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지난 19일 찾은 강원도 홍천군 하이트진로 강원공장 내 신맥주 '켈리' 제조공정 모습. 사진/손원태기자
사진은 지난 19일 찾은 강원도 홍천군 하이트진로 강원공장 내 신맥주 '켈리' 제조공정 모습. 사진/손원태기자

산 좋고 물 좋은 길지에서 1억 병 성공신화가 써 내려졌다. 하이트진로가 맥주시장 탈환을 위해 지난 4월 출시한 켈리 이야기다. 켈리는 도둔산 자락에서 홍천강 맑은 물을 원료로 만들어진다. 

지난 19일, 켈리의 제조 과정이 담긴 강원도 홍천군 하이트진로 강원공장을 찾았다. 이곳은 도둔산을 배경으로 하고, 앞으로는 홍천강이 흐른다. 총 16만평 규모로, 국내 최대 맥주 생산시설이다. 연간 50만kl(킬로리터)의 맥주를 생산하며, 공장에는 108개의 맥주 저장탱크가 있다. 이것 역시 60만L가 저장돼 있어 성인 한 명이 하루 10병씩 꼬박 마셔도 330년을 마실 수 있다. 

하이트진로 강원공장은 전 공정이 컴퓨터시스템으로 이뤄졌으며, 중앙통제실에서 맥주 생산 공정을 통제한다. 또한, 친환경 폐수처리 설비를 갖춰 인근 지역에 폐수가 흐르지 않도록 했다. 폐기물도 40% 이상 감소시키는 효과를 냈다.

먼저 공장에 들어서기 전 머리부터 발끝까지 공장용 위생복으로 갈아입어야 했다. 공장 관리인은 식품을 다루는 시설인 만큼 외부인으로부터 이물질, 바이러스 유입을 차단시켜야 한다고 설명했다. 강원공장은 크게 제조동과 제품공으로 나눠진다. 제조동은 말그대로 맥아를 분쇄해 끓이는 등의 과정을 거쳐 맥주를 만드는 곳이다. 제품동은 이러한 맥주를 담을 병이나 페트 등의 용기를 생산해낸다.  

구체적으로 맥주 제조과정은 다음과 같다. 주원료인 보리를 거대한 사일로에 넣은 후 싹을 걷어낸다. 여기서 저장된 보리의 싹을 건조시키면 맥아가 된다. 맥아를 분쇄하고 따뜻한 물에 가열하면 맥즙이 나온다. 맥즙에서 쓴맛의 탄닌과 단백질을 분리하고, 냉각기로 급랭시켜 발효시키면 맥주가 된다. 통상 20일 이상 발효, 저장된다. 

제품동에서는 맥주 용기 공정이 이뤄진다. 강원공장은 병과 알루미늄 캔, 생맥주용 업소 용기, 페트병 등 용도별 공정이 가동된다. 가장 많이 쓰이는 것은 맥주병으로, 공장에서는 각처에서 수집된 병들이 자동화 공정으로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분당 1000병씩 선별기를 거친다. 6대의 카메라가 설치돼 병이 외부와의 접촉으로 하얗게 변질되거나 모양이 변형될 경우 이를 즉시 가려낸다. 이상이 없을 시 병은 세척기로 이동해 35분간 세척된다. 이후 살균 과정을 거쳐 외부와 밀폐된 채 맥주가 주입된다.

특히 하이트진로 강원공장은 국내 최초로 열재생시스템(E.R.S)을 도입, 제조과정에서 버려지는 에너지도 회수해 이를 재사용한다. 일종의 친환경 에너지 저감 공장이라 볼 수 있다. 

이인철 하이트진로 강원공장장은 "이곳은 우리나라 주류공장에서 가장 큰 곳이며 천혜의 자연환경에 입지했다"라며 "100% 덴마크산 맥아에다 맑은 물과 공기까지 뒷받침해 장인 정신으로 맥주를 만들고 있다"고 소개했다. 

사진은 지난 19일 찾은 강원도 홍천군 하이트진로 강원공장 내외부 모습. 사진/손원태기자
사진은 지난 19일 찾은 강원도 홍천군 하이트진로 강원공장 내외부 모습. 사진/손원태기자

하이트진로는 지난 4월 테라와 함께 맥주시장 쌍끌이 흥행을 위해 켈리를 출시했다.총 128종의 시제품 테스트를 거친 후에 덴마크 북대서양 유틀란드 반도에서 해풍을 맞고 자란 맥아를 주원료로 채택했다. 부드러운 목넘김과 강렬한 탄산감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더블 숙성 공법'을 적용했다. 7℃에서 1차 숙성한 뒤, -1.5℃에서 한 번 더 숙성시키는 과정을 거쳤다. 패키지도 기존 제품과 차별화했다. 국내 맥주 최초 앰버(Amber·호박색) 색을 적용했으며, 병 어깨마저 곡선으로 독특하게 디자인했다.

시장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출시 후 100일도 안 지났는데, 1억 병이나 판매했다. 이는 초당 11.7병 팔린 것으로, 국내 성인(20세 이상, 4328만명 기준) 1인 당 2.3병 마신 양이다. 기존 테라와 함께 하이트진로 맥주시장 점유율도 제고시켰다. 6월 기준 하이트진로의 유흥 및 가정시장 전체 맥주부문 판매는 켈리 출시 전인 올 3월 대비 33%나 올랐다. 올해 2분기 판매량도 전년 동기 대비 약 12%나 신장했다.

하이트진로는 현재 강원공장 외에도 전주공장에서 맥주를 생산해내고 있다. 이밖에 이천과 청주, 익산, 마산공장에는 소주를 제조하고 있다. 강원공장은 1998년 6월부터 일반인 관광객을 상대로 견학관인 '하이트피아'를 운영해왔다. 엔데믹이 되면서 다시 공장 개방을 앞두고 있다. 

김태영 하이트진로 주류개발팀장은 "켈리는 목넘김이 부드러우면서도 강인한 탄산감을 내기 위해 3년간의 개발 과정을 거쳤다"면서 "켈리만의 슬로우 공법은 맥아로부터 차별화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맥주 숙성에는 발효에 사용되는 효모의 역할이 중요한데, 여러 번의 테스트를 거쳐 효모가 최상의 상태를 유지하도록 최적의 온도를 찾았다"면서 "첫 부드러움을 내기 위해 7℃에서 1차 숙성해 잡미와 이취를 제거했고, -1.5℃에서 2차 숙성을 거쳐 추가적으로 이미, 이취 성분을 제거해 강한 탄산감을 줬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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