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종 이노비즈정책연구원장
김세종 이노비즈정책연구원장

한국경제가 좀처럼 부진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대내외 경제 여건이 여전히 안개 속이다. 2023년 경제전망에서 언급된 상저하고(上低下高) 즉 경기가 상반기에는 부진하지만, 하반기에는 반등할 것이라는 전망이 현재로서는 희망 사항에 그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2023년 하반기에 접어든 시점에 과연 우리 경제는 하반기에 반등할 수 있을 것인가. 이러한 예측의 배경에는 과거 감염병 이후 경제 회복 패턴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대한상공회의소 자료에 따르면 사스는 V자형, 신종플루는 U자형, 메르스는 L자형으로 유통업 경기가 회복된 것으로 조사되었기 때문이다.

과거의 예로 보아 코로나19 종식 이후 한국경제는 어느 정도 반등이 예상되었으나, 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 미・중 갈등, 국제 원자재 가격 폭등 등으로 암초를 만나게 된 것이다. 여기에 덧붙여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한 금리 인상 여파로 이자 부담이 커지면서 가계소비가 위축되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한국경제를 견인해 온 수출마저 부진한 양상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주력 수출상품인 반도체 등의 약세가 뼈아프다. 그동안 대중무역이 호조를 보여 왔으나, 중국경제의 부진, 글로벌 공급망의 재편, 미・중 무역갈등 등이 겹치면서 중국의 무역 비중이 감소하고 있다.

최근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한국경제에 대한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였다. IMF는 2022년 4월에 한국의 2023년 성장률을 2.9%로 전망했지만 이후 다섯 차례나 전망치를 조정하여 결국 1.4%로 낮춰잡았다. 비슷한 시기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3년 2분기 경제성장률이 전분기 대비 0.6%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2년 4분기 마이너스 성장에서 벗어나 2분기 연속 증가한 것은 일단 긍정적이다. 그러나 한국경제가 성장한 건 맞지만 수출보다 수입이 더 많이 감소한 것으로 보여 전형적인 ‘불황형 성장’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특히 소비와 투자가 동시에 감소해서 하반기에 반등할 수 있을지 우려를 낳고 있다.

수출은 그렇다 치고 내수 부분에서 소비와 투자의 부진이 심상치 않다. 올 1분기 성장을 견인했던 소비가 감소세로 돌아섰고 설비투자와 건설투자는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수출도 감소했지만, 에너지 가격 하락 등으로 인해 수입이 더 큰 폭으로 줄어들어 무역수지는 개선되었다. 내수를 구성하고 있는 민간 소비와 투자가 반등해야 하반기 우리 경제의 성장세를 확인할 수 있게 된다. 다만 지난 코로나 팬데믹 동안 경직성 재정지출이 대폭 늘어나면서 재정정책을 통한 경기부양이 여의치 않게 되었다는 점이다.

결국 민간 소비가 대폭 늘어나야 연초 전망한 바와 같이 ‘상저하고’가 현실로 나타나게 될 것이다. 민간 소비 증대의 열쇠는 부동산 경기와 가계부채가 쥐고 있다. 한국은행 발표에 따르면, 코로나19가 진행된 지난 3년간 가계에 100조원 넘는 초과 저축이 발생한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는 GDP의 5%에 달하는 규모인데 코로나19로 소비심리가 위축되었음에도 임금소득과 이전소득 등이 꾸준하게 상승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코로나19 종식에도 불구하고 가계의 초과 저축이 소비 확대로 연결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그나마 소비 여력은 해외소비 즉 해외여행 경비 등에 대한 지출이 늘어나면서 민간 소비 증대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

과거 사례로 보면, 경기침체가 지속될 경우, 추경 편성 등 재정을 통한 경기부양이 가능했지만, 1,089조원으로 불어난 국가부채와 인플레이션 우려 때문에 이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6월 경기지표가 개선되고 있다는 점이다. 현시점에서 상저하고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민간의 여유자금을 국내 투자와 내수로 흘러가게 해야 할 것이다. 우선 국내 투자 여건을 개선하는 일이 급선무다. 이는 해외투자를 유입하는 효과도 있기 때문에 기업활동을 옥죄는 이른바 ‘킬러 규제’를 덜어내는 일은 가장 저렴한 경기부양책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이왕 책정된 재정지원 사업은 효율성을 높이는 쪽으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특히 중소기업 연구개발(R&D) 지원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민간 주도의 정책전달체계 확립 및 사업화 연계 등 성과관리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여전히 씀씀이가 커진 해외 여행수요를 국내로 돌리는 것은 돈이 적게 드는 경기부양책인데 우선 여행 인프라를 개선하여 국내에서 돈을 쓸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해외 관광객 유치를 통한 내수시장 활성화 방안은 IMF의 권고와도 일맥상통한다. 이러한 노력은 내수 기반인 소상공인・자영업자의 경영안정을 위해서도 서비스 품질, 다변화 등과 연계하여 추진할 필요가 있다. 한국경제가 상반기 횡보에서 벗어나 하반기에 본격적인 성장세에 돌입하여 ‘상저하고’가 구현될 수 있도록 업계와 정부의 천방백계(千方百計)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노비즈정책연구원장 김세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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