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콘텐츠 계열사 '삼양애니' 역할론 부각…사업 성과와 승계작업 대비

14일 열렸던 ‘삼양라면 60주년 기념 비전선포식’에서 전병우 삼양라운드스퀘어 전략본부장이 삼양식품의 사업전략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삼양식품
14일 열렸던 ‘삼양라면 60주년 기념 비전선포식’에서 전병우 삼양라운드스퀘어 전략본부장이 삼양식품의 사업전략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삼양식품

전병우 삼양라운드스퀘어 전략본부장이 '이터테인먼트’(EATertainment)'를 강조하면서 삼양식품그룹의 콘텐츠 커머스 계열사 '삼양애니'의 역할론이 부각되고 있다. 전 본부장으로서는 삼양애니를 잘 키운다면 그룹 과제인 사업 다각화와 승계작업 대비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게 된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14일 열렸던 ‘삼양라면 60주년 기념 비전선포식’에서 전 본부장은 2019년 삼양식품 해외전략부문장으로 입사한지 4년 만에 처음으로 공식 석상에 등장했다.

이 자리에서 전 본부장은 "삼양라운드스퀘어의 브랜드가 즐거운 놀이 문화가 되고, 소비자가 초록색 자연에서 더 건강하고 행복한 오늘을 사는 것이 당연한 미래로 만들겠다"며 그 방안으로 이터테인먼트를 내세웠다.

먹다(eat)와 엔터테인먼트(entertainment)를 합친 이터테인먼트는 콘텐츠를 통해 정서적·문화적 차원에서 보다 더 즐거운 식문화를 전파해 음식의 개념을 재정의하고 인식을 확장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이에 따라 삼양식품의 대표 제품 브랜드들을 콘텐츠화한 마케팅을 앞으로 선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정우종 삼양애니 대표는 "불닭 브랜드를 통해 '음식을 중심으로 한 (콘텐츠)놀이터' 같은 K-문화플랫폼을 만들고자 한다"며 "K-스파이시를 직접 소개하는 DTC(Direct to customer) 푸드커머스 플랫폼 또한 구축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이터테인먼트가 삼양식품의 세대교체를 의미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삼양식품은 올해 상반기 기준 면스낵 제품 매출이 전체의 94%를 차지한다. 삼양식품은 붉닭소스 등을 출시하며 소스‧조미 소재 사업을 키워 면스낵 의존도를 낮추려 했지만, 전 본부장은 콘텐츠 사업을 강조하고 있다.

김정수 부회장도 "시대가 발전하면서 이제 사람들은 굶주림 대신 정서적 허기를 느낀다"며 "불닭볶음면은 '불닭챌린지' 등을 통해 놀이이자 문화로서 정서적 카타르시스와 삶의 재미를 누릴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고 이터테인먼트 사업을 지원했다.

삼양애니의 성장은 전 본부장이 3세 경영인으로서 사업적 성과와 함께 승계를 대비할 수 있는 방안이다. 삼양식품그룹은 전 본부장 입사 2년 후 삼양애니를 설립하며 콘텐츠 사업을 준비해왔다. 전 본부장은 대표로 이름을 올리며 삼양애니 설립 과정부터 주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업 전개 방향은 삼양애니의 브랜드 '크레이지타이거(KrazyTiger)'를 통해 대략적으로 파악해볼 수 있다. 삼양애니는 와디즈를 통해 '크레이지타이거 매운볶음김치'를 선보였고, 여기에는 자체 캐릭터 '호피(HOPPY)'가 전면에 활용됐다.

다만 삼양애니는 매운볶음김치 외 추가적인 제품을 내놓지는 않고 있으며, 대신 글로벌 메타버스 게이밍 플랫폼 '더 샌드박스(The Sandbox)'와 파트너십, '에스에이엠지엔터테인먼트'와 키즈 푸드‧콘텐츠 사업에 영역을 확장하기 위해 MOU 체결하며 사업 확장을 꾀하고 있다.

콘텐츠 사업이 가시화되고 이를 통해 삼양애니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는 삼양라운드스퀘어 가치가 오르면 향후 전 본부장의 경영승계작업에 용이하다. 전 본부장은 삼양식품에 0.59%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또 지주사인 삼양라운드스퀘어 지분구조는 전인장 전 회장과 김 부회장을 합해 47.9%, 자사주 27.9%, 전 본부장 24.2%로 구성돼 있어 그룹 지배력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룹 지배력은 최종적으로 삼양식품 지배력을 목표로 하고, 이때 삼양라운드스퀘어가 활용될 수 있다. 지난해 말 별도 재무제표 기준 3254억원의 자산을 가지고 있어, 올해 상반기 말 기준 삼양식품 9015억원의 1/3 수준이다. 이 격차는 삼양애니 기업가치가 올라 삼양라운드스퀘어 가치까지 증가하면 자연스레 줄일 수 있고, 전 본부장의 삼양식품 지분 확보를 위해 양사를 합병하는 방법도 가능하다.

또한 삼양라운드스퀘어의 배당금 지급 또는 보유하고 있는 지분 가치가 오르는 것만으로도 이득이다. 삼양라운드스퀘어는 지난해 미처분이익잉여금으로 1820억원을 보유 중이며 약 28억원을 배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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