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호승 시인이 5일 서울 인터컨티넨탈 서울 코엑스에서 개최된 '2077회 인간개발경영자연구회’에서 사랑과 고통의 가치에 대해 강연하고 있다. 사진/김혜준 기자
정호승 시인이 5일 서울 인터컨티넨탈 서울 코엑스에서 개최된 '2077회 인간개발경영자연구회’에서 사랑과 고통의 가치에 대해 강연하고 있다. 사진/김혜준 기자

“자본주의와 시장경제 속에서 사는 우리들은 대부분이 제 1의 가치로 돈의 가치를 쫓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을 부정하지는 않겠습니다. 그러나 자본, 돈보다 상위의 가치가 있다면 그것은 사랑 말고는 없을 것입니다.”

소월 시 문학상과 정지용 문학상, 편운문학상 등을 수상한 정호승 시인은 이렇게 말하며 인생의 가장 중요한 가치로 ‘사랑’과 ‘고통’을 지목했다.

인간개발연구원은 5일 서울 인터컨티넨탈 서울 코엑스에서 '2077회 인간개발경영자연구회’를 열고 정 시인을 초빙해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가치를 탐구하는 시간을 가졌다.

강연에 앞서 오종남 인간개발연구원 회장은 “잘 그린 떡 그림 하나가 수많은 떡들의 가치를 가지게 된 이날 ‘그림의 떡’이란 말의 의미도 크게 변했다”고 강조하며 정 시인에 대해 ‘대한민국에서 가장 사랑받는 시인’이라고 소개했다.

정 시인은 작품 ‘여행’을 통해 “인생이란 지구라는 작은 별 위에서 펼쳐지는 여행이자, 사람의 마음속을 나아가는 여행”이라고 했다. 특히 그는 기쁨과 슬픔, 절망과 희망 등 수많은 가치가 산재한 마음속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인 사랑을 찾아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 시인은 ‘빈민의 아버지’로 일컬어지는 프랑스 피에르 신부가 남긴 “삶이란 사랑하는 법을 배우기 위한 얼마간의 자유시간이다”를 인용해 짧은 인생 속에서 반드시 배워야 할 것이 있다면 사랑하는 법이라고 강조했다. 또 미국 최고의 투자자들인 빌 게이츠와 워런 버핏의 “진정한 성공이란 가까운 사람들로부터 사랑 받는 것”이란 어록을 들며, 물질적 가치를 넘어서는 궁극적인 삶의 목표가 있다면 그것은 사랑이 되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사랑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용서’가 빠질 수 없다고 역설했다.

정 시인은 “절대적인 어머니의 사랑에서 ‘완성된 사랑’을 찾을 수 있으며, 그런 모성에서 가장 중심이 되는 것은 용서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용서는 결코 쉽지 않은 선택이라면서도 “용서는 선택이고, 용서를 선택하는 것은 내 과거를 해방시켜 현재의 내 삶을 치유하는 것”이라며 용서가 타인이 아닌 자신에게도 회복의 수단임을 강조했다.

이어 그는 언뜻 보기엔 사랑과 상반되는 것 같은 고통 또한 인생의 가장 큰 가치라고 강조했다.

정 시인은 “사랑은 고통을 내포하고 있는 것으로, 사랑이 시작되는 순간 고통이 시작된다”며 “사랑하지 않는 인생이라면 고통도 없을 것이나 인생에 사랑과 고통은 반드시 존재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김수환 추기경의 “사랑 없는 고통은 있어도 고통 없는 사랑은 없다”와 괴테 시인의 “모든 색채는 빛의 고통이다”, 빅터 프랭클 심리학자의 “고통은 의미를 찾는 순간 더 이상 고통이 아니며, 의미 없는 고통은 없다” 등을 잇달아 인용하며 고통은 성취를 위해 거쳐가는 단계임을 강조했다.

정 시인은 “포도가 짓밟히지 않으면 포도주가 될 수 없다”며 “포도주의 향기는 곧 고통의 향기며, 발효라는 성취를 위한 과정”이라고 비유했다.

정 시인은 강연을 마치며 고려시대 때 지어진 연못에 묻혀있다 현대에 발굴돼 700년만에 다시 꽃을 틔운 ‘아라홍련’에 빗대 고통의 가치를 설명했다. 땅 속에 묻혀 있는 수백년의 고통 끝에 성취를 거둔 연꽃처럼 행복도 고통을 필요로 한다는 것이다.

이날 열린 '인간개발경영자연구회'는 1975년 2월 산업의 선진화, 경쟁력 향상을 위해 국내 경영자와 전문가들이 모여 설립됐다. 지금까지 인간개발경영자연구회는 '가치창조', '인간경영', '인재개발', '사회소통', '사회공헌'을 중심으로 지금까지 2077회의 조찬 세미나를 개최해왔다.

강연을 이끈 정호승 시인은 경희대학교·대학원 국문과를 나와 1973년 신춘문예 시 부분에 당선된 후 소월 시 문학상, 정지용 문학상, 편운문학상, 가톨릭 문학 상 등 다수의 수상을 거두며 한국을 대표하는 서정 시인으로 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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