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 자금 지원보다 플랫폼 더 중요하게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15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비바테크놀로지 2023'에서 베르나르 아르노 LVMH 회장과 대화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15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비바테크놀로지 2023'에서 베르나르 아르노 LVMH 회장과 대화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기술과 투자를, 대기업과 중소기업을, 한국 스타트업과 전 세계를 이어주는 유·무형의 플랫폼 조성이 스타트업에게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영 중기부 장관은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유럽 최대 스타트업 전시회 비바 테크놀로지(이하 비바테크) 2023이 폐막한 지난 17일(현지시간) 진행한 인터뷰에서 "중기부의 창업지원 정책에 대대적인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창업 공간을 만들어놓고 스타트업을 선발해 저렴하게 빌려준 뒤 특별 정책 자금을 주고, 벤처캐피탈(VC)과 연결해주는 식으로 기능적인 지원만 자꾸 추가할 게 아니라 이제는 하나의 거대한 울타리를 만들고 관심 있는 누구나 들어올 수 있는 창업 생태계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이 장관이 올해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최한 세계 최대 가전·IT 박람회 CES에 이어 지난 3월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열린 스타트업 전시회 비반, 그리고 이달 비바테크에 직접 참석해 여러 나라의 스타트업 생태계를 보고 이와 같은 결론을 내렸다.

그는 "지난 20여년간 벤처 지원은 정부 주도로 이뤄지다가 최근 들어 대기업이 자체적으로 창업을 지원하는 바람직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면서도 정부는 정부대로, 기업은 기업대로 각자의 길을 걸어가고 있어 이를 포괄할 수 있는 생태계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 장관은 이를 위해 한국 최대 규모 스타트업 행사 '컴업'(COMEUP)을 획기적으로 바꾸기로 했다. 한국에 있는 유수 대기업들의 찬조, 후원을 받는 차원을 넘어서 이들 기업이 필요로 하는 한국 스타트업들과 오픈 이노베이션을 매칭하는 장으로 거듭나겠다는 구상이다.

나흘 동안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 로레알, 다쏘그룹 등 프랑스 대기업 고위관계자들을 두루 만난 이 장관은 "국가 중심으로 육성한 한국의 스타트업 숫자가 프랑스보다 많을지는 몰라도 기업의 오픈 이노베이션 진행 상황을 들여다보면 우리보다 훨씬 강력하다"고 설명했다.

또 창업 생태계를 조성할 때는 마을을 지을 때처럼 큰 틀에서만 규제해야지, 이 구역에는 누가 들어오고, 저 구역에는 누가 들어오는지처럼 세세한 방침을 정부가 정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아울러 세계 곳곳에서 '러브콜'을 받는 한국 스타트업이 글로벌이라는 전쟁터에서 싸우려면 인재도, 돈도, 조력자와 협력자도 필요한데, 이 모든 것을 찾을 수 있게끔 글로벌 스탠다드에 걸맞은 오픈 리그를 마련해주는 게 정부의 역할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밖으로는 한국 스타트업이 전 세계에 진출할 고속도로를 놔주고, 동시에 안으로는 창업에 걸림돌이 되는 규제를 없애자는 뜻으로 해석된다. 국적, 나이에 상관 없이 누구나 창업을 할 수 있어야 하고, 다른 나라에서 투자받을 때도 어려움이 없도록 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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