 대로변의 가게들마저 문을 닫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상권 자체가 위축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2023년 1분기 이태원 소규모 상가 공실률은 11.4%로, 2022년 4분기 4.4%에 비해 3배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서울 평균 공실률 6.2%에 비해 2배 정도 높은 수치이다. 코로나19 엔데믹을 계기로 그동안 침체에 빠졌던 명동, 홍대 주변 등 서울 주요 상권이 차츰 활력을 되찾고 있는 상황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라 할 수 있다. 이태원 참사 이후 이태원을 찾는 사람이 감소하면서 가게들이 문을 닫고, 그로 인해 다시 사람들이 줄어드는 악순환의 고리가 결과적으로 이태원 상권의 침체를 가져온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비관적인 소식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이태원관광특구연합회 자체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 4월 기준 이태원 상권 매출과 방문객 규모는 참사 이전의 30~40% 수준으로 회복된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벤처기업부를 중심으로 피해지역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을 지원하기 위한 맞춤형 정책을 추진하고 있으며 서울시와 용산구 역시 피해극복을 위한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무엇보다 이태원 상인들이 상권을 되살리기 위한 눈물겨운 노력을 하고 있으며 여기에 시민들의 방문이 늘어나면서 점차 예전의 모습을 찾아가고 있다.

그동안 중소벤처기업부는 장관주재 이태원 상인간담회 개최, 원스톱지원센터 설치 및 운영, 관계부처 합동회의 등을 통해 해당 지역 소상공인의 어려운 점을 청취하고 해결 방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해 왔다. 또한 자금난을 겪고 있는 이태원 소상공인을 위해 재해 중소기업(소상공인) 특례보증, 이태원 상권 회복자금, 긴급 중소기업 육성자금 등을 서울시, 용산구와 공동으로 지원하였다. 2023년 1월 16일 용산구청에 ‘이태원 상권 원스톱지원센터’를 개설하고 운영상황을 수시로 점검하여 이태원 지역 소상공인을 위한 밀착지원을 강화하였다.

이러한 정부 차원의 지원과 더불어 동반성장위원회, 로컬 크리에이터, 인플루언셔협회, 이태원 관광특구협회, 소상공인 등이 참여하는 이태원 상권 활력 회복 프로젝트 추진을 위한 협의체가 구성되었다. 이를 계기로 3월 중순 이태원 현지 식당에서 중기부 장관이 참석한 현장간담회를 개최하고 협의체 참여기관 및 상인회, 배달플랫폼 기업, 온라인 커머스 기업 등 민간이 주축이 되어 이태원 상권 회복을 위한 ‘헤이 이태원(HEY, ITAEWON)’ 프로젝트를 추진하기로 하였다. 지난 4월 8일과 9일 양일간 이태원 세계음식거리에서 ‘헤이 이태원(HEY, ITAEWON)’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그림과 사진 전시회가 열렸다. 이날 행사에는 유명 연예인들도 참여해서 의미를 더했으며 청년 상인의 팝업스토어, 와인 장터 등 다양한 부대 행사도 함께 진행되었다. 이와 함께 5월 1일부터 28일까지 열리는 2023 동행 축제 기간에도 이태원 활력 회복을 위한 프로젝트는 열리고 있다.

이태원 상권이 최악의 상황은 벗어나고 있지만, 여전히 이태원 방문을 꺼리는 정서도 남아있다고 한다. 정부와 지자체의 지원과 상인들의 노력만으로 상권이 활성화되기에는 한계가 있다. 이제는 시민들이 나서 줄 차례다. 참사 희생자들에 대한 연민의 마음을 잠시 접어두고 친구와 가족, 연인들이 이태원을 방문해 보면 어떨까. 이태원 인근 직장인들은 회식을 이태원 식당에서 하는 것만으로도 상인들에게는 큰 힘이 될 것이다. 필자부터 직원들과 함께 이태원을 방문해서 회식 인증샷을 공개할까 한다.

이노비즈정책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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