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종호 한국강소기업협회 상임부회장·경영학박사
나종호 한국강소기업협회 상임부회장·경영학박사

"기도 중에 술마셔도 되나요?” 하고 목사님한테 물어보면 절대 안된다고 한다.
근데, “술 마시는 중에는 기도하면 안 되나요?” 하고 물으면 목사님은 "기도는 때와 장소를 가릴 필요 없이 해야 한다"고 대답한다.

명문대 여대생이 밤에 술집에서 일한다고 하면 비난부터 하는데, 술집에서 일하는 아가씨가 낮에 명문대 다니면서 열심히 공부한다고 하면 달라 보인다. 

똑같은 상황이라도 어떤 '관점'이나 '생각의 틀'을 갖고 보느냐에 따라 사람들의 반응이 달라지는 것이다. 이것을 ‘프레임(frame)의 법칙’이라 부른다. 동일한 현상도 관점에 따라 전혀 다르게 해석될 수 있다. 특히, 질문이 달라지면 답도 달라진다.

다른 관점에서 사물을 본다는 것은 “내 생각이 반드시 옳은 것은 아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하지만 사람들은 오랜 경험을 통해 고정관념, 자만심, 선입견 같은 자신만의 고집스런 프레임을 갖고 있다. 한번 굳어진 고정관념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이게 심해지면 꼰대가 된다.

그래서 항상 입장 바꿔 생각해보는 유연함과 역지사지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상대 입장에서 생각하는 것을 습관화하면 싸울 일도 크게 줄어들게 된다. 나만 옳고 나와 다른 생각을 갖은 사람은 모두 틀렸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맞고 틀리고가 아니고 서로 관점이 다르고 생각이 다를 뿐이다. 사람들은 '다름'과 '틀림'을 혼동하고 있는 것이다.

성공적인 비즈니스 기회도 관점을 바꿔서 바라봐야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 "김은 왜 반찬이라고 하는가?", "김을 스낵으로 볼 수는 없는가?", "타올은 왜 부드러워야만 하는가?", "타올을 거칠게 만들어 때밀이 타올로 사용하면 어떤가?", "화장품은 왜 발라야만 하는가?", "먹는 화장품을 만들면 안되는가?" 이처럼 관점을 바꾸는 상상과 질문이 결국 성공적인 비즈니스 기회를 만든다.

한국강소기업협회 회원사 중에 천연 파동석을 이용한 온열방법으로 파동욕을 즐길 수 있는 '면역공방'이라는 회사가 있다. 기존의 사우나, 찜질방과 다르게 관점을 바꿔 목욕하는 곳, 땀 빼는 곳이 아니라 면역력을 높여주는 건강 개념의 힐링 공간으로 인식시켜 나가고 있다. 이렇게되면 사우나, 찜질방 같은 레드오션 시장이 아닌 소비자 관여도가 높은 '건강' 개념의 독자적인 블루오션 시장을 만들어갈 수 있게 된다. 

이처럼 당연한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지 않고, 남과 다르게 하려면 '왜'라는 질문을 던질 수 있어야 한다. 사과가 아래로 떨어지는 것을 당연하게만 생각했다면 뉴턴의 만유인력의 법칙은 발견되지 않았을 것이다. 식당이 '음식을 파는 곳'이 아니라 고객이 '음식을 사먹고 즐기는 곳'이라는 고객의 관점으로 바꿔야 남과 다른 나만의 경쟁력을 갖게 될 수 있다.

영종도 구읍뱃터 선착장 근처에 회원사가 운영하는 '바다곳간'이라는 프리미엄 샤브샤브 집과 한식 디저트 까페 "구읍땅 뜰"이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 이름부터 호기심을 자극한다. 요리도 소비자가 직접 하고, 맛도 흔히 먹어봤던 샤브샤브와는 확실히 다르다. 바로 건너편에 있는 한식 디저트 까페 '구읍당 뜰'도 소비자 입장에서 멀티욕구를 동시에 충족시켜주면서 그 옛날 고려인이 즐겨먹던 과자 '개성주악'을 맛볼 수 있어 기존의 까페와는 다른 느낌이다.

파주 마장호수 맛집, '두둑한한판'도 마찬가지다. 아쿠아포닉스 식물공장, 100%유기농 항암채소, 아름다운 자연경관, 스크린골프장 등을 갖추어 소비자 입장에서 단순한 식당 그 이상의 가치를 느끼게 해준다. 

요즈음 시계를 시간을 보기 위해서 차고 다니는 사람은 없다. 소비자 관점에서 시계를 패션으로 더 나아가 보석으로 관점을 바꾸면서 새로운 기회시장을 만들어 낸다. 민의가 뭉치면 시대정신이 되고, 소비자 욕구가 뭉치면 트렌드가 된다. 국가나 기업은 이러한 시대정신, 트렌드를 따라가는 게 순리다. 그리고 그러한 시대정신이나 트렌드에 따라 프레임(관점)을 바꿔야 성공적인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만들 수 있다.

요즈음 MZ세대가 점점 우리 경제의 패러다임을 바꿔가고 있다. 인터넷, 모바일 쇼핑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고, 인스타그램에서 많은 팔로워를 가진 인플루언서들에 의해 매출이 좌우되고 있다. 또한 유투버들의 소득이 다른 어떤 직업보다 높아질 정도로 인기다. 과거와 전혀 다르게 기업환경이 빠르게 바뀌고 있는 것이다. 지금 세계를 리드하는 기업은 애플, 구글, 아마존 등 대부분 플랫폼 기업이다. 최근에는 메타버스 시장이 성장하면서 가상현실과 실제현실의 경계를 허물어 가고 있고, 챗GPT는 인간의 창의성 영역까지도 대체하며 혁명적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따라서 이런 시장변화에 따라 과거 산업화 시대의 프레임에서 벗어나야 한다. 디지털 혁신 시대의 흐름에 맞게 관점을 바꿔 지금까지의 성장 프레임이나 경영방식과는 완전히 달라져야 한다. 특히, 빅데이타 기반의 플랫폼 비즈니스에 선도적인 회사가 될 수 있는 니치시장을 찾아야 한다.

중소기업 관련 정부정책도 지금까지 해왔던 과거 정책의 연장 선상에서 해결책을 찾으려 한다면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정부가 지금처럼 기업에 1회성으로 그때그때 직접 자금을 지원하는 방식은 오히려 기업의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의존성만 높이게 할 수 있다.

절대 다수의 중소기업이 시간이 걸리더라도 스스로 경쟁력을 높여 강소기업으로 성장하도록 지원해야 한다. 모든게 부족한 중소기업이 강소기업으로 성장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기업간 상생협력이다. 이를 위해 디지털 비즈니스 협업이나 매칭 플랫폼 개발 같은 시장흐름에 맞는 혁신적인 시스템 구축과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

지금 우리나라는 일자리 창출, 저출산, 고령화, 세대간 갈등, 빈부격차 등 중요한 사회적 이슈들이 많다. 이러한 이슈도 과거의 패러다임이 아닌 새로운 프레임으로 해결하려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저작권자 © 중소기업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