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종 이노비즈정책연구원장
김세종 이노비즈정책연구원장

중국이 한때는 저렴한 인건비, 기업 친화적인 투자유치전략 등을 통해 ‘세계의 공장’을 자처하면서 글로벌 가치사슬의 핵심으로 등장해 미국과 경쟁할 수 있는 G2가 될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연이어 터진 위기론에서 결코 자유롭지 못한 실정이다. 최근 중국경제는 코로나19 확산 이후 대내외 수요가 위축되면서 부진한 실정이다.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피크 차이나론을 넘어서 경제위기에 직면할 것이라는 의견이 대두되고 있다.

최근 발표한 중국경제 지표를 보면 침체의 흐름이 지속되고 있다. 지난 8월 15일에 발표된 7월 경제지표에서 소매 판매는 2.5% 증가에 그쳐 전월 3.1%에 비해 증가율이 둔화되었으며, 산업생산 증가율 역시 전월 4.4%보다 낮아진 3.7%에 불과하여 시장의 예상치를 크게 밑돌았다. 특히 청년실업률은 20%를 크게 상회하여 중국 정부가 통계치 발표를 중단하기에 이르렀다. 여기에 대형 부동산 개발업체 비구이위안(碧桂園) 등의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로 번져 부동산시장의 침체가 중국경제를 압박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지금 중국경제가 당면하고 있는 위험요인은 부채 확대, 부동산시장 침체, 급속한 인구 고령화, 미국의 견제, 글로벌 신뢰도 저하 등 대내외 요인이 혼재되어 있어 단기간에 수습될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국내외 전문기관에서 예측한 자료를 보더라도 중국경제는 생산, 소비, 투자 등 주요 경제지표의 약세가 뚜렷하여 경기침체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코로나19를 겪으면서 경제, 사회의 변화에 대한 대응에서도 중국 정부는 글로벌 트랜드에서 벗어난 엇박자 행보를 보이곤 했다.

경제지표의 부진은 중앙정부의 개입으로 개선된다 해도 근본적인 처방이 없이는 중국이 당면하고 있는 문제들을 극복하기 쉽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중국경제를 둘러싼 위기론에서 등장하는 것 중 하나가 블랙스완(black swan) 이론이다. 중국경제에 대한 불확실성이 확대되어 결코 발생해서는 안될 사건이 실제로 일어나게 된다는 가설이 깔려 있다. 중국경제에 대한 중앙정부의 통제가 강력하게 유지되고 있지만, 거대 부동산기업의 디폴트 선언 등은 결코 일어날 수 없는 사건이 현재화되어 위기에 빠지게 되는 것은 아닌지 안팎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여기에 대만과의 양안 갈등, 미국과의 군사적 충돌 가능성 등 블랙스완이 일어날 가능성이 남아 있다는 것이다.

또 다른 위기의 원인으로 타키투스의 함정(Tacitus Trap)을 지적하기도 한다. 타키투스의 함정이란 정부나 조직이 신뢰를 잃으면 진실을 말하든 거짓을 말하든 모두 거짓으로 받아들이는 현상을 지칭한다. 지난 코로나19 확산 및 수습과정에서 중국 정부가 보여준 행태는 대내외 신뢰를 상실하여 스스로 타키투스의 함정에 빠지고 말았다는 것이다. 또한 중국 정부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한 평화적 중재보다는 러시아 편을 드는 듯한 중・러 정상회담 개최 결과는 중국의 신인도에 대한 우려를 증폭시키고 말았다는 것이다.

중국경제가 당면하고 있는 위기 상황은 세계 경제는 물론 주변국에도 심각한 위협요인이 되고 있다. 한국경제도 예외는 아니다. 중국 수입시장에서 한국의 비중은 2005년 한때 11.6%에 달했으나 점차 줄어 2023년 상반기에는 6.2%로 축소되었다. 이러한 결과는 한국경제의 중국 특수가 조정을 받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되며, 중국 내부의 사정 등을 고려할 때 2019년 이전 상황으로 회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결국 중국을 대체할 수 있는 시장을 개척하는 일이 한국경제의 시급한 과제라 할 수 있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중국은 2001년 12월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을 계기로 세계의 공장 역할을 담당해 왔으며, 대외 상품 무역 규모가 급증하여 세계 최대 규모의 무역흑자 및 외환보유고를 달성하면서 2000년대 이후 국제사회에서 명실상부한 G2로 부상하였다. 문제는 중국경제가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지는 만큼 그 위상에 걸맞은 역할과 책임을 요구받고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중국 정부의 행보는 글로벌 스탠다드와 부합하지 못하고 주변국과의 갈등을 증폭시키고 있다.

중국 경제위기는 대내외 신뢰 위기에서 비롯되었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중국 정부가 주변 국가에 대한 배려와 협력, 글로벌 스탠다드에 적합한 보편적 가치에 대한 인정과 이를 준수하기 위한 법과 제도 정비 등 제반 노력을 다하지 않는다면 중국경제에 대한 신뢰는 회복하기 어려울 것이다. 중국경제가 잇따른 위기론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시장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고 글로벌 스탠다드를 준수하는 일로부터 출발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자 한다.

이노비즈정책연구원장 김세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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