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종 이노비즈정책연구원장
김세종 이노비즈정책연구원장

디지털 경제로의 전환으로 과거 공급자가 가지던 주도권은 소비자에게 넘어가고 그 과정에 플랫폼 기업이 등장하였다. 플랫폼 기업들은 인공지능, 빅데이터 기반의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여 고객 수를 확보한 후 소비자 데이터를 무기로 시장을 쥐락펴락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교섭력이 약한 소상공인이나 중소기업은 플랫폼 기업에 끌려다니게 된다. 시장에 새로운 강자가 출현하여 지배력을 남용하여 불공정 거래를 일삼게 되는 것이다.

이에 따라 플랫폼 기업에 대한 규제 도입 문제로 찬반양론이 대립하고 있다. 찬성하는 입장에서는 똑같은 이유로 대기업은 규제하면서도 플랫폼 기업을 규제하지 않는 것은 엄연한 기업 차별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반대하는 입장은 플랫폼 기업에 대한 규제 도입은 구글, 메타 등 글로벌 빅테크와 경쟁해야 하는 토종 혁신 기업에 대한 족쇄를 채우는 것이라 주장한다. 정부의 고민도 깊어질 수밖에 없다.

현 정부는 역동적이고 혁신적인 플랫폼 생태계 구축을 위해 업계의 자율규제를 중심으로 공정한 시장환경을 조성하는 내용을 국정과제에 포함하였다. 이에 2022년 7월 6일 기재부 주관으로 개인정보위원회, 과기정통부, 공정위, 방통위 등이 참여하는 ‘범부처 플랫폼 정책협의체가 출범하였다. 동 정책협의체에서 플랫폼 자율규제의 법적 근거와 정부의 자율규제 지원 근거 마련을 위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에 대한 관계부처 간 협의가 이루어짐에 따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방송통신위원회는 「전기통신사업법」 일부 개정 법률안을 9월 21일부터 10월 31일까지 입법 예고하였다.

입법 예고한 「전기통신사업법」 일부 개정 법률안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우선 플랫폼 자율기구 설립 근거를 마련(제22조의11 제1항)하여 부가통신사업자・단체가 건전한 거래환경 조성, 혁신 촉진, 이용자 보호 및 상생협력을 위한 자율규제를 수행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한 자율규제 업무를 자체 또는 ‘별도 자율기구’에서 수행할 수 있도록 하여 현행 ‘민간 플랫폼 자율기구’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였다. 이 밖에도 개정 법률안에는 정부의 자율규제 지원시책 마련 및 확산사업, 자율규제 참여 인센티브 도입, 자율규제 활동의 투명성 확보 방안을 포함하고 있다.

한편, 2022년 8월에 출범한 ‘민간 플랫폼 자율기구’는 갑을, 소비자・이용자, 데이터・인공지능(AI), 혁신공유・거버넌스의 4개 분과로 구성되어 분과별로 자율규제 방안을 모색해 왔다. ① 갑을 분과에서는 배달 플랫폼 자율규제 방안(2023년 3월), 오픈마켓 분야 자율규제 방안(2023년 5월)을 발표하였으며, 9월부터는 숙박앱 분야 자율규제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② 소비자・이용자 분과에서는 오픈마켓 소비자 집단피해 신속대응 방안과 ③ 데이터・AI 분과에서는 플랫폼 검색・추천서비스 투명성 제고를 위한 자율규제 원칙을 제시하였으며, ④ 혁신공유・거버넌스 분과에서는 플랫폼의 사회가치 제고를 위한 8대 원칙으로 개방・연결 확대, 공진화 추구, 포용성 강화, 사회문제 대응, 기회의 확장, 신뢰체계 구축, 다양성 증진, 안전성 제고 등을 제시하였다.

지금까지 발표된 내용으로 불 때는 자율규제 도입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일단 첨예하게 대립해 온 이해관계자들이 대화를 시작했다는 점에서 진일보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문제는 플랫폼 기업이 구속력이 약한 자율규제를 준수하고 소상공인 등과의 상생협력 의지가 있느냐 하는 점일 것이다. 야심차게 준비한 자율규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경우, 사전 규제 성격의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온플법)에 대한 입법 논의가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시장에서는 온플법이 사전 규제 측면에서 유럽연합(EU)의 디지털시장법(DMA)과 유사하다는 평가다.

전문가들은 플랫폼 자율규제와 온플법의 사전규제 원칙이 충돌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과 경쟁해야 하는 이른바 토종 플랫폼 기업이 주장하는 바와 같이 사전규제가 도입될 경우, 디지털 패권을 넘겨줄 수 있다는 점은 추가 논의가 필요한 부분이다. 플랫폼 자율규제 규약을 성실하게 준수한다는 전제하에 온플법과의 조율은 필요해 보인다. 이제 공을 플랫폼 기업으로 넘어갔다. 이제까지 논의된 자율규제에 대한 준수 여부를 담보할 수 있는 현실적인 방안을 제시하여 실천하고 소상공인과의 신뢰 관계를 형성하는 일은 플랫폼 기업에 달려있다는 점을 강조하고자 한다.

이노비즈정책연구원장 김세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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