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차영 대중가요 평론가·한국콜마 연수원장
유차영 대중가요 평론가·한국콜마 연수원장

물과 바람을 걱정해야 하는 계절이다. 절기가 폭우와 폭풍의 절정에 이른 까닭이다. 예로부터 사람들은 천지해(天地海)에 의지하며, 일상의 안녕을 기원하는 민속신앙에 기대어 살아온 풍습을 이어왔다. 이러한 풍습을 모티브로 지어서 불린 노래 대표곡이 이찬원이 내지른 <진또배기>이다. 이 노래의 메시지는 진또배기가 대3재(大三災)를 막아준다는 의미다. 이 곡은 1990년 부부가수 머루와다래가 먼저 불렀고, 2003년 이후 이성우가 리메이크로 절창하여, 대중들의 가슴팍을 여미었다. 오리 세 마리가 솟대에 앉아 물 불 바람을 막아주는 풍광을 얽은 노래~.

어야 디야~ 어야 디야~ 어야 디야~ / 어촌마을 어귀에 서서 / 마을에 평안함을 기원하는 / 진또배기 진또배기 진또배기~ / 오리 세 마리 솟대에 앉아 물 불 바람을 막아주는 / 진또배기 진또배기 진또배기~ / 모진 비바람을 견디며 / 바다의 심술을 막아주고 / 말없이 마을을 지켜온 / 진또배기 진또배기 진또배기 / 어허 어허 어허 어허 어야디야~.

노랫말에 어촌마을 민초들 가슴팍이 올망졸망 간들거린다. 이렇게 호모사피엔스들은 5만여 년의 세월을 이어왔다. 그 호흡과 걸음의 자국이 7천여 년의 기록으로 이어져 오는데, 그 여정에서 사람들은 수재(水災) 화재(火災) 풍재(風災)를 큰 재해 3가지로, 전란(戰亂)과 질병(疾病)과 기근(飢饉)을 작은 재해 3가지로 여겼다.

21세기 인류를 기습해 온 코로나-19는 이런 소삼재의 하나였다. 인류 역사는 5대 재앙을 안고 있다. 그중 제1의 재앙은 제2차세계대전, 제2의 재앙은 중세 흑사병(페스트), 제3의 재앙은 6.25전쟁(The Korean War), 제4의 재앙은 제1차세계대전, 제5의 재앙은 코로나-19로 친다. 재앙의 우선순위는 인류 생명의 피해를 입은 순이란다. 이처럼 큰 재앙의 끝자락에는 늘 유행가가 매달린다. 코로나-19의 끝자락에 매달린 구재영 가수의 <덕분에 코로나송>(의료진을 위무한 노래)이 <진또배기>와 상통하는 삼재시대의 절창이다. 2절로 이어지는 <진또배기> 노랫말도 안녕과 만선(滿船)과 풍년 기원이다.

풍어와 풍년을 빌면서 일 년 내내 기원하는 / 진또배기 진또배기 진또배기~ / 배띄워라 노를 저어라 / 파도가 노래한다 춤을 춘다 / 진또배기 진또배기 진또배기~ / 오리 세 마리 솟대에 앉아 / 물 불 바람을 막아주는 / 진또배기 진또배기 진또배기~ / 모진 비바람을 견디며 바다의 심술을 막아주고 / 말없이 마을을 지켜온 / 진또배기 진또배기 진또배기~ / 어허 어허 어허 어허 어야디야~ / 풍악을 울려라 만선이다 / 신나게 춤을 추자 풍년이다 / 진또배기 진또배기 진또배기~ / 어허 어허 어허 어허 어야디야~ 진또배기~.

노랫말의 모티브 진또배기는 민속신앙 속의 솟대다. 이 솟대는 새해 풍년을 기원하며 세우거나, 마을 입구에 수호신의 상징으로 세운 긴 나무 장대(통나무)다. 삼한 시대의 소도에서 유래한 것, 긴 통나무 끝에 나무로 조각하여 만든 새(鳥)를 꽂는다. 지방에 따라 소줏대, 솔대, 별신대 등으로도 불리며, 진또배기는 강원도 동해안 지방 사투리다. 이 노래를 이찬원이 2020년 미스터트롯 경연에서 부른 후, 찬또배기라는 별명을 얻었다.

솟대는 농촌에서 섣달 무렵 새해 농사가 풍년이 되길 기원하며, 볍씨를 넣은 주머니를 장대에 묶어 세웠던 것이 유래다. 이것을 마을 한복판이나 집 마당 등에 세우고 정월 대보름 때, 마을 사람들이 풍물놀이를 벌였다. 또한 마을의 입구에 수호신 역할이나 마을 경계를 나타내는 의미로 세웠는데, 장승과 함께 세우는 경우도 많았다. 그 밖에도 과거 급제를 축하하기 위해서 마을 입구에 꼭대기에 푸른색 청용(靑龍)을 붙인 주홍색 장대를 세우기도 했다. 솟대의 끝에는 오리나 기러기 등이 올려졌는데, 옛날 솟대의 새들은 천상계의 신들과 마을의 주민을 연결해주는 일종의 전령조(傳令鳥)였다는 설이 있다.

