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형진 고문 개인회사 에이치씨, 600억원 지분 매입
최윤범 회장, 한화 이어 현대차 유상증자로 지분 희석

장형진 영풍그룹 고문(사진 왼쪽)과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사진 오른쪽). 사진/영풍그룹, 고려아연
장형진 영풍그룹 고문(사진 왼쪽)과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사진 오른쪽). 사진/영풍그룹, 고려아연

고려아연 경영권을 둘러싼 최씨와 장씨 일가의 지분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고려아연이 독립적인 경영 체제를 갖추기 위해 노력하지만, 영풍그룹은 이를 허용하지 않으려는 모양새다.

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고려아연 주가는 코스피 시장에서 전날 대비 5.01% 오른 54만5000원의 종가를 기록했다.

고려아연 주가는 최근 지분을 두고 영풍으로 대표되는 장 씨 일가와 고려아연의 최 씨 일가의 지분 경쟁 사실이 알려지면서 들썩이고 있다.

이날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장형진 영풍그룹 고문의 개인회사인 에이치씨는 올해 3월부터 8월 말까지 60여 차례에 걸쳐 고려아연 지분 12만8890주를 매입했다. 이에 따라 보유하고 있는 고려아연 지분 수는 1만9천여 주에서 14만8133주로 급격히 늘었다. 매입가는 주당 약 46만원에서 54만원 사이로, 전체 매입가는 600억원이 넘는다.

에이치씨는 장 고문으로부터 지난해 10월 400억원에 이어 올해 7월 200억원 등 운영자금 명목으로 차입금을 끌어왔다.

이런 행보는 영풍그룹을 떠나고 싶은 고려아연을 놓지 않으려는 노력이다. 고려아연은 올해 정기 주주총회를 영풍과 맞춰 같은 날, 같은 장소에서 1시간 간격으로 개최하던 기존 관례에서 벗어나 일주일 앞서 개최했다.

고려아연은 1949년 장병희, 최기호 공동 창업주가 영풍을 설립한 뒤 1974년 분리됐다. 이후 장 창업주 후손은 영풍과 영풍문고, 전자기기·장치 사업을 맡고 있으며 최 창업주 후손은 고려아연과 비철금속 사업을 담당하고 있다.

반대로 고려아연은 유상증자를 통해 우군을 확보하고, 영풍이 보유한 지분을 희석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의 ‘HMG Global LLC’은 고려아연 유상증자에 참여해 104만5430주를 매입하기로 했다. 주당 가격은 50만4333원으로, 총 금액은 약 5272억원이다. 증자 전 고려아연 발행주식 총 수는 1986만3158주로, 이번 유상증자는 약 5.2%에 해당한다.

현대차그룹의 고려아연 지분 인수는 전기차 배터리 핵심 소재에 있어 양사의 협업이 공식적인 이유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정의선 현대차그룹의 회장과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의 친분으로 인해 향후 경영권 분쟁 시 현대차그룹이 최 회장에게 힘을 실어줄 것으로 보고 있다.

HMG Global LLC를 대상으로 한 유상증자가 종료되면 최 회장과 우호지분은 약 32%로 늘어나고, 반대로 영풍의 장씨 일가 지분율은 32.66%에서 31.02%로 감소한다.

고려아연은 지난해에도 비슷한 방식으로 우군을 확보했다. 지난해 8월 고려아연은 '한화H2에너지USA'를 대상으로 4717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진행했다.

하지만 영풍 측이 고려아연 지분을 계속 확보하면 계열분리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계열분리를 위해선 특수관계인의 주식 보유 비중을 상호 3% 미만(상장사 기준)으로 낮춰야 하며, 겸임 임원이나 채무관계 등도 정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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