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종호 한국강소기업협회 상임부회장·경영학박사
나종호 한국강소기업협회 상임부회장·경영학박사

한 개의 용기에 서로 다른 기능의 상품을 각각 따로 담을 수 있도록 만들어 팔면 잘 팔릴까? 또는 서로 다른 기능의 상품을 묶어서 할인판매하면 잘 팔릴까? 이렿게 하면 동시에 두가지 상품을 팔 수 있어 영업현장에서 재고소진이 필요할 때 자주 사용하는 판매 방식이다. 하지만 대부분 실패한다.

보완재인 샴푸와 린스, 치약과 치솔 등을 묶어서 판매하는 경우에는 그나마 판매에 다소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이것도 묶는데 들어간 작업비나 포장재 비용을 감안하면 손익은 더 나빠진다.

소비자는 본인이 필요한 상품만을 구매하고 싶어한다. 당장 크게 필요하지 않은 상품이 묶어져 있으면 약간의 할인혜택이 있어도 불필요한 상품을 구입하게 되기 때문에 구매를 꺼리게 된다. 이런 판매는 고객 입장이 아닌 판매자 입장의 판매방식이기 때문에 성공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여러 종류의 상품을 구성해서 파는 선물세트는 왜 괜찮은 것일까? 그것은 내가 쓰기위해 구입하는 게 아니고 남한테 선물하기위해 구입하기 때문이다. 본인이 사용하기 위해서 당장 필요하지 않은 다양한 상품이 들어있는 세트상품을 구입하는 경우는 드물지만, 가까운 사람에게 선물로 주기위한 경우는 구입비용 대비 가치가 다르고, 받는 사람에게 만족감을 주는게 우선이기 때문에 다른 것이다.

상품의 기능을 소구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한 개의 화장품이 미백효과도 있고 잔주름 예방 효과도 있다고 소구하는 것은 마케터의 욕심일 뿐 판매에는 도움이 안된다. 마찬가지로 한 개의 기능성 식품이 간 건강에도 좋고 변비에도 좋다고 소구하면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 신뢰가 가지 않기 때문이다. 또 그렇게하면 소비자 머리속에 명확히 포지셔닝 시키기가 어렵다. 겔포스는 위장약, 우루사는 간 보호, 박카스는 피로회복 처럼 한 개 브랜드에 하나의 편익만을 명확히 인식시켜야 장수하는 브랜드가 될 수 있다

선물세트는 내가 쓰기위해 구입하는 게 아니고 남한테 선물하기위해 구입하기 때문에 구성품은 중저가 상품이더라도 겉 포장은 좀 더 고급스럽게 만들어야 한다. 비누를 구매자가 개인적으로 쓰기 위해서 구입하는 경우에는 즉흥적으로 구매를 하지만, 비누세트를 구입하는 경우에는 선물을 받는 사람이 만족해 할 수 있도록 포장의 시각적인 느낌을 구매시에 중요하게 고려하기 때문이다. 또한 선물세트의 주요 타켓층이 누구냐에 따라 포장 디자인이나 칼라도 달라야 한다.

선물세트 포장 크기도 중요하다. 세트 크기가 너무 작으면 선물로서 가치가 떨어져 보이기 때문이다. 다만, 지나치게 과대 포장이 되면 받은 분의 실망감이 상대적으로 크기 때문에 마이너스 효과를 줄 수도 있고, 법적 규제 대상이 될 수도 있다. 또한 요즈음은 사회적 가치가 중요시되는 점을 고려해서 분리수거가 가능한 친환경 포장재 사용을 확대시켜 나가는 것도 선물세트 개발시 중요하게 고려해야할 요소다..

선물세트 가격은 구성품 하나하나를 합산한 금액보다 더 비싸면 소비자 클레임을 당할 수도 있다. 과일을 10개 사면 1개 살 때보다 더 할인을 해주듯이 낱개로 하나씩 구매하는 것보다 세트로 구매하는 가격을 좀 더 싸게 책정하는 게 좋다. 그리고 한우, 전복, 굴비 같은 고급 선물세트 판매가격을 책정할 때는 가격이 비싸야 오히려 더 잘 팔리는 현상도 신중히 고려해야 한다. 고가격일수록 판매가 더 잘되는 베블렌효과(veblen effect) 때문이다.

선물세트를 매장에 진열할 때는 사람들이 중간 가격대를 선호하는 타협효과 (compromise effect)를 잘 활용하는 것도 판매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즉, 상품을 구매할 때 가장 비싸거나 가장 저렴한 것보다 중간 가격대를 선호하는 심리를 활용하는 것이다. 예를들어 자.타사 굴비세트가 10만원, 30만원 가격대만 있다면 중간에 20만원 짜리 세트를 진열하면 중간 가격대인 20만원 짜리 세트가 가장 많이 팔릴 수 있다.

특히, 매장에 선물세트를 진열할 때, 입점업체가 진열위치를 임의로 정할 수는 없지만 매장측과 협의에 따라 별도 진열하는 경우, 매장내 빈 공간에 독립적으로 진열하는 섬진열(Island Display)이 가장 판매에 도움이 된다. 곤도라 매대에 진열하는 경우에는 매대 전면보다는 엔드매대에 진열해야 판매가 더 잘 된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자기만의 공간에서 쇼핑을 하고싶은 욕구가 있기 때문이다.

중저가 선물세트의 경우에는 점블진열(Jumble Display)도 좋은 진열방법이다. 일부러 흐트러지게 진열해서 저렴한 느낌을 주는 것이다. 통조림 캔이나 스낵, 티셔츠 같은 제품을 저렴하게 팔 때 많이 이용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선물세트 판매는 사전에 제안영업이나 특판영업을 하는 것도 필요하다. 예를들어 기업이 많이 입주해 있는 산업단지 같은 곳의 기업 리스트를 사전에 구입한 다음, 아르바이생 한명이 각 기업의 총무부서에 명절 한 달전 쯤에 전화를 해서 선물세트 구입의사를 확인하고, 어느정도 의사가 있는 기업은 영업사원이 직접 방문해서 상담 하도록 하는 것이다. 영업사원이 하루 영업활동 할 수 있는 거래처수가 제한적이지만 이렇게하면 선물세트 구입의사를 사전에 확인한 거래처만 방문하기 때문에 훨씬 효율적인 영업이 될 수 있다.

또한 영업력이 부족한 기업은 플랫폼 기업과의 협업이나 서로 다른 상품. 서비스 기업과의 협업, 카카오톡 선물하기, 전문 특판 밴더 등을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특히, 특판 밴더를 이용하는 경우에는 각 품목이나 고객사별로 영업에 강점이 있는 특판밴더를 파악하는게 필요하고, 1회성 거래가 되지 않도록 한번 거래한 고객사를 평상시에도 꾸준히 관리하는게 중요하다. 서로 다른 상품이나 서비스 기업과의 협업은 자사 선물세트를 구입하는 고객에게 협업 기업의 선물세트 구입이나 서비스 이용시 사용할 수 있는 할인 티켓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상대 기업도 마찬가지로 이렇게하면 양사가 서로 도움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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