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동철 KDI 원장 “유연한 노동 시스템과 지속가능 연금구조 구축”

조동철 KDI 한국개발연구원장이 인간개발연구원 주최로 3일 서울 인터컨티넨탈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2075회 인간개발경영자연구회’에서 강연하고 있다. 사진/김혜준기자
조동철 KDI 한국개발연구원장이 인간개발연구원 주최로 3일 서울 인터컨티넨탈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2075회 인간개발경영자연구회’에서 강연하고 있다. 사진/김혜준기자

“중소기업이 성장해 법률상 중소기업이 아니게 되면 지금까지 없었던 억 단위의 연간 손실을 보게 됩니다. 많은 중소기업들이 과도한 보호정책 아래에서 성장을 원치 않는 ‘피터팬 증후군’에 빠지면서 대기업과의 1인당 생산성 격차가 너무 커져버렸습니다. 앞으로는 중소기업이 중견 또는 대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정책 목표를 명확히 해야 합니다.”

조동철 KDI 한국개발연구원장은 인간개발연구원 주최로 3일 서울 인터컨티넨탈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2075회 인간개발경영자연구회’에서 이와 같이 말했다.

이날 세미나에는 국내 주요 기업 경영자, 인사 실무, 책임자급 임직원 130여명이 참석했다.

이날 조 원장은 글로벌 경기 침체에 대응하기 위해 세계와 한국의 경제를 진단하는 한편, 이를 극복하기 위해 필요한 과제에 대해 역설했다.

먼저 진단 분야에서는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세계경제의 현 주소를 들여다봤다. 미국의 경우 인플레이션 안정을 최우선으로 삼은 통화정책의 결과 인플레이션의 안정화가 기대되고 있으며, 구인난도 해소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중국에 대해서는 성장세가 양적, 질적 측면에서 한계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중국의 부동산 버블도 “1980년대 당시의 일본 버블과 유사할 정도로 심각하다”고 진단했다.

이어서 한국의 경제현황을 진단한 조 원장은 “대외 여건이 악화되면서 반도체 등의 수출이 줄고 있고, 제조업 중심으로 경기부진이 지속되고 있다”면서도 “최근에는 경상수지 흑자 폭의 증대와 물가 상승 압력의 감소 등 경제 저점을 시사하는 지표가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 원장에 따르면 KDI는 상반기 수출부진에 의해 둔화됐던 국내 경기가 하반기에는 정상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반기 경제 성장률을 2.1%, 상반기까지 합친 연간 성장률은 1.5%로 내다봤다. 현존하는 한국 경제의 위험요인으로는 우선 주택가격 버블을 들었으나, 1980년대의 일본 수준은 아니라고 봤다. 

조 원장은 한국 경제의 미래를 전망하며 “저출산, 고령화, 경제성숙화에 따라 성장률이 지속적으로 하락할 수 있다”며 “2010년대에 하락한 생산성을 반전시키지 못한다면 2040년대에는 마이너스 성장을 보게 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생산성이 둔화되는 요인으로는 ▲기업의 진입‧퇴출이 제한돼 자원배븐의 효율성이 저하된 점 ▲경직적 교육에 따른 인적자원 개발 미흡 ▲경직적 노동시장에 의한 인적자원의 비효율적 배분 등을 들었다.

이어 생산성을 늘리기 위한 과제로는 ▲진입/퇴출 ▲교육 ▲노동 ▲연금 분야에 걸쳐 4가지 개혁을 제시했다.

먼저 기업의 진입/퇴출 개혁에 대해서는 “한국 경제는 규제가 지극히 많은 경제”라며 국민의 정부의존성이 지나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또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1인당 생산성 격차가 1990년대 이후 계속해서 악화된 점을 들어 과도한 중소기업 보호정책이 중소기업이 성장보다 안주를 택하게 만들고 있다고도 주장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대기업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완화하고, 중소기업이 중견‧대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정책 목표를 명확히 잡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중소기업 고유업종제도, 대규모점포 영업시간 제한, 공공기관 의무 구매제 등의 규제는 철폐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교육 개혁에 대해서는 특히 초‧중등교육의 생산성이 저하되고 있는 상황을 우려하고, 평준화‧획일화에 중점을 둔 교육 시스템을 원인으로 지적했다. 아울러 대학 경쟁력도 약화되고 있다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대학구조조정을 통한 경쟁력 확보가 시급하다고 진단했다.

조 원장은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수요자의 학습 선택권’을 제시했다. 먼저 교육과정 운영 권한을 정부‧시도교육청에서 단위 학교로 이양해 개별 학교의 자율권을 확대한다. 이를 통해 중장기적으로는 공립‧사립의 중간 형태 모델을 개발해야 하며, 룰모델로는 미국의 차터스쿨, 영국의 아카데미를 들었다. 정부에는 대학진단평과를 폐지하되 부실대학 관리에 정책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노동 개혁을 위해서는 노동시장을 경직시키는 과도한 고용보호, 고령층 일자리를 축소시키는 경직적 임금 체계를 해결 과제로 지목했다. 근로시간에 대해서는 총 근로시간을 단축시키는 방향으로 가되, 획일적인 근로시간 규제와 달리 유연성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금 개혁 분야에서는 공적연금이 현재 상태로는 장기간 지속이 불가능한 상황임을 지적했다. 이어 국민연금을 소득재분배 없이 소득비례연금으로 개편하고, 소득재분배 기능은 기초연금의 대상자 축소와 저소득층 지급 상향으로 보완하는 방책을 제시했다.

끝으로 조 원장은 “KDI는 경제개발 5개년 계획, 경제안정화 시책, 외환위기 극복 등 한국 경제의 주요한 고비 때마다 활약해왔다”며 “KDI는 인력 확보의 난항, 난이도가 오른 정책 설득 과정 등을 극복하고 최선을 다해 경주하겠다”고 했다.

오종남 인간개발 회장은 “국가 경제는 곧 노동자, 자본, 생산성의 집약”이라며 “자본 투자를 통해 설비와 직원을 늘리는 것만큼이나 개인의 생산성을 끌어올리는 것이 중요하다는 내용”이라고 강의를 정리했다.

한편 '인간개발경영자연구회'는 산업의 선진화와 경쟁력 향상을 목표로 국내 경영자와 전문가를 중심으로 1975년 2월 설립됐다. 지금까지 인간개발경영자연구회는 '가치창조', '인간경영', '인재개발', '사회소통', '사회공헌'을 중심으로 지금까지 2075회의 세미나를 열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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