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 前대사 “인도와 기술‧경제‧보건 협력 강화해야"

주 유엔대사와 주인도 대사를 역임한 조현 서울대학교 정치외교학부 객원교수가 7일 오전 
주 유엔대사와 주인도 대사를 역임한 조현 서울대학교 정치외교학부 객원교수가 7일 오전 서울 인터컨티넨탈 서울 코엑스에서 개최된 '2076회 인간개발경영자연구회’에서 강연하고 있다. 사진/김혜준 기자

“갑갑하고 캄캄하단 이미지가 있었던 인도였지만, 실제로 만난 인도 젊은이들은 희망으로 가득 차있었고 나라도 빠르게 변화하고 있었습니다. 금이 간 카스트 제도 사이로 들어온 빛을 보고 달리는 인도는 고속 성장을 이룬 70~80년대 한국과 닮아있었죠.”

주 유엔대사와 주인도 대사를 역임한 조현 서울대학교 정치외교학부 객원교수의 말이다.

7일 인간개발연구원은 서울 인터컨티넨탈 서울 코엑스에서 '2076회 인간개발경영자연구회’를 열고 변모하는 대국 인도를 살피고 한국의 경제‧외교‧안보 과제에 대해 논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날 세미나에는 국내 주요 기업 경영자, 인사 실무, 책임자급 임직원 130여 명이 참석했다.

강연을 맡은 조 교수는 세계 1위의 인구대국, 3위의 경제대국, 새로운 카테고리의 핵보유국으로 올라선 인도의 현황에 대해 조명했다.

그는 “인도의 사회는 변모하고 경제는 상승하고 있다”면서 “인도는 초기에 높은 문맹률, 경제 정책의 실패로 중국보다 발전이 늦었지만, 모디 총리가 추진한 부패 일소‧제조업 중심 정책 등 개혁이 빛을 보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인도는 2022년 기준 GDP 기준으로는 5위, 구매력 기준으로는 세계 3위의 경제대국에 해당한다. 2023년 연간 GDP 성장률 분야서도 5.9%를 기록하며 전세계 1위를 기록했다.

또 조 교수는 세계 1위 인구에서 나오는 풍부한 인력 또한 인도의 강점으로 뽑았다. UN 인구기금에 따르면 올해 인도의 인구수는 14억2860만명으로 집계되면서 기존 인구 1위 국가였던 중국(14억2570만명)을 넘어섰다.

조 교수는 리시 수낙 영국 총리, 카말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 등 강대국을 이끄는 리더와 CEO 상당수가 인도 출신 이주민 집단에서 배출됐다며 이를 ‘인디언 디아스포라’로 지칭했다.

조 교수는 “이런 인디언 디아스포라가 형성될 수 있었던 배경으로 한국 직장의 ‘순응 문화’와 다른 인도의 활발한 ‘논쟁적 자세’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인도인처럼 ‘모난 돌’이 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아울러 인도의 국제 정치에서의 지위도 강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 교수는 “인도국민당을 이끄는 모디 총리는 70%에 달하는 지지율을 얻으며의회당을 앞선 전국정당으로 거듭났다”며 “2023년은 G20 주최국이기도 한 인도가 주도하는 해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 인도가 새로운 핵보유국으로 올라서고, 미국과 제트엔진‧드론‧반도체 분야에서 협력하는 파트너로 올라선 점에서 전략적 가치에서도 대국으로 변모했다고 진단했다.

이어 조 교수는 “한국와 인도는 높은 경제적 상호보완성을 가진 최적의 파트너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삼성, 현대, LG, SK그룹 등 제조업 분야의 대기업을 보유한 한국과 서비스 대기업을 보유한 인도는 서로 대기업 주도의 경제 구조라는 점에서 맞닿아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한국의 방산 수출에서도 인도는 최고의 시장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인도는 2018년~2022년까지 세계 무기 수입시장에서 홀로 11%를 차지하며 전 세계 1위의 무기 수입국으로 올라섰다.

조 교수는 “인도는 세계 최대의 무기 수입국으로, 한국의 K-9 자주포를 이미 2017년 100여대를 구입한 바 있다”며 “최근까지 인도의 무기 수출을 독점하다시피 하고 있던 러시아의 비중도 최근 외교가 악화되며 줄고 있어 한국에는 큰 호재”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다만 한국의 소해정 수출이 인도의 복잡한 수출 관례를 뚫지 못하고 막히는 등 쉽지만은 않은 시장”이라며 “미국, 프랑스, 일본, 이스라엘이 인도 시장의 라이벌이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끝으로 조 교수는 한국이 인도를 전략적 협력국가로 대하는 새로운 미래 전략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기술‧경제‧보건 분야의 안보에서 긴밀하게 협력해 ‘중국 리스크’를 줄일 수 있는 ‘보완적 파트너’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은 현재 한국과 가장 긴밀한 경제적 관계에 있는 국가지만, 그 무역‧기업 관행에 의문이 제기되고 인건비도 상승해 대안을 찾는 움직임이 커지고 있다. 리서치 회사 IMA인디아의 2023년 조사에 따르면 세계 CEO의 88%가 중국에 대한 주요 대한으로 인도를 지목하고 있다.

이날 세미나를 주최한 오종남 인간개발연구원 회장은 “중장기적으로 볼 때 14억 인구 대국인 인도는 아세안 전체보다도 중요한 교역국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연을 정리했다.

한편 '인간개발경영자연구회'는 1975년 2월 산업의 선진화, 경쟁력 향상을 위해 국내 경영자와 전문가들이 모여 설립됐다. 지금까지 인간개발경영자연구회는 '가치창조', '인간경영', '인재개발', '사회소통', '사회공헌'을 중심으로 지금까지 2076회의 조찬 세미나를 열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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