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종호 한국강소기업협회 상임부회장·경영학박사
나종호 한국강소기업협회 상임부회장·경영학박사

삼성전자에 대해 좋은 태도를 갖고 있고, 그래서 삼성제품을 선호하던 사람이 어느 날  LG전자가 특별세일 하는 것을 보고, LG전자 TV를 구매한 후, 집에서 그 TV를 시청한다면 마음이 편하지 않을 것이다. 삼성을 좋아하는 태도와 LG제품을 구매했다는 실제 행동의 불일치로 인한 불편함 때문이다.

마음이 불편한 상태에서 TV를 보고 있는데, 갑자기 친구가 찾아와 TV를 보면서 "와~ 화면도 선명하고 TV 너무 좋다"라고 말하면 그 말에 적극 동조한다. "그래 맞아, 리모콘도 너무 좋다"라고 맞장구를 치면서 자신의 구매행동을 합리화한다. 그러면서 자신의 심리적 불편함을 없애려 한다. 이것을 인지부조화 (Cognitive dissonance)라고 한다.

즉, 개인의 신념, 태도, 행동 간의 불일치 혹은 부조화가 발생하면 불편감이 생기게 된다. 그러면 사람들은 이런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해 기존의 태도나 행동을 바꾸게 되는데, 이것을 '인지부조화 이론'이라 한다.

예를들어 정치인들이 야당일 때와 여당일 때, 정반대로 내로남불식 말 바꾸기 하는 경우가 많다. 또 자신의 정당 동료의원이 잘못을 저지르면 당연히 그 사람을 비난해야 하지만 같은 당에 속해 있기 때문에 비난하기 어려워 인지부조화가 발생한다. 그럴 경우 그 잘못을 별로 대수롭지 않은 것으로 궤변을 하거나 다른 좋은 점을 강조하면서 마음속의 불편함을 없애려고 한다.

이처럼 인지부조화는 자신의 믿음, 태도, 행동에 일관성을 유지하려는 것으로 자신의 머릿속 인지와 실제 구매 행동이 다를 경우에 부조화를 느껴, 그 부조화를 없애려 한다.

예를 들어 원래 A상품을 선호하지만 B상품이 세일중이어서 B상품을 구입했다면 A상품을 선호한다는 인지와 실제 B상품을 구입했다는 행동 간에 부조화가 발생한다.

따라서 B상품을 구매 이전보다 더 선호함으로써 자신의 구매 행동을 합리화시키고 부조화를 감소시키려 노력한다. B상품을 구입하면서 B를 비난하면 누워서 침 뱉기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런 인지부조화를 잘 활용하면 경쟁사 고객을 자사 고객으로 만들 수도 있다.

예를들어 자사상품을 월평균 100만 원씩 구입하는 A고객,  500만 원씩 구입하는 B고객, 경쟁제품을 월평균 200만 원씩 구입하는 C고객, 1,000만 원씩 구입하는 D고객이 있다고 가정하자. 자사 입장에서 B고객이 중요하지만 D고객도 아주 중요하다. D고객을 뺏어오는 방법은 없을까?

우선 D고객이 경쟁사와 어떤 거래조건으로 거래하고 있는지 파악한 다음, D고객을 찾아가 경쟁사보다 더 유리한 거래조건을 제시하여 자사와의 거래를 유도할 수 있다. 만일 D고객이 자사 거래조건을 받아들여 자사와 거래를 시작하면 이때부터 D고객은 자사상품에 우호적이게 된다.

왜냐하면 거래를 시작하면 자사상품을 구입하는 자신의 구매 행동을 합리화시키려 하기 때문이다. 즉, 인지부조화를 감소시키려 노력한다. 다만, 경쟁사보다 더 유리한 조건을 제시함에 따라 단기적으로는 손실이 클 수 있다. 하지만 자사상품에 부정적인 경쟁사의 큰 거래처를 뺏어오기 위해서는 단기 손실을 감수하고서라도 과감한 가격정책이나 프로모션 전략으로 일단 거래를 시도하는 것이 중요하다.

거래가 성사되면 그때부터 그 거래처는 인지부조화를 없애기위해  자사상품에 우호적인 태도를 보이기 시작하기 때문에 이때부터 거래처 관리를 잘하면 지속적인 거래유지가 가능해지고, 중장기적으로 또 다른 상품을 정상적인 가격으로 판매할 수 있게 되어 이익을 가져다 줄 수 있다. 다만, 자금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은 이러한 프로모션이 과열 경쟁과 더 큰 위험부담을 가져올 수도 있기 때문에 시장 상황을 보면서 신중히 선택해야 한다.

기업에서 전략을 수립할 때는 항상 여러가지 전략 대안들이 있다. 여러 전략 대안들 중에서 하나를 선택한다는 것은 결국 선택하지 않은 전락(안)의 좋은 점을 포기하는 것과 같다. 동시에 선택한 전략 중에서 신념에 맞지 않는 것도 받아들여야 하기 때문에 부조화가 생길 수 밖에 없고, 그래서 전략 선택에 항상 고민하게 된다. 따라서 이런 경우에는 가능하면 임직원들이 공감하는 전략(안)을 함께 선택해서 임직원 모두가 확신을 갖고 집중하게 해야 부조화가 없어지고 전략의 성공확률도 높아진다. 사람들은 자신이 스스로 선택한 결과에 대해서만 책임을 느끼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어린 자녀가 부모가 사준 비싼 장난감보다 비록 값은 싸더라도 자신이 고른 장난감에 더 애착을 갖는 것과 같은 이치다.

즉, 기업경영도 선택의 연속인데, 이 선택에 가능하면 임직원을 참여시켜야 주인의식도 생기고 심리적 부조화도 없애 전사적으로 집중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사단법인 한국강소기업협회

나종호 상임부회장(경영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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