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은기 한국협업진흥협회 회장·전 중앙공무원교육원장·경영학박사
윤은기 한국협업진흥협회 회장·전 중앙공무원교육원장·경영학박사

요즘 청어로 살고 싶다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청어란 '청년처럼 사는 어르신'을 말한다. 실제로 우리 사회에 청어모델이 크게 늘어났다. 김형석 교수님은 올해 103세이신데 활발히 강의를 하고 계신다. 몇개월전 김 교수님을 초청하여 직접 강의를 들어보았는데 강의내용이 논리적으로 명료할 뿐만아니라 강의방식도 뛰어났다. 평생 강의를 하며 살아온 나같은 후배들에게는 최고의 모델이 아닐 수 없다. 

가천대 이길여 총장님도 청어다. 근래 '길을 묻다'라는 자서전을 냈는데 많은 사람들이 감동하였다. 시골소녀가 세상을 건강하게 만들겠다는 꿈을 안고 열심히 공부하여 서울대 의대를 다니고 미국 유학후 병원을 개원하여 의술을 펼친 이야기가 담겨있다. 이 총장의 인생철학은 '박애'다. 어렵고 힘든 사람들을 위해 사랑의 의술을 베푸는게 소명이며 사명이라고 믿고 실천해 왔다. 지금은 가천대 총장으로 인재육성에 매진하고 계신다. 몇개월전 학교로 찾아뵈었더니 인공지능 시대를 이끌어갈 미래인재 육성 계획을 조리있게 말씀하신다. 연세가 90이 넘으셨는데 과거 이야기는 거의 없고 온통 미래에 관한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고 나왔다. 얼마전 학교축제에서 학생들과 싸이의 말춤을 추는 멋진 동영상 모습이 보도되어 크게 화제가 되었다. 이길여 총장이야말로 청어중의 청어라고 할만한 분이다.

80중반을 넘어 '가요무대'를 품격있게 진행하시는 김동건 아나운서, 90중반을 넘기셨는데도 군행사에 적극 참석하여 후배들을 격려하시는 김두만 전공군참모총장, 알뜰하게 모은 돈을 아낌없이 기부하며 후배 영화인들을 후원하시는 배우 신영균 선생, 어르신 봉사활동에 정성을 쏟는 80대 만년 소녀가수 김상희, 식객등 좋은 만화로 사랑받고 지금은 'TV백반기행' 을 진행하며 전국을 누비는 허영만 화백등이 모두 이 시대를 살아가는 청어다.

시니어들로 구성된 청춘합창단 또한 멋진 청어모임이다. 평균연령이 60대 중반인데 80중반의 단원도 계셨다.주부 자영업자등 일반인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모두 노래실력이 대단하다. 이 분들은 6.25전쟁 이후 절대빈곤 시대를 이겨내고 한강의 기적을 만든 세대다. 악착같이 돈벌어서 살림하고 자식교육시키느라 문화예술 혜택을 못누린 세대다. 이제 이 분들이 합창단을 만들어 전국을 누비며 공연을 하고 유엔에서도 멋진 공연을 하여 대한민국의 국격을 높히는 홍보대사 역할까지 하였다. 청춘합창단은 그냥 청어가 아니라 청어떼다.

유명인사들은 언론에 노출되어서 많이 알려져있지만 우리 주위를 돌아보면 청어로 사는 분들이 많이 계신다. 경제적으로 다소 여유가 있는 분들은 적극적으로 기부활동을 하고 있고 동네마다 어르신 봉사활동도 활발하다. 건강을 위해 운동을 하다가 시니어 피트니스 모델이 된 분들도 있고 매력을 가꾸다가 시니어 패션모델이 된 분도 있다. 전국 요양원을 찾아다니며 악기연주로 봉사하는 분들도 있다.  

청어와 비슷한 용어가 액티브시니어다. 나이들어 직장에서 은퇴했다고 조용히 지내는게 아니라 각자가 지닌 경험과 재능으로 세상을 위해 적극적으로 활동하며 보람있게 사는 어르신들이다. 액티브시니어는 후배들에게도 좋은 모델이고 희망이다.

최근 고령사회 백세건강 사회로 바뀌면서 새로운 현상이 생겼다. 은퇴를 하지않거나 은퇴했다가 다시 일자리로 복귀하는 노인이 늘어나고 있다. 경제적 어려움을 해결하기위한 경우가 많지만 일을 통한 보람과 행복을 추구하겠다는 인식이 확대된 것이다. 심한 육체노동을 하지않고도 일할 수 있는 일자리가 늘어난 것도 한 원인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현재 세계인구 80억명중 80대는 2%인 약 1억6000만명인데 30년 후인 2053년에는 5.1%인 5억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80대 전후반인 70대와 90대를 합친다면 노인들이 경제적으로나 정치적으로 큰 영향력을 발휘할 것이 분명하다.

지금까지 노인은 사회적 지원대상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그러나 이제는 경제적으로나 신체적으로 여전히 능력을 지닌 노인층이 늘어나고 있다. 이 분들은 적극적인 사회참여를 원한다. 지금부터는 경제적으로 어려운 노인을 지원하는 프로그램과 함께 노인의 적극적 사회참여 프로그램을 찾아야 할 싯점이다. 

요즘 정계에서 때아닌 노인폄하 발언이 나와 온세상이 시끄럽다. '여명이 짧은 분들' '미래에는 존재하지 않을 사람' 이런 소리가 나오고 투표권을 젊은이와 똑같이 행사하는게 옳은 일이냐는 말까지 나왔으니 경천동지할 망언이다. 세상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모르는 사람들이 혁신을 하겠다니 소가 웃을 일이다. 한때 우리나라 방송계에서 전설적 앵커 소리를 듣던 분이 즐겨쓰던 클로징 멘트가 떠오른다.

"늙지않는 젊은이 없고 젊지않았던 노인없습니다. 오늘의 한마디였습니다"

윤은기 
한국협업진흥협회 회장 
전중앙공무원교육원장 
경영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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