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유럽판 IRA 시작…올해 말 보조금 대상 발표
중국산 소재 의존도 높은 배터리, 탄소배출량 감점요인

‘디 올 뉴 코나’ 외장 디자인. 사진/현대자동차
‘디 올 뉴 코나’ 외장 디자인. 사진/현대자동차

현대자동차 그룹의 중국산 소재와 부품에 대한 고민이 깊어진다. 프랑스에서 시작해 유럽 전역으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는 보조금 차등 적용이 배터리를 비롯한 중국산 부품을 탑재한 전기자동차에 불리하기 때문이다.

6일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12월 15일 프랑스 정부는 전기차 보조금 대상 차량 목록을 발표한다. 2023년 개인 기준 중량이 2.4톤 미만 차량 중 구매 비용이 4만7000유로(약 6673만원) 미만인 전기차는 구매 보조금 5000유로(약 709만원)를 지급한다. 또 저소득가구는 2000유로(약 283만원)를 추가 지원해 최대 7000유로(약 993만원)를 지원한다. 전기승합차는 최대 8000(약 1135만원)유로다.

프랑스는 탄소배출량을 기준으로 보조금을 결정하며, 원자재인 철강, 알루미늄과 기타 재료 생산부터 배터리 생산, 조립, 차량의 수송 등 총 6개 부문을 대상으로 평가한다. 소형 차량(4인승)은 생산 과정에서 9톤 미만, 대형 차량(5인승)은 14.75톤 미만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해야 한다.

현대차·기아 전년 동기 대비 올해 상반기 8.6% 감소한 총 7만1240대의 전기차를 유럽에 판매했다. 하지만 하반기 힘을 내며 올해 1~3분기 누적 10만9626대로 전년 동기 대비 21.0% 증가했다.

유럽 시장 상승세를 꺾을 수도 있는 보조금과 관련해 현대차·기아를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의 가장 큰 문제는 운송 거리다. 산업연구원 추산에 따르면 중국, 한국, 일본 등 아시아의 탄소배출계수는 철도 이용시 0.041, 도로 이용시 0.377이다. 유럽은 각각 0.023과 0.256이 적용되며 프랑스는 제외된다. 산업연구원 추산에 따르면 아시아에서 차량을 조립한 제품은 프랑스 현지 조립보다 약 세 배 수준의 탄소가 발생한다는 수치가 나온다.

현대차·기아는 미국 조지아주와 인도네시아 델타마스 공단에 신규 전기차 전용 공장 건립한다는 계획을 내놨지만, 유럽은 기존 공장을 활용해 운송거리에 따른 불이익을 만회할 것으로 여겨진다. 현대자동차의 체코공장은 올해 8월부터 전기차 '디 올 뉴 코나 일렉트릭'(2세대 코나EV)생산을 시작했으며, 기아의 슬로바키아 공장은 2025년부터 유럽 시장에 특화된 중·소형 전기차를 생산할 계획이다. 두 공장 모두 연간 생간능력이 33만대로, 지난해 유럽에 판매한 14만3460대를 상회한다.

문제는 배터리다. 산업연구원은 "배터리는 전기차 가격의 3분의 1에 달할 정도로 비중이 높기도 하지만, 자동차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의 가장 큰 부분이 배터리 생산 과정에서 발생한다"며 "아시아로부터의 수입은 보조금 적용에 불이익을 초래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유럽 내 생산으로의 재편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프랑스는 배터리 인증서를 통한 생산 이력을 추적하겠다는 가능성을 예고한 상태다. 프랑스는 중국산 배터리에 대해 탄소배출계수를 68을 적용해, 한국 63보다도 높은 수치를 부여했다. 유럽은 53이다.

현대차그룹은 유럽에 판매하는 전기차는 폴란드에 공장을 가지고 있는 LG에너지솔루션 제품을 사용하고 있다. 다만 지난해 말 대한상공회의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이차전지 주요생산국 모든 국가가 핵심광물 8대 품목을 중국에 많이 의존하고 있으며, 특히 우리나라는 수입액 기준 중국 의존도가 58.7%로 주요국 중 가장 높았다. 또 전체 수입규모도 2020년 기준 10억6000만달러로 일본에 이어 2위다.

생산 과정에서 사용되는 에너지원도 시급한 문제다. 2021년 기준 중국은 63%, 한국은 36%를 석탄 화력에 의존하고 있다. 이는 원자력과 수력 의존도가 높은 프랑스 1.83%와 차이가 크다.

또 알루미늄은 중국 제품을 사용할 경우 유럽의 약 두 배 이상의 탄소가 배출되는 것으로 설정됐다. 우리나라는 알루미늄 케이블·판의 약 90%를 중국에서 수입한다. 현대차는 지난해 알루미늄 생산을 위한 제련소 신설 계획을 발표한 인도네시아 아다로미네랄와 공급 MOU를 체결했지만, 아다로미네랄의 계획에는 2.2GW 규모의 신규 석탄발전소 건설도 포함돼 있어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

산업연구원은 프랑스의 이번 전기차 보조금 정책에 대해 "개별 제품의 위치는 물론 원산지와 목적지에 대한 모니터링, 통제를 강화해 제품의 이동, 생산, 목적, 지역 등을 모니터링하고 통제한다는 의미다"며 "중간재에 초점을 맞춰 시작된 공급망 강화 정책이 이제 최종재로 확대되는 것은 물론, 최종재 생산을 위한 공급망 전체가 보호무역 조치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마찬가지로 프랑스의 전기차 보조금 제도는 프랑스와 유럽 시장에 접근하기 위해 유럽 내 생산으로 전환하는 것을 유도한다"며 "수송 과정에서 배출하는 이산화탄소를 배출량 계산에 포함시킴으로써 유럽과 프랑스 생산을 우대한다는 목적을 분명히 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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