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만의 800원대 엔화 환율…일본 철강 수입가격 하락
저가 흐름에 중국산 수입도 증가…원자재 부담은 지속

일본제철 홈페이지. 사진/일본제철
일본제철 홈페이지. 사진/일본제철

철강 가격을 두고 업계의 딜레마가 깊어지고 있다. 하반기 원자재 가격 인상 추세에 원가 부담이 커지고 있지만, 수입 철강 가격은 여전히 낮은 수준에서 형성돼 있어 쉽게 가격을 올리기 힘든 상황이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원/엔화 환율은 899.28원이다. 올해 6월 897.49원 이후 두 번째이며 2015년 이후 8년 만의 800원대다.

엔화 약세가 지속되면서 일본에서 수입되는 철강 가격도 낮아지고 있다. 국제원자재가격정보 사이트에 따르면 14일 기준 일본 H형강 수입가격은 톤당 850달러로, 지난 3월 955달러 이후 계속해서 낮아지고 있다. 또 일본 철근 수입가격은 같은 기간 917달러에서 809달러, 냉연강판CR은 1070달러에서 897달러, 열연강판HR은 4월 980달러 선에서 761달러, 후판은 1100달러 수준에서 993달러로 낮아졌다.

그러다보니 수입물량은 늘었음에도 수입금액은 줄어드는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올해 1~8월 누적 기준 일본에서 수입한 철강량은 약 584만톤으로 전년 동기 대비 약 12만톤 가량 늘었다. 반면 수입금액은 39억달러로 9억달러 정도 줄었다.

일본 철강 가격 하락은 최근 중국산 철강 가격 하락과 함께 철강 수입물량이 증가하는 이유로 꼽히고 있다. 중국 철근 가격은 올해 3월 톤당 619달러에서 9월 14일 517달러, 냉연강판CR은 같은 기간 701달러에서 661달러, 열연강판HR은 643달러에서 545달러, 후판은 653달러에서 545달러로 내려갔다. 상반기 중국으로부터의 철강 수입물량은 464만톤으로 전년 동기 대비 36% 늘었으며, 같은 기간 전체 철강 수입량은 830만톤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10% 증가했다.

이달 1일 중국 12개 제철소들은 철강 가격을 일제히 인상한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연초 대비 여전히 낮은 수준인데다, 중국 부동산 경기가 살아날지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안희수 이베스트 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아직 재고 축소 흐름은 지난해 대비 작고, 감산 움직임도 미미하다"며 "철강 실수요 개선과 상승한 가격 지지를 위해서는 중국 부동산 기업들이 실제로 주택 건설, 개발투자를 하는지 관련성 지표를 주목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철강 가격이 높았던 기저 효과와 함께 엔저(低)가 지속되면서 수입물량이 늘었음에도 금액은 줄었다"며 "각 업체마다 다르겠지만 업계가 하반기에 전반적으로 힘든 건 사실이다"고 말했다.

수입가격은 하락하는 가운데 국내 철강 가격은 상승 압박을 받고 있다. 한국자원정보서비스에 따르면 철광석 가격은 지난 5월 톤당 100.31달러에서 9월 15일 122.07달러로 상승했다. 철광석 가격은 지난달 11일 103.89달러까지 하락했지만, 이후 한 달 동안 계속해서 증가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또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제철용 원료탄 가격은 이달 5일 기준 톤당 270달러로, 지난달 246달러 대비 24달러(9.8%) 올랐다. 제철용 원료탄은 올해 7월 톤당 221.5달러 대비 최저점을 찍었지만, 이후 48.5달러(21.9%)나 상승했다. 철광석과 제철용 원료탄은 원가의 60~70%를 차지한다.

상반기 철강업계는 원가 부담에 수익성이 하락했다. 포스코의 경우 올해 상반기 매출액 대비 원가율은 91%로, 전년 동기 대비 약 5%p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약 5800억원, 32% 줄었다. 현대제철 또한 올해 상반기 89%의 원가율로 약 4%p 늘었으며, 이에 따라 영업이익은 47%가 급감했다.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수익성 부담에 9월 열연강판HR 가격을 톤당 5만원 인상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포스코는 2014년 처음 출시한 후 판매를 중단했던 범용 철강재 ‘GS400’을 6월부터 재출시했다.

철강업계가 가격을 올리기도, 내리기도 힘든 상황이 되면서 하반기 조선업계와의 후판 가격 협상도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올해 상반기 철강업계와 조선업계는 지난해 톤당 80만원보다 약 10만원 오른 90만원에 후판 가격을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철강업계는 이 또한 원가 상승분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는 입장인 만큼, 하반기 후판 가격에서도 인상을 요구할 것으로 여겨진다. 반면 조선업계는 중국산 후판 수입량 증가를 이유로 가격 인하를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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