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은기 한국협업진흥협회 회장·전 중앙공무원교육원장·경영학박사
윤은기 한국협업진흥협회 회장·전 중앙공무원교육원장·경영학박사

인공지능 세상이 다가온다는 말은 십여년 전부터 쏟아져 나왔지만 지난해 11월 챗GPT가 나오면서 부터는 세상을 뒤흔들고 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사는 20대 카피라이터는 최근 별다른 이유없이 해고되었는데 그 이유가 챗GPT때문이라는 걸 나중에 알게 되었다. 그 회사 매니저들끼리 올리는 대회방에서 이런 말이 나돌았다는 것이다. 

"카피라이터를 쓰는 것보다 챗GPT를 쓰는게 비용이 덜 든다"

미국 워싱턴포스트는 최근 기사에서 챗GPT가 사람들의 일자리를 대체하기 시작했다면서 요즘 벌어지고 있는 기업의 해고 동향을 상세히 다루고 있다. 골드만 삭스는 생성형 AI가 전세계 3억개의 정규직 일자리에 영향을 주고 있다면서 그중에서도 화이트칼라 일자리가 가장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하였다. 세계경제포럼(WEF)도 2027년까지 AI기계화로 인해 새로 6900만개의 일자리가 생겨나고 8300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라는 보고서를 내놓았다. 사라지는 일자리의 대부분이 사무직 관리직이다. 인공지능의 가속적 발달을 감안하면 화이트칼라의 종말이 눈앞으로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20세기 초반 화이트칼러가 대거 등장할 때만해도 사무직은 선망의 대상이었다. 육체노동을 하는 직업을 블루칼라라고 부르고 경영직 사무직에서 일하는 사람을 화이트칼라라고 불렀다. 하얀 와이셔츠에 넥타이를 매고 일한다고 해서 넥타이부대라는 말도 나왔다. 그러나 정보화사회로 진입하면서 다양한 신종 직업이 생기고 직업군을 표현하는 용어도 다양해졌다. 골드칼라 실리콘칼라 핑크칼라 퍼플칼라 다이어몬드칼라등이 쏟아져 나왔다. 

골드칼라란 1990년대부터 나타난 직업군으로 컴퓨터 사용능력이 뛰어나고 반짝이는 아이디어가 필요한 직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지칭한 용어다. 금처럼 높은 가치를 창조한다는 뜻도 함께 들어있다. 여기와 연관된 용어가 실리콘칼라와 다이어몬드칼라다. 골드칼라중에도 세계적 인재들이 모여 일하는 실리콘밸리 정보산업 종사자를 실리콘칼라라고 불렀다. 다이어몬드칼라는 더 뛰어난 창의력으로 놀라운 성과를 내는 사람들을 말한다. 핑크칼라라는 말도 있다. 육체노동 대신 컴퓨터를 중심으로한 사무직이 늘면서 여성의 사회진출이 늘어났고 이들이 감수성까지 활용하면서 신인재로 인정받을 때부터 탄생된 용어다. 퍼플칼라라는 용어도 있다. 사회가 다양해지고 직종간 경계가 무너지자 융합창조력을 지닌 인재가 나타나면서 붙여진 이름이다.

원래 하이트칼라나 블루칼라를 처음 말할 때 칼라는 옷깃을 뜻하는 영어 칼라(Collar)다. 지금은 색깔(Color)과 혼용되고 있다. 무슨 색깔의 근무복을 입었는지에서 출발했으니 다툴 일도 아니다. 지금은 직장인이 넥타이를 매지도 않는다. 근무복 파괴의 원조는 정보화사회를 이끈 스티브잡스다. 늘 청바지에 까만 터틀넥 셔츠 그리고 운동화를 착용하고 나타났다. 역시 미래지향적 인물이다보니 복장파괴도 선도자였다.

"앞으로 30년 안에 인공지능 CEO와 함께 일하게 될 것이다"

PwC 공동대표 스콧 라이켄시가 이미 10년전에 한 말이다. 현재 추세대로라면 10년 안에 가능해질 전망이다. 인류가 본격적인 인공지능시대로 진입하면 화이트칼라라는 용어가 사라질 것은 명백하다. 단순 사무직은 물론이고 CEO 회계사 변호사 판사 교수 카피라이터 디자이너 작사 작곡가 예술가 영역까지도 인공지능이 파고들 것이다. 복장도 이미 웨어러블이 확산되고 있다. 컴퓨터나 협업로봇이 장착된 근무복이다. 인공지능 시스템이 연동된 안경을 쓰고 근무하거나 정보시스템과 연동된 헬멧을 쓰고 근무하게 된다. 지금 F-35같은 제5세대 전투기를 모는 조종사들은 3억원이 넘는 헬멧을 쓰고 비행하고 있다. 조종사는 기체내 화면을 쳐다볼 필요없이 헬멧디스플레이에 뜨는 실시간 정보를 보며 임무를 수행한다. 앞으로 근무복은 패션이 아니라 첨단장비다.

미국은 육해공군해병대에 이어 이미 우주군을 독립편성하여 운영하고 있다. 현재는 공군복장을 그대로 입고 있는데 조만간 별도의 우주군 군복을 채택할 예정이다. 현재 나온 시안을 보니 영화 스타워즈에 나오는 군인복장과 비슷하다.

농업혁명 산업혁명 정보혁명 시대를 거쳐 인류는 인공지능혁명, 우주시대로 대변혁기를 맞이하고 있다. 일하는 방법도 기술도 복장도 직업도 모두 달라지고 있다. 

이미 화이트칼라 시대는 끝났다. 사(士)자가 븥어 전문직이라고 오랫동안 대우받던 직업도 몰락 직전이다. 대규모 직업파괴 직업혁명이 시작되었다. 앞으로 새로운 환경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는 어떤 명칭이 붙을까? 인공지능 로봇과 협업하며 일해야 하니 테크노칼라라고 불러야 할까 사이보그칼라로 불러야 할까 또는 수시로 변신해야 하니 트렌스포머칼라라고 불러야 할까? 

신문명 대전환시대에 살아남는 길은 하나뿐이다. 내 안의 화이트칼라를 스스로 해고하라. 자기 안에 익숙하게 자리잡고 있는 화이트칼라를 해고하지 못하면 결국 해고당하게 될 것이다.

윤은기
한국협업진흥협회 회장 
전중앙공무원교육원장  
경영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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