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원 회장 장남, 두산 CSO 신사업 전략팀 입사
웨이퍼 비중 높은 두산테스나, 패키지 강화 시도

박상수 ㈜두산 수석. 사진/두산그룹
박상수 ㈜두산 수석. 사진/두산그룹

두산그룹의 5세 경영인으로의 승계작업이 대규모 투자 계획에도 주춤해진 반도체 사업의 확장과 함께 진행될 전망이다.

14일 두산에 따르면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의 장남인 박상수 수석은 최근 지주사인 ㈜두산의 CSO(Chief Strategy Officer) 신사업 전략팀에 입사해 근무 중이다.

박 수석은 두산 입사 전 한국투자증권 반도체 부문에서 경력을 쌓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경력은 현재 두산그룹이 매우 필요로 하는 능력이다.

지난해 6월 두산그룹은 2021년 4월 인수한 두산테스나에 5년 동안 1조원을 투자해, 반도체 테스트 분야 세계 5위권 기업으로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후 별다른 투자 결과물이 나오지 않았다. 두산그룹은 지난해 6월 패키징 기업 엔지온 인수를 시도 했지만 9월 철회했다.

또 외주 반도체 패키지·테스트 기업 에이팩트 인수 시도 후 철회 설도 나왔었다. 이에 대해 두산그룹은 "사실무근"이란 입장을 보였지만, 업계에서는 에이팩트 실사 후 메모리 쪽 설비를 제외한 비메모리 설비만 인수하겠다는 두산그룹의 입장과 양쪽 모두 인수를 바라는 에이팩트 대주주 '뮤츄얼그로우쓰' 입장이 엇갈린 점을 결렬 이유로 보고 있다.

엔지오와 에이팩트를 통해 알 수 있는 건 두산그룹이 패키지 테스트 사업을 강화하고 싶어 한다는 점이다. 반도체 테스트는 웨이퍼와 패키지, 모듈 테스트로 나눌 수 있다. 웨이퍼 테스트는 불량 칩이 불필요하게 패키징(Packaging)되는 것을 방지해 원가를 절감하고 수익성을 향상시키는 게 목표다. 패키지 테스트는 납품 전 불량 제품이 출하되는 것을 막고, 제조 과정에서 약한 칩을 미리 골라내어 신뢰성(Reliability)을 확보하는 작업이다.

두산테스나는 올해 상반기 기준 1636억원의 매출을 올렸고, 이중 1571억원(96.0%)가 웨이퍼 테스트 사업 부문이다. 두산테스나가 패키지 테스트 사업도 함께하고 있지만 매출 비중이 한쪽으로 쏠려 있다.

두산그룹은 올해 초 시스템반도체 디자인하우스인 세미파이브에 전략적 투자자로 투자 참여한 것도 두산테스나와의 후공정 사업 연계성을 고려했다는 분석이다. 정확한 지분율은 공개된 바 없지만, 두산그룹이 참여한 세미파이브의 시리즈C 투자에는 LB인베스트먼트, SV인베스트먼트 등 재무적 투자자들도 참여한 만큼 큰 지분율을 확보하진 않았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박 수석이 증권사에서 반도체 부문을 중점적으로 들여다본 만큼, 관련 기업들에 대한 데이터가 쌓여 있고 이를 바탕으로 인수 대상을 직접 선별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두산테스나 키우기 작업은 예정대로 진행되고 있다. 두산테스나는 올해 8월 시설투자를 위한 차입금 규모를 기존 400억원에서 700억원으로 키웠다. 2025년 하반기 완공이 목표로 경기도 평택시 도일동 브레인시티 일반산업단지내 짓고 있다. 

두산테스나 평택 공장은 서안성과 안성이 웨이퍼 테스트만 하는 것과 달리 패키지 테스트도 함께 진행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번 신규 건설되는 공장도 패키지 테스트 사업을 확대하기 위한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부터 최근까지 반도체 업황 둔화됐다고 하지만 테스나 매출액은 전년 대비 41% 증가하며 신사업으로 자리 잡고 있다.

박 수석이 반도체 사업을 주도한다면, 지주사 내 전자BG 사업부를 어떻게 할지도 관심이 쏠린다. 두산 전자BG 사업부는 반도체 기판으로 쓰이는 인쇄회로기판(PCB)의 원재료인 CCL(동박척층판) 제조를 주사업으로 하고 있다. 두산그룹은 지난해 말 전라북도 김제에 위치한 지평선산업단지 내 8만2211㎡(약2만4860평) 부지에 건축면적 1만3000㎡ 규모의 하이엔드 FCCL(연성동박적층판) 생산라인 공장을 착공했다고 밝혔다. FCCL은 유연하게 구부러지는 동박을 입힌 회로기판이다. 스마트폰, 태블릿 PC 등 전자제품에 사용되는 연성회로기판(FPCB)의 핵심 소재다.

두산그룹 반도체 사업 라인의 지배구조는 두산(전자BG)→두산인베스트먼트→두산테스나로 이어지고 있다. 두산인베스트먼트는 두산테스나 보통주 17.03%와 우선주 13.59%를 보유한 최대주주지만 사업회사가 아닌 투자회사로, 박 수석이 지주사에서 반도체 사업을 이끈다면 사업 구조를 재편할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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