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종 이노비즈정책연구원장
김세종 이노비즈정책연구원장

최근 해외에서 K-푸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그동안 한국의 식품산업은 수출과는 거리가 먼 산업으로 인식되어왔으나, 한류 열풍 등에 힘입어 농수산식품 수출이 호조를 띠고 있다. 최근 5년간 농수산식품 수출 추이를 보면, 2018년 93억 달러, 2019년 95억 달러, 2020년 99억 달러를 기록한 이후 2021년 114억 달러, 2022년에는 120억 달러를 기록하였다.

그러나 한국 식품산업이 가야 할 길은 멀기만 하다. 2021년 기준 세계 식품시장 규모는 8조 2,500억 달러로 이중 식료품은 4조 4,230억 달러이며 음료 2조 9,380억 달러, 담배가 8,890억 달러를 차지하였다. 전체적으로 한국 식품의 수출 규모는 증가하는 추세에 있다고 하지만 세계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미미한 편이다. 다만 제조업의 수출 규모와 비교해서 식품산업의 수출액은 작지만, 최근 들어 북미와 동남아 시장을 중심으로 급속하게 인지도를 높여가고 있어 전망은 비관적이지 않다.

문제는 우리 식품산업이 제반 문제점들을 극복하여 디지털 기반의 스마트 식품산업으로 변모할 수 있느냐 하는 점일 것이다. 한국 식품산업의 문제점으로는 첫째, 소수 대기업과 다수 영세기업이 병존하는 이중구조라 할 수 있으며 둘째, 다른 제조업에 비해 노동집약적이며 영세한 구조를 띠고 있고 셋째, 제조 비용에서 재료비가 차지하는 비율이 높아 다른 제조업에 비해 수익성이 취약한 산업이다. 마지막으로 작업 프로세스가 복잡하고 정형화되지 않아 기계보다는 수작업에 의존하고 있어 생산성이 낮은 산업이기도 하다.

이러한 식품산업의 구조적인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전통 식품산업에 디지털 기술을 접목한 스마트 식품산업으로의 전환을 유도해야 할 것이다. 스마트 식품산업이란 식품산업에 인공지능(AI)과 로봇, 사물인터넷(IoT) 등 디지털 기술을 접목한 신산업 분야로 우리 식품산업이 당면한 인력 부족 문제, 품질 및 위생 문제 등을 해결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소비 및 유통환경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미 식품산업의 가치 사슬(value chain) 구조상에서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는 기업이나 관련 스타트업도 증가하는 추세다. 식자재 생산 및 개발 단계에서 스마트팝을 도입하거나 로봇의 활용, 빅데이터를 활용하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식자재 유통 단계에서는 콜드체인이나 식자재 물류에 로봇을 활용하거나 빅데이터를 활용한 재고관리 등을 통해 물류 효율성을 높이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으며 전문기업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식재료 조리 및 가공단계에서는 기업들이 스마트 팩토리, 스마트 키친이나 조리용 로봇을 활용하고 있다. 또한 빅데이터를 활용한 밀키트 제조나 건강 기능성 식품 연구에 특화된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식품 판매유통 단계에서는 과거와 달리 디지털 기술의 활용도가 높아졌다. 주문 앱을 통한 배달, 키오스크나 모바일을 통한 비대면 주문, 구독경제 도입 등은 이제 흔한 일이 되어가고 있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식품산업의 제조 및 유통, 소비단계에서 스마트 팩토리 구축으로 빅데이터나 로봇의 활용은 대세가 되었다. 일본에서도 한 스타트업이 개발한 혁신적인 로봇이 등장하여 식품산업의 미래를 바꾸고 있다고 한다. 도쿄에 소재한 커넥티드 로보틱스사가 개발한 인간과의 협업이 가능한 협동 로봇 ‘Delibot(델리봇)’은 시간당 250인분의 모듬용 반찬을 용기에 담는다고 하여 식품 제조기업에서 인기가 높아 2025년부터 양산에 들어간다고 한다.

인공지능 기반의 협동 로봇이 복잡하고 비정형화된 식품 제조에 투입되기 위해서는 고도의 로봇 제어나 AI에 관련된 소프트웨어 및 중량 센서 등의 디지털 기술이 담보되어야 하는데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스타트업을 위시한 혁신형 기업의 출현이 필연적이다. 아울러 전통적 식품기업과 빅데이터 기술을 바탕으로 소비자의 특성을 반영한 식품 제조, 보관 및 물류, 유통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트업 등과의 협업은 불가피하다.

정부는 지난 5월에 국제적 위상이 높아지고 있는 ‘K-푸드(K-Food)’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해 2027년까지 국내 식품산업 시장을 1,100조원 규모로 키우기 위한 청사진을 발표한 바 있다. 이러한 야심찬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식품 대기업의 선도적 역할은 물론 스마트 식품산업을 견인할 혁신형 기업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영세한 식품기업의 스케일업을 견인하고 식품산업의 새로운 창업을 확대하기 위한 농림수산식품부와 중소벤처기업부와의 협업이 요구된다. 아울러 식품 제조 현장에서 활용이 가능한 특화된 연구개발을 통해 스마트 식품산업을 키워야 할 것이다.

이노비즈정책연구원장 김세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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