아시아의 북방 민족들은 기러기·오리·백조 등 물새들이 가을에 남쪽으로 떠났다가 봄에 다시 돌아오는 것을 매우 신성시한다. 시베리아의 오브강 동쪽에 네넷족은 기러기가 남쪽에서 돌아오는 날을 새해의 시작으로 여긴다. 이들은 기러기가 가을에 은하수를 따라 천상계로 날아갔다가 봄에 지상으로 돌아온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 진또배기는 강릉 경포호와 해안선 사이에 낀 강문이라는 포구마을 솟대가 대표적이다. 높이 5m 내외의 짐대 위에 세 갈래 나뭇가지가 가로로 얹혀 있고, 갈래마다 정교하게 만든 나무오리가 올라앉아 있다. 목을 길게 빼고 멀리 경포 호수 쪽을 바라보고 있는 모습이 곧 푸드득 날아오를 새처럼 생동감 있다. 진또배기란 짐대박이의 사투리로 짐대에 사람이나 짐승 또는 물건에 무엇이 박혀 있다는 뜻의 접미어 박이가 첨가되어 짐대박이가 된 것이다. 강문 마을에서는 음력 정월 보름, 4월 보름, 8월 보름 세 번에 걸쳐 서낭제를 지내왔다. 그중 진또배기는 4월 보름에 깎아 세웠단다. 여름철로 접어드는 절기의 문턱에서 행하는 기원이리라. 영동 지역에서 흔히 짐대서낭, 진대로 부르기도 한다.

<진또배기> 원곡 가수 머루와다래는 김정안·김정자부부다. 이 곡을 리메이크로 부른 이성우는 1959년 서천 출생 본명 이재열이다. 이성호라는 설도 있다. 그는 2018년 59세 이승을 등졌다. 그는 MBN 불타는트롯맨에 출연했던 이승환의 아버지다. 이재열은 전북기계공고· 홍익대 건축과를 졸업한 후 엔지니어로 일하다가 1997년 데뷔하였다. 불타는트롯맨에 출전했던 이승환은 생전에 아버지가 입던 무대의상 재킷을 입고 열창을 하여, 마스터들과 관객과 청중들의 가슴팍을 후벼팠다.

이 노래를 절창한 이찬원은 대구의 조영남으로 불리다가 휴학을 하고 서울로 온 가객이다. 찬또배기, 훠얼~ 훨 덩실덩실 하늘을 나는 듯, 목청을 내지르는 가수다. 1996년 울산(울주)에서 출생하여 대구에서 자랐다. 찬또배기 청국장보이스 찬또위키라는 별명을 달고 노래를 한다. 찬또배기는 진또배기 노래에서, 청국장 보이스는 구수한 절창에서, 찬또위키는 연예인들의 신상을 사전처럼 잘 꿰차고 있어서 붙여진 별명이다. 대구 선원초 성곡중 경원고를 거쳐 영남대 경제금융학과 휴학 중이다.

그는 13세경 스타킹에 출연(예명, 질러보이)해 트로트 신동으로 통했고, 미스터트롯에서 특유의 구수한 목소리로 올 하트를 받았었다. 2008년 전국노래자랑, 대구중구편 우수상, 2013년 전국노래자랑 대구서구편 인기상, 2019년 전국노래자랑 경북상주편 최우수상 수상자다. 상주는 이찬원의 외가가 있는 곳, 외할머니의 청으로 상주 노래자랑에 출전을 했었단다.

그의 절창은 행화지월(杏花之月) 낭랑창창(浪浪唱昶)이다. 활짝 핀 살구꽃떨기에 걸린 둥근 달님이여, 넘실넘실 덩실덩실~ 우렁우렁 내지름이여. 이찬원은 <내 마음 별과 같이>, <울긴 왜 울어>, <다 함께 차차차>, <고장 난 벽시계>, <잃어버린 30년>, <18세 순이>, <사나이 청춘> 등으로 세상과 소통하고 있다. 이찬원의 팬덤들은 <찬스>(Chan's)로 연계된 공감체이다.

유행가 노랫말의 모티브는 작품자, 특히 작사가들의 영감이 주효하다. 동동구루무, 검정고무신, 김포공항, 부산정거장, 합정역, 두만강 등이 이런 맥락이다. 2016년 네이버에서 1920년부터 1980년까지 발표된 음반 속, 6천 곡의 노랫말을 분석했었다. 이 중에 가장 많이 등장한 모티브가 마도로스였는데, 이는 그 시절의 인기 직업을 상징하는 말이었다. 이는 네덜란드의 외항선 선원을 의미하는 마트로스(matroos)에서 유래한 말인데, 우리나라에서는 선장으로 인식하기도 한다. 다음은 항구였단다. 뒤를 이은 단어들은 사랑·이별·강·고향 등이었단다. 이러한 모멘텀은 노래 탄생 시대 상황과 그 시절을 살아낸 대중들의 삶과 엇대인다. <진또배기>의 모멘텀 솟대도 이런 맥락이다. 유행가는 탄생 시대의 유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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