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리브덴·텅스텐 등 공급망 협업 'TIPF' 체결
자원 무기화 확대 가능성…"전략광물 확보 지속"

몰리브덴 광물. 사진/코리아몰리브덴 홈페이지
몰리브덴 광물. 사진/코리아몰리브덴 홈페이지

미중 무역갈등으로 촉발된 자원 전쟁 위기감이 고조되는 가운데 우리나라가 우즈베키스탄과 손을 잡았다. 우즈베키스탄은 반도체 소재를 비롯해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몰리브덴과 텅스텐 매장량이 풍부해 중국 의존도를 낮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13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우즈베키스탄과 중앙아시아 국가로서는 첫 번째 무역투자촉진프레임워크(TIPF)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TIPF는 자유무역협정(FTA)이 당장 힘들거나 전략적 협력이 필요한 국가와 관세 양허를 제외한 무역·투자·공급망·에너지 등에서 포괄적 협력 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산업부가 추진하고 있는 새로운 협력 프레임이다.

이번 TIPF로 우리나라는 희소금속으로 지정된 몰리브덴과 텅스텐의 원활한 공급을 기대하고 있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우리나라의 몰리브덴 수입액은 약 1조2000억원이다. 이 중 대부분이 정광 형태로 수입되고 있으며 중국 비중은 11%다.

또 합금 형태의 몰리브덴은 100%, 스크랩 형태로는 58%, 금속 형태로는 33%를 중국에서 들여오고 있다.

우즈베키스탄과의 협력 강화는 특히 반도체 소재에서의 일본 의존도를 낮추는 효과까지도 기대할 수 있다. 2021년 한국생산기술연구원은 중소기업 엔에이티엠과 함께 희소금속 몰리브덴을 초 고순도로 정련하는 장비를 개발했다. 생기원은 공급 안정성을 이유로 2019년 6월 우즈베키스탄과 계약을 맺고 몰리브덴 원료 공급망을 구축했다.

특히 중국 의존도를 낮추는 건 장기적인 몰리브덴 공급망에 안정성을 제고하는 방안이기도 하다. 중국은 2020년 기준 12만 톤의 몰리브덴을 생산하며 전 세계 생산량의 40%를 차지했다. 중국은 2021년 미국·페루·칠레 등 주요 생산국들이 감산하는 동안 반대로 몰리브덴 생산량을 13만 톤까지 늘렸다. 중국은 2014년부터 2018년까지 환경 규제를 이유로 몰리브덴 생산량을 줄였지만, 2019년부터 다시 늘리는 중이다.

최근 수급 불균형에 몰리브덴 가격이 다시금 오르면서 자원 확보 필요성이 고조되고 있다. 한국자원정보서비스에 따르면 올해 2월 톤당 5590위안에서 4월 2712위안까지 떨어지다 최근 4335위안까지 다시 오른 상태다. 최근 3년을 기준으로 놓고 보면 2020년 9월 1430위안에서 꾸준히 우상향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광물의 국내 수급 리스크의 표준척도로 활용되는 수급안정화 지수도 2020년 공급과잉을 의미하던 84.87에서 올해 9월 수급주의를 의미하는 10.26까지 떨어졌다. 올해 초 중국 본토에서 가장 큰 몰리브덴 생산 업체인 ‘차이나 몰리브덴’은 생산목표를 소폭 하향 조정기도 했다.

최근 중국이 자원을 무기로 내세우는 행보를 보이는 점도 핵심전략광물 공급망을 사전에 확보해야 하는 이유다. 올해 7월 중국 정부는 첨단 반도체 핵심 소재인 갈륨 관련 품목 8개와 태양광 전지 소재인 게르마늄 관련 품목 6개 수출 시 중국 상무부 허가가 없을 경우 수출을 금지한다고 밝혔다. 중국은 전 세계 갈륨과 게르마늄 수출의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업계는 중국을 상대로 반도체 장비 수출을 제한했던 미국과 일본, 네덜란드를 겨냥한 조치로 보고 있다.

업계에서는 갈륨, 게르마늄과 함께 중국 점유율이 50%에 이르는 텅스텐과 바나듐도 추가적인 제한 조치를 취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 비중이 높은 건 텅스텐도 상황은 비슷하다. 코트라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중국의 텅스텐 부존량은 전 세계의 47.4%, 84.5%를 차지했다. 중국은 정부에서 허가한 16개 업체에만 수출을 허용하고 있으며, 우리나라는 산화텅스텐의 82.9%, 탄화텅스텐의 90.9%를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

중국은 텅스텐 채굴 쿼터제를 도입하고 있음에도 최근 실제 텅스텐 정광 생산량이 쿼터를 초과하고, 여기에 생산비용과 품위 저하 등을 이유로 생산량을 줄이고 있다. 텅스텐광석 가격은 지난해 11월 톤당 10만8000위안에서 올해 9월 12만2000위안까지 올랐다.

산업부 관계자는 "이번 TIPF는 양국 간 공급망에 있어 협력한다는 파트를 넣었고, 공급망 부분을 염두에 두고 협의를 추진한 것이다"며 "희소금속이나 핵심전략광물들은 사전에 확보할 수 있는 노력을 해야 하고, 우즈베키스탄 외 전략광물을 가지고 있는 국가들과 광물 에너지 원자재 공급 관련한 MOU도 별도로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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