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필자는 가전회사 부사장으로 근무한 적이 있었다. 이 회사에 처음 입사한 날, 물류창고부터 둘러보았다. 어느 회사든 재고 상태를 점검해보면 그 회사의 문제점을 어렵지 않게 파악할 수 있다. 창고에는 화장품 재고가 잔뜩 쌓여 있었다. 필자가 입사하기 전에 화장품 사업을 새롭게 시작했는데, 판매가 되지 않아 그대로 남아있는 재고였다.

왜 판매가 되지 않았을까? 화장품 사업을 위해 새로 채용한 경력직원들이 전 직장에서 개발 경험이 있는 잔주름, 미백 등의 화장품을 여기서도 똑같이 개발해서 전혀 인지도가 없는 가전회사 브랜드를 붙여 판매하니 팔리지 않는게 당연했다.

"같은 일을 되풀이 하면서 다른 결과가 나오기를 기대하는 것처럼 어리석은 일은 없다" 아인슈타인의 이 명언은 어떤 일을 남들이 하던대로 습관적으로 반복해서 하게 되면 발전이 없다는 의미이다. 즉, 비즈니스 성공 비결은 남과 다르게 하는 것이다

가전회사는 가전기기 기술을 갖고 있다는게 기존의 화장품회사들과는 다른 점이다. 그래서 일반 화장품이 아니라 기기기술을 접목한  화장품을 개발하도록 했다. 하지만 기존의 화장품 회사에서 채용한 경력직원들은 대부분 대학, 대학원에서 화학이나 생물학을 전공한 사람들이어서 기기기술을 접목한 화장품을 개발할 수 없었다.

그래서 화장품 경력직원과 기존의 기계공학, 전기공학 전공의 가전제품 개발담당자들로 구성된 T/F팀을 만들어 기기제품 개발에 들어 갔다. 첫번째 제품이 히딩마스카라였는데, GS홈쇼핑에서 8회 연속 매진을 치는 기록을 세우며 크게 히트했다. 기기 모양의 제품으로 버튼을 누르면 온도가 올라가면서 속눈썹을 반짝 세워주는 제품이었다.

이것이 바로 융합이다. 이업종간 교류가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서로 다른 분야의 사람이 협업을 통해 전혀 다른 부가가치 있는 제품을 개발할 수 있는 것이다. CJ제일제당과 풀무원 연구원이 협업을 하는 것보다 CJ제일제당과 삼성전자 연구원이 협업을 해야 기존시장에 나와 있는 제품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부가가치 있는 제품을 만들어 낼 수 있다.

두번째로 개발한 제품이 진동화운데이션이었다. 기존의 일반 화운데이션과 달리, 얼굴에 바를 때, 퍼프가 달려 진동을 하면서 퍼짐이나 바름을 고르게 해주는 기기화장품이었다. 이 제품은 그 해 우리나라 5대 홈쇼핑사의 최대 히트상품이 되었고, 필자는 조선일보로부터 품질만족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사람의 심리 중에 변하지 않은 심리는 '새로움'에 대한 호기심이다. 사람들은 늘 쓰던 상품보다 새로운 상품이 나오면 사용해보고 싶은 욕구를 느끼게 된다. 그래서 차별화가 필요하다. 당연하게 생각하는 습관을 바꾸고, 당연하지 않은 것을 당연한 것처럼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항상 새로운 가치를 제시해야 한다.

화장품은 당연히 기존의 화장품 회사들이 주력으로 팔고 있는 잔주름 예방이나 미백화장품 같은 것만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이런 시장에 진출하게 되면 기존의 강력한 브랜드들과 경쟁을 해야하기 때문에 쉽지 않다.

그래서 가전회사만이 갖고 있는 기기기술이라는 강점을 살려 차별화된 기기화장품이라는 새로운 영역으로 싸움의 장을 바꿈으로써 큰 자원 투자없이 쉽게 시장지위를 견고히 구축해 나갈 수 있게 된 것이다.

카가오택시는 당연하게 생각했던 택시타는 습관을 새롭게 바꿨다. 당연하지 않은 것, 그게 바로 블루오션이다. 아마존은 항상 당연하게 생각하지 않은 차별화된 방식으로 사람들의 물건사는 방법을 바꿔가고 있다. 주식이나 부동산 투자도 마찬가지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하는 방식으로 값이 오르면 따라 사고, 떨어지면 손해보고서라도 따라서 팔게 되면 투자수익을 낼 수가 없다.

"사는대로 생각하지 말고 생각하는 대로 살아라"라는 말이 있다. 즉, 우리는 누구나 이미 남들이 살아온 방식을 그대로 습관적으로 따라 하게 된다. 기업도 마찬가지이다. 신제품 하나를 만들더라도 이미 시장에 나와 크게 히트한 제품을 모방해서 그대로 따라하기에 바쁘다. 하지만 남들이 사는대로 남들이 하는대로 생각하고 따라하면 크게 성공하기 어렵다. 개인도 기업도 마찬가지다.

특히, 비즈니스 성공의 비결은 단순히 상품만이 아닌 상품의 사용과정에서 느끼는 불편함을 해소하거나 사용편익을 높여주는 서비스를 추가해서 철저하게 고객가치를 다르게 느끼게 하는 것이다. 예를들어 청소기를 돌리면서 청소를 하는 것은 귀찮고 힘들다. 하지만 청소기를 돌리는 동안 음악이 흘러나오는 청소기를 개발하면 고객가치가 달라지게 된다.

사단법인 한국강소기업협회 나종호 상임부회장(경영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