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종호 한국강소기업협회 상임부회장·경영학박사
나종호 한국강소기업협회 상임부회장·경영학박사

라면을 처음 개발하려면 먼저 시장분석을 한다. 시장분석에서 가장 중요한 첫번째 확인 절차는 라면에 대한 소비자 욕구나 불만점을 알아보는 것이다. 소비자조사를 해보니 라면은 "뭔가 좀 맵고 얼큰한 맛'이 있어야 한다"는 소비자들의 의견이 많았다. 그래서 컨셉을 '매운 맛'으로 정했다. 디자인도 매운 느낌이 나도록 빨간색 포장으로 했고, 브랜드도 '매울 辛' 자를 써서 '신라면'으로 정했다. 일관성을 잘 지킨 것이다.

맥주를 개발하기 위해 소비자조사를 해보니 "맥주는 90%가 물로 만들기 때문에 물이 깨끗해야 한다"라는 의견이 많았다. 그래서 컨셉을 '깨끗한 맥주'로 정하고, 브랜드를 컨셉과 일관성있게 ‘하이트’로 했으며, 제품 라벨이나 광고, 매장 판촉행사에서도 항상 깨끗함을 강조했다. 결국 하이트는 일관성을 잘 지켜 롱런하는 브랜드가 된 것이다.

이처럼 기업이 성장하기위해서는 장수하는 브랜드를 만들어야 하고, 장수하는 브랜드 육성을 위해서는 마케팅 요소간에 일관성의 원칙(The principle of consistency)이 잘 지켜져야 한다. 즉, 고객의 욕구, 명확한 목표타켓과 컨셉, 상품.서비스, 판매채널, 가격, 프로모션 등에 대한 전략이 구체적으로 정립되어 일관성있게 전개되어야 한다.

사업을 처음 시작하면서 가장 먼저 비즈니스 모델과 함께 목표타켓을 명확히 해야한다. 특히, 타켓의 범위가 넓으면 비용을 많이 쓰고도 포지셔닝이 잘 되지 않는다. 목표타켓의 범위가 넓다고 해서 결코 판매가 많이 되는 것도 아니고, 오히려 특징 없는 상품으로 실패할 확률이 높아진다.

예를들어 목표타켓을 20대에서 60대까지로 넓게 정한다면 누구도 선호하지 않은 제품이 되어 버린다. 치아 통증이 있을 때, 젊은 사람은 위에 다소 부담이 있어도 통증이 빠르게 없어지는 강한 약을 선호한다. 하지만 나이가 많은 분들은 통증 완화가 다소 서서히 진행되더라도 위에 부담이 없는 약을 선호한다. 이런 경우 만일 통증완화 정도와 위 부담 효과가 중간 정도되는 적당한 약을 출시한다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이렇게되면 젊은층도 노년층도 모두 만족시킬 수 없어 결국 실패하게 된다. 이런 경우라면 젊은층이나 노년층 중에서 하나만을 목표타켓으로한 제품을 출시하거나 각각 별도의 제품을 출시하는게 맞다.

특히, 시장을 세분화해서 가능하면 목표타켓을 좁게 잡아야 이미지 포지셔닝이 명확해지고, 전략.전술이 구체화될 수 있다. 20대 여성을 타켓으로한 상품도 직장인, 대학생, 공장 근로여성 등으로 나누어보면 그 욕구가 각각 다르고 선호하는 디자인도 다르다. 따라서 같은 20대 여성도 다시 직업별, 편익별로 세분화해서 타켓층을 좁혀야 포지셔닝이 잘된다. 뿐만아니라 그 타켓층한테 선호되면 자연스럽게 주변 고객층으로 빠르게 판매가 확산된다.

상품이나 서비스도 마찬가지로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지금은 글로벌 시대이기 때문에 확실한 아이템 하나만 갖고도 세계적인 회사가 될 수 있다. 코카콜라는 탄산음료, 맥도날드는 햄버거 하나로 세계적인 회사가 되었다. 따라서 중소기업도 이제는 경쟁력있는 하나의 상품이나 서비스만으로 얼마든지 글로벌 강소기업이 될 수 있다.

