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차영 대중가요 평론가·한국콜마 연수원장
유차영 대중가요 평론가·한국콜마 연수원장

유행가는 노래 탄생 시대 상황과 그 시대를 살아낸 사람들의 눈물과 웃음과 한숨을 머금어야 오래 흘러간다. 모든 노래는 저마다의 취향을 바탕으로 한 선택적 애착을 갖는 명곡(名曲), 일정 기간 훨훨 타오르다가 꺼져버리는 불길 같은 히트곡, 대중들이 통속적으로 부르면서 시대와 세대를 연결 지어주는 애창곡이 있다. 이러한 노래는 특정 시기에 불려 나온 역사 속의 사건이나, 사람 혹은 지명이 노랫말에 엮인 것이 많다. 2018년 이해리(안영근 작사 신재동 작곡)의 목청을 타고 세상에 나온 <자갈치아지매>가 이런 유의 유행가다. 이는 6.25 전쟁 흥남철수 작전에 얽힌 엄마와 딸 간의 이별 서정을 얽은 <굳세어라 금순아>와 맥락을 같이 한다.

흥남 부두 돌아 돌아 / 국제시장 돌고 돌아 / 소리 내어 울었네 / 소리 내어 불렀네 / 당신을 찾아 헤맸네 / 반짝반짝 반짝이는 / 항구의 작은 별들아 / 우리 엄마 계신 곳까지 / 나를나를 데려가다오 / 영도다리 난간 위에서 / 남포동 뒷골목에서 / 자갈치아지매가 / 목 놓아 부르는 이름 / 엄마엄마 엄마를 찾는 / 자갈치아지매.

이 두 노래는 65년의 긴 세월 터널로 연결된다. 1953년 7월 27일, 3년 1개월 1,129일 간의 6.25 전쟁이 승패가 불분명한 휴전으로 멎는다. 이 끝이 아닌, 또 다른 슬픔의 시작에는 1천만 이산가족과 17만여 위의 전사·실종자, 20만 미망인, 10만 전쟁고아가 매달려 있었다.

그중에서 <자갈치아지매> 노래에 얽힌 사연은 1950년 12월 23일 흥남철수작전 당시 두 손을 떨구고 헤어진 엄마와 금순이가 매달려 있다. 노래 속 자갈치아지매는 바로 금순이, 엄마는 금순이 손을 놓치고 눈물로 세월을 견디어 낸 이산가족의 대명사다. 2020년 미스트롯2 경연장에서 가수 진달래의 목청에 걸려서 가랑거리던 그 아지매~.

노래 속에서 화자가 엄마를 찾아 돌고 돈 흥남부두는, 함경남도 동해안 항구, 함흥의 남쪽이라는 뜻이다. 6.25 전쟁 중이던 1950년 10월 26일, 압록강까지 북진했던 UN군과 국군이, 심양에 사령부를 둔 중국 8로군(사령관 팽덕회)의 참전으로 후퇴를 한 해상철수작전의 출항지다.

<자갈치아지매> 노래 둘째 소절, 국제시장부터 작은 별들이 반짝거리는 항구·영도다리·남포동 뒷골목을 합치면 자갈치시장이다. 이곳은 옛날에는 자갈마당이라고도 불렸고, 오늘날 부산 자갈치해안로 52길 일대를 말한다. 이곳에는 부산 도시철도 1호선 자갈치역과 남포역이 있다.

이곳은 1592년 4월 13일 임진왜란 첫날 왜군(倭軍)들이 처음으로 상륙한 근처, 부산진첨절제사 정발 장군이 왜군에 대항하여 결전하다가 순국한 곳이기도 하다. 1945년 광복 후 노점을 중심으로 장마당이 형성되었고, 당시는 남포동시장이라고 불렸다. 자갈치시장 이름은 6.25 전쟁 후, 바닷가 자갈밭에 있던 시장이기에, 자갈밭과 장소를 나타내는 처(處)를 합쳐, 경상도 사투리로 자갈처로 불리다가 자갈치로 변화되었단다.

흥남철수작전 당시 흥남에 살고 있던 금순이와 어머니는 혼잡한 상황 속에서 붙잡고 있던 손을 놓치면서, 미군 철수용 선박, 메러디스 빅토리호에 함께 타지 못한다. “부산으로 와라, 영도다리 위에 보름달이 뜨면 만나자.” 이 상황을 승화한 노래가 <굳세어라 금순아>이고, 이 동생노래가 <자갈치아지매>다. ‘눈보라가 휘날리는 바람 찬 흥남부두에/ 목을 놓아 불러봤다 찾아를 봤다/ 금순아 어디로 가고 길을 잃고 헤매었더냐/ 피눈물을 흘리면서 일사 이후 나 홀로 왔다/ 영도다리 난간 위에 초생달만 외로이 떴다.’ 두 곡의 노랫말이 이래저래 오버랩 된다.

흥남 부두 돌아 돌아 / 국제시장 돌고 돌아 / 소리 내어 울었네 / 소리 내어 불렀네 / 당신을 찾아 헤맸네 / 반짝반짝 반짝이는 / 항구의 작은 별들아 / 우리 엄마 계신 곳까지 / 나를나를 데려가다오.

영도다리에 보름달이 뜨면 만나기로 한 약속은, 보름달이 초생달이 될 때까지 밤마다 나가서 기다리는 상황으로 이어진다. 그때 매일 밤 영도다리에 모인 인구(또 다른 금순이와 엄마)가 30~40만 명이었단다. 당시 부산의 인구는 주민등록상으로 40만 1.4후퇴 후 80만이 되었으며, 실제 피난살이 인구는 200만 명이나 되었다. 그 당시에 피난민들이 지은 산비탈 속의 집들이, 지금은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하려고 할 만큼 상징성을 간직하고 있다. 이렇게 절절한 사연은 <자갈치아지매> 3절로 이어진다.

