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종 이노비즈정책연구원장
김세종 이노비즈정책연구원장

최근 우리 경제는 경기 부진이 점진적으로 완화되고 있으나, 대외 불확실성도 상존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 한국개발연구원(KDI)의 평가다. KDI의 2023년 10월 경제 동향에 따르면, 제조업 지표가 일부 개선되는 등 제조업 부진이 완화되고 있으나, 미국의 통화긴축 기조가 지속되는 가운데 국제유가 상승으로 물가 상승 압력이 확대되는 등 대외 불확실성은 여전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제조업 부진이 개선되는 등 한국 경제가 미세하나마 나아지고 있다니 여간 반가운 일이 아니다.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한국 경제는 좀처럼 나아지지 못하고 있었다. 여러 언론에서 언급하고 있는 바와 같이 인플레 우려로 미국의 금리 인상 등 글로벌 긴축 현상은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그동안 저금리로 체감하지 못했던 가계 부채 문제가 불거지면서 대다수 소비자는 지갑을 닫아버리고 말았다. 이로 인해 직격을 맞은 곳은 내수 의존도가 높은 소상공인이다. 사실 소상공인 문제는 한국 경제의 아킬레스건이다.

금융기관의 중소기업 대출은 2023년 8월말 현재 은행권 988조원으로 이중 개인사업자에 대한 대출 규모는 449조원에 달하고 있다. 이는 1년에 비해 44조원이 늘어난 규모이며 개인사업자는 7.6조원 늘어났다. 여기에 비은행권 대출을 합할 경우, 그 규모는 1400조원을 상회하는 것으로 나타나 금리 인상에 따른 금융부담이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경기가 정상적인 상태라면 이자 부담이 가능하지만, 경기가 나빠진다면 원리금 상환압박은 거세지기 마련이다. 중소기업 연체율은 2023년 6월말 현재 0.43%로 2022년에 비해 다소 높아졌지만 지난 5월 0.51%에 비해 낮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내수 경기가 살아나지 않으면 일부 소상공인 경영 여건이 악화되어 원리금 상환압박을 받게 될 것이다. 일부 언론에서는 소상공인, 자영업자 대출의 연체율이 상승하고 있다는 보도를 내보내고 있다. 물론 금융당국에서는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고 말을 하지만 하루가 다르게 변화는 대외경제 여건을 생각한다면 중소기업, 소상공인의 부채 문제는 그리 간단한 상황이라 할 수 없다. 특히 지금과 같은 고금리 상황이 단기간에 해소될 가능성이 점점 희박해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중소기업, 소상공인 부채 문제는 심각성을 더해주고 있다.

현장에서 만난 중소기업 대표들은 올 하반기와 내년 상반기까지 가장 시급한 이슈로 부채관리라고 이구동성으로 언급하고 있다. 과거 2~3%의 낮은 이자를 부담했지만, 현재는 6~7%의 고금리로 인해 중소기업이 추가로 부담해야 하는 이자 규모는 은행권으로 볼 때 약 40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되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중소기업 대표는 부채관리가 곧 기업의 사활을 좌우하는 요인이라는 말이 돌 정도이다.

제법 기업규모도 있고 안정적인 매출이나 수익구조를 갖춘 이노비즈 기업이라면 이자보상배율이 어느 정도 나오고 있어 부채관리에 어려움이 없겠지만 여타 중소기업이나 소상공인 중에는 영업이익으로 이자를 감당하기 어려운 기업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실제로 한국은행이 25일 발표한 ‘2022년 기업경영분석’에 따르면 2022년 국내 비금융 영리법인 기업의 이자보상비율은 348.6%로 전년(487.9%) 대비 139.3%포인트(p) 대폭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발표되는 여러 경제지표를 볼 때 한국 경제의 비관적인 전망이 우세해 보인다. 실제로 지난 10월 24일 ‘이노비즈 모닝포럼’에서 한국 경제는 고물가-고금리-저성장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있다는 강의 내용에 대해 참석한 기업대표들이 공감하는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지난 60년 동안 한국 경제는 수많은 경제위기를 넘기고 여기까지 왔다. 코로나19와 미・중 갈등, 우크라이나 전쟁, 여기에 글로벌 긴축에 따른 고금리의 충격이 더해지면서 일찍이 경험하지 못한 경제위기의 발발 가능성을 결코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수치보다 현장에서 느끼는 체감경기는 나빠진 것으로 보인다. 기업인들 본능적으로 위기의식을 느껴 투자를 줄이고 고용을 감축한다면 한국 경제는 더 깊은 침체로 빠지게 된다. 지금 우리 기업인들에게 필요한 것은 과거 위기 극복에 대한 지혜와 경험을 복기하는 것이다. 일찍이 경험하지 못한 악재가 한꺼번에 몰려오고 있어 대응하기가 쉽지는 않지만 그래도 한국 경제에 대한 저력을 바탕으로 다시 도약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졌으면 한다. 과거에 그랬던 것처럼 지금의 위기 상황을 극복하고 도약하기 위해서는 기업인들의 긍정의 마인드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자 한다.

이노비즈정책연구원장 김세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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