컨셉은 사야되는 이유를 제시하는 것이다. 이 컨셉과 소비자 인식에 영향을 주는 품질 단서가 구매에 영향을 준다. 품질 단서는 제품 외형, 디자인, 원산지, 브랜드명, 가격 등이다. 컨셉은 고객에게 주는 편익(Benefit)으로 차별적이고 독특하게 느껴져야 한다. 특히, 제품컨셉(Product Concept)을 명확히 정의해야 한다.

제품컨셉은 ‘어떻게 만들어 어떤 효과를 주는 누구를 위한 어떤 상품이다’와 같이 정의하는 것이다. 여기서 ‘어떻게 만들었다’는 것이 기술적인 아이디어(idea)이고, ‘어떤 효과를 준다’는 것이 편익(benefit)이다. 그리고 ‘누구를 위한’이 목표타켓이고, ‘어떤 상품이다’가 바로 카테고리다. 어떻게 만들었다는 기술적인 아이디어나 어떤 효과를 준다는 편익이 차별성이 있고 고객이 중요하게 느껴져야 히트상품이 될 조건을 갖춘 것이다.

예를 들어 ‘졸음 효과를 주는 난소화성 물질이 코팅된 상추 추출물로 만들어 인체에 해가 없이 잠이 잘 오는 직장인을 위한 수면 음료 입니다’라고 정의하면 이것이 바로 제품 컨셉이다. ‘상추 추출물’이 기술적 아이디어, ‘인체에 해가 없이 잠이 잘 온다’가 편익, ‘직장인’이 목표타켓, ‘수면 음료’가 카테고리다. 수면제가 아닌 수면 음료로 카테고리만 바꿔도 바로 최초 개념의 블루오션이 된다. 중소기업은 보유하고 있는 모든 상품 하나하나를 이런 식으로 제품컨셉을 정의하여 매뉴얼처럼 갖고 있으면 바이어 상담은 물론, 영업사원 현장 판매 시에도 아주 중요한 무기가 될 수 있다.

한편, 처음 제품을 사용해보지 않은 상태에서 사고 싶은 마음이 들게 만드는 것은 컨셉 메시지와 포장 디자인이다. 고객은 상품을 먼저 써보고 사는 게 아니고, 그냥 좋아 보이는 상품을 구매한다. 따라서 좋아 보이도록 그 상품을 사야 하는 이유를 간결하게 한마디로 잘 표기하고, 포장 디자인을 컨셉, 타켓과 일관성 있게 표현해야 한다.

즉, 중소기업은 광고비를 많이 사용하기 어렵기 때문에 상품 포장 그 자체가 광고 수단이 되도록 만들어야 한다. 하지만 대부분 이런 표기 문안이 너무 많거나 불명확하고, 디자인도 컨셉을 잘 표현하지 못해 싸구려 느낌이 나서 실제 좋은 품질의 제품을 갖고도 판매를 못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매체마다 소구하는 문안이 다르고 일관성이 없는 경우가 너무 많다. 특히, 엔지니어 출신 경영자분은 기술에 대한 자부심이 강해서 기술, 품질만 좋으면 무조건 성공한다고 보고, 이런 표기 문안도 소비자 언어가 아닌 기술적 용어로만 표현하려는 경향이 강해서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

판매 채널은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처음부터 너무 많은 판매 채널로 확산하면 판관비 부담이 커져 수익성이 나빠진다. 특히, 소비 트렌드와 유통이 온라인, 모바일 등으로 빠르게 바뀌면서 중소기업은 이제 온라인, 모바일을 이용한 판매나 SNS 마케팅에 집중하는게 훨씬 유리하다. 따라서 이런 SNS에서의 노출 디자인이나 소구문안에서도 일관성을 지키는게 중요해졌다.

사단법인 한국강소기업협회
나종호 상임부회장(경영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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