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종호 한국강소기업협회 상임부회장·경영학박사
나종호 한국강소기업협회 상임부회장·경영학박사

일반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판매를 하는 소비재와 달리, 산업재는 특정고객을 대상으로 판매를 한다. 따라서 산업재일수록 보다 정교한 마케팅과 고객관계가 필요하다. 특히, 산업재는 오랜 교섭 끝에 구매가 이루어지고 판매 후에도 판매자와 구매자간의 상호 의존관계가 지속되어야 하기 때문에 사전에 명확한 컨셉을 가지고 제안영업이 이루어져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구체적인 시장세분화 작업이 먼저 이루어져야 한다.

시장세분화 분석에 따라 각 시장별 수익성을 따져보고 어느 시장에 진입할 것인지를 결정해야 한다. 이를위해 건설, 물류, 공공기관, 제조 등의 고객 소속산업 분류는 물론, 공장규모, 고객위치, 인원수, 구매조직의 구조, 산업내 경쟁력 등 고객의 조직적 특성과 최종 소비자(End User)를 파악해야 한다.

시장세분화 작업은 신규 구매인지, 단순 재구매인지, 아니면 수정 재구매인지도 함께 고려해서 시장을 분석해야 한다. 이렇게해서 목표시장이 정해지면 회사나 상품을 경쟁자와 차별화해서 고객에게 인식시킬 수 있도록 방문영업이나 매체활용, 전시회 등의 마케팅 활동을 해야 한다.

한편, 산업재 구매는 구매부서의 담당자 한사람에 의해서 결정되는 게 아니고 집단 의사결정을 한다. 구매담당자 외에도 공장 엔지니어, 공장장, 재무관리자, 경영진 등의 사람들이 직.간접적으로 구매결정에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구매의사 결정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어떤 기준을 중요하게 생각하는지를 정확히 파악하여야 한다. 또한 구매자는 많은 경험과 상품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자사 상품에 대한 기술적인 특징과 경쟁제품 대비 상대적인 장점이 무엇인지를 정확히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이러한 산업재 구매의사 결정과정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조직의 성향이나 조직의 규모, 또 구매담당자 개인적인 동기나 역할이다. 특히, 학연이나 지연, 친분관계, 개인적인 야심, 위험회피 성향 등이 구매의사 결정과정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우리나라 사회에서는 학연, 지연 같은 개인적인 동기가 더 많은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따라서 산업재 영업에서는 상품을 팔겠다는 생각을 하기에 앞서 구매 관계자에 대한 인적 정보 파악이 먼저 선행되어야 한다. 즉, 학교를 어디 나왔고, 고향은 어디고, 취미는 무엇인지 등을 꼼꼼히 파악해둘 필요가 있다.

구매자에 대한 이런 정보에 따라서 접근하는 방법을 달리하고, 상대방과의 구매의사결정 과정별 마케팅 활동도 소비재와 달리, 더 복잡하고 정교한 과정이 필요하다. 특히, 각 단계별 세분화된 마케팅 활동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새로운 수요창출이 가능해진다.

첫째, 구매자가 문제를 인식하도록 영업사원, 광고, 다이렉트 메일 등의 촉진활동을 해야 한다. 구매자가 제품구매의 필요성을 인식하도록 영업사원이 직접 찾아가서 제안영업을 하기도 하고, 제안서를 메일로 보내기도 한다. 또한 고객사에 접근이 가능한 매체 광고를 통해서 문제를 인식하게 해야한다.

둘째, 문제를 인식한 구매자는 내구성, 가격 등 상품이 갖추어야 할 구체적인 특징을 명세서 형태로 작성한다. 즉, 자사의 제안에 의해 문제를 인식하거나 구매의 필요성을 느끼게 된 구매 고객사는 구매할 상품이 갖추어야할 세부적인 조건을 작성하게 된다.

셋째, 상품명세서가 내부적으로 확정되면 명세서에 표기된 조건에 가장 적합한 업체를 다양한 인쇄매체를 통해서 찾거나 아니면 전시회에 참가해서 찾게 된다. 따라서 산업재 회사의 영엄사원은 구매자가 구매를 검토하는 상표군에 포함되도록 광고를 하거나 전시회 참가 등의 프로모션 활동을 해야 한다.

넷째, 검토하고자 하는 대상 업체 리스트가 작성되면 구매자는 검토 대상 업체들에게 제안서를 요청하게 된다. 따라서 산업재 담당자나 영업사원은 자사 상품의 셀링포인트나 우수성을 잘 표현하고 자사상품이 구매자에게 어떤 차별적인 혜택이 있는지를 제안서에 들어가도록 해야한다.

다섯째, 구매자는 공급업자가 제시한 제안서를 구매자의 일정한 평가기준에 따라 평가하여 각 업체별로 점수를 산정해서 가장 우수한 업체를 선정하게 된다. 따라서 산업재 담당자는 구매자의 평가기준과 각 기준에 대한 중요도를 파악하고, 각 경쟁업체별 강약점도 분석하여 자사상품의 상대적인 경쟁 우위점을 집중적으로 부각시켜야 한다.

여섯째, 구매자는 선정된 업체와 납기, 환불, 품질보증기간 등 구체적인 납품조건을 협의하여 최종계약을 체결한다. 계약이 끝나고 납품이 시작되면 구매자는 공급업체의 제품품질, 계약이행 정도 등의 결과를 평가하여 거래관계를 계속 유지할 것인지, 아니면 중단할 것인지를 결정한다. 따라서 산업재 담당자는 납품이 완료된 뒤에도 구매자의 평가 방식을 알아내서 다음번 납품시에 참고할 수 있도록 하고, 납품 제품에 대한 만족도 정도를 파악해서 구매자가 불만을 갖지 않도록 계속 관리를 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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