영도다리 난간 위에서 / 남포동 뒷골목에서 / 자갈치아지매가 / 목 놓아 부르는 이름 / 엄마엄마 엄마를 찾는 / 자갈치아지매 / 영도다리 난간 위에서 / 남포동 뒷골목에서 / 자갈치아지매가 / 목 놓아 부르는 이름 / 엄마엄마 엄마를 찾는 / 자갈치아지매.

1950년 12월 23일, 흥남부두 날씨는 눈보라가 휘몰아치는 영하 20도. 쌓인 눈이 30㎝가 넘었었단다. 그러한 기상 속에서 출발하여 2박 3일을 항해하여 부산항을 거쳐, 12월 25일 거제 장승포항 도착하였다. 부산항에서 내리지 못한 이유는 항구의 혼잡 때문이었단다.

이때 수송선 메러디스 빅토리호(7,600t)는 정원이 2천 명인데, 선장 레너드 라루의 결단으로 1만 4천 명이 탑승하고 항해를 하였으며, 항해 기간 중 신생아 5명이 탄생한다. 이에 미군들은 이들에게 김치1~김치5까지 별명을 붙여준다. 그 김치5가 실제 인물 이경필 선생이며, 거제도에서 평화동물병원을 경영하면서 평생을 살았다. 이분이 흥남철수가 낳은 노래의 산증인이다.

그 당시 흥남항구에서 피난을 한 북한지역 주민은 9만8천여 명이다. 메러디스 빅토리호는 그 당시 흥남철수작전 선박 193척 중의 한 척, 마지막으로 흥남 항구를 떠나온, 미군의 전시 동원 상선이었다.

이 배의 선장 레너드 라루는 6.25 전쟁 휴전 후 천주교 사제(司祭)가 되었다. 이름도 마리너스로 바꾼다. 당시 작전지휘관은 미10군단장 알몬드 소장, 한국군 1군단장은 김백일 소장이다. 이 둘 사이의 군사협력 통역고문관이 현봉학. 영화 국제시장에서는 현학봉으로 묘사되었다.

그는 버지니아대학에서 의학을 공부했었고, 알몬드 소장의 고향이 버지니아였다. 서로의 고향이 얽힌 인연, 이러한 인과관계가 탑승을 완료하고 출항을 기다리던 미군 병력과 장비를 내리고, 피난민을 탑승시킨 배경이다. 메러디스 빅토리아호가 부두를 떠난 다음 날, 흥남부두는 불화염에 쌓였다. 미처 철수 시키지 못한 장비와 물자 유류 등에 대하여 공산군이 사용하지 못하도록 불태우는 청야작전(淸野作戰)을 감행했던 것이다.

<자갈치아지매> 노래 원곡 가수 이혜리는 예명 이해리, 1967년 춘천 출생. 1985년 <들꽃처럼>으로 데뷔하여 <당신은 바보야>, <혼자 사는 여자>, <아이 좋아라> 등으로 대중들과 소통한다.

2020년 미스트롯2에서 이 노래를 열창한 진달래는 본명 김은지, 1986년 울릉도 출생. 2018년 <아리아리>로 데뷔하여 <야속타 세월아> 등을 부른 가수다. 그녀는 미스터트롯 전 임영웅과 타 방송프로그램에 출연하여, 임영웅을 누르고 우승을 차지한 이력이 있는, 실력파 가수이지만 살아온 발자국이 그녀를 잠시 휘청거리게 했었다.

거제에도 흥남항(興南港)이 있다. 북한의 명칭과 한자로도 같다. 거제시 장목면 시방리에 있는 어항, 돌정이·돌징개·돌정으로 부르던 갯마을이다. 일본제국주의 식민지 시절 함경도 청진 소속 고등어 배를 탔던 어로장(일명 망장이)이 흥남 앞바다에서 정어리를 많이 잡아와서 부자가 되었다고 붙여진 이름이란다.

1950년 12월 25일, 흥남철수 메러더스 백토리호가 도착했던 항구가 거제도 장승포항이었다. 이 철수 작전은 훗날 ‘크리스마스의 기적’으로 불렸는데, 이후 붙여진 흥남항은 아닐는지 생각의 여운이 남는다.

21세기 인류를 덮친 보건의료 환경의 패악(코로나19)과 좌우로 대칭되는 가치관의 혼돈 속에, 쿵쾅거림을 연속한 트로트 열풍은 우리 국민 감성을 가요우민(歌謠愚民)의 웅덩이 속으로 침몰시키고 있는 듯하다.

흘러온 노래의 리메이크와 커버 송 일관인 오늘날의 경연 상황, 그 가수가 그 가수인 현란한 경연 무대가 대중들의 영혼을 병들게 하고 있지는 않는가 우려된다. 오늘날 세상은 요지경이다. 이처럼 영혼이 병든 듯한 좌우 대립과 풍성거리는 내로남불의 허망함을 음유할 신유행가(新流行歌)는 언제쯤 들을 수 있을까?

그냥 대중가요라고 말하지 마시라. 1곡에 7가지 요소, 작사·작곡·가수·시대·사연·모티브·사람을 얽은 모든 유행가는 대중가요이지만, 사랑과 이별을 주요 모티브로 하는 모든 대중가요가 유행가의 범주에 들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유행가는 <자갈치아지매>처럼, 역사의 마디에 사람들 삶의 기척을 머금게 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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