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종 이노비즈정책연구원장
김세종 이노비즈정책연구원장

현대인에게 없어서는 안될 것 중 하나가 플라스틱이라 할 수 있다. 20세기 초반 합성수지가 발명된 이후 다양한 종류의 플라스틱이 우리 생활 속에 자리 잡게 되었다. 우리나라 플라스틱 생산량은 1950년대 약 150만 톤에 불과했지만, 2021년에는 약 3억 9천만 톤으로 70년 사이 약 260배 이상 증가하였다. 이렇게 생산된 플라스틱은 쓰고 버리면 썩는 데까지 수십년이 걸리고 잘게 부서져 미세 플라스틱(microplastic)으로 변해 인류는 물론 동물에게 치명적인 위협요인이 된다.

플라스틱은 종류도 다양하고 재활용이 가능한 제품도 있지만, 재활용 자체가 불가능한 제품이 있어 철저한 분리배출과 더불어 소비를 줄이는 것 외에는 별다른 대책이 없는 실정이다. OECD(2022)에 따르면 전 세계 플라스틱 생산은 2019년 기준 4억 6,000만 톤으로 전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3.4%를 차지하고 있다. 대규모 플라스틱 수요 및 생산에 따라 발생하는 플라스틱 폐기물 역시 증가하고 있으며, 2019년에는 전 세계에서 약 3억 5,300만 톤의 플라스틱 폐기물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플라스틱 폐기물의 3분의 2는 수명이 5년 미만인 플라스틱에서 발생했는데 40%는 포장재, 12%는 소비재, 11%는 의류 및 섬유에서 발생한 것으로 조사되었다. 전체 플라스틱 폐기물의 절반은 OECD 국가에서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배달서비스의 활성화로 플라스틱 포장재의 사용량이 급증하였다.

이에 따라 플라스틱 폐기물에 의한 환경오염 문제에 대응하기 위한 국제적 논의가 본격화되었다. 유엔환경계획(UNEP)은 2022년 3월 케냐에서 플라스틱 오염에 관한 신규 국제 협약을 제정하기로 합의하였으며, 2022년 하반기부터 다섯 차례의 정부 간 협상을 개최, 2024년 말에는 성안 제정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제1차 회담은 2022년 11월 우루과이에서 열렸으며, 제2차 회담은 2023년 5월 프랑스에서 개최되었다. 제2차 회담에서 국가별 대표, 로비스트, 환경운동가 등 참가자들은 2023년 말까지 조약의 초안을 공개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지난 2023년 9월 4일 발표된 플라스틱 협약 초안은 각국이 ‘플라스틱의 수명 주기 전반에 걸쳐 플라스틱 오염의 예방, 점진적 감소 및 제거’를 목표로 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는 궁극적으로 생산량 감소를 의미한다. 초안에는 유해 화학물질과 재활용이 어려운 플라스틱 사용을 단계적으로 줄여야 한다는 내용도 포함되었지만, 구체적인 기한 및 수치를 명시적으로 제시하지는 않았다. 향후 수치상의 감축 목표를 도출한다 해도 국가별 로드맵은 상황에 따라 다를 수 있다.

이번 플라스틱 협약 초안에 앞서, 2022년 3월 케냐 나이로비에서 개최된 제5차 유엔환경계획 총회에서는 플라스틱 생산 감축 방안과 재활용 및 폐기물 관리 확대 방안 등 두 가지 결의안이 제시되었다. 플라스틱 생산 감축안은 27개 EU 회원국을 포함한 70여개국이 지지했으며, 일본이 상정한 재활용 및 폐기물 관리 확대 방안은 미국, 한국, 중국, 스리랑카, 캄보디아 등이 지지했다. 해당 총회에서 175개국 참가자들은 협약 초안이 생산부터 폐기까지 플라스틱제품의 전체 생애주기를 다루는 것에 동의하였다.

플라스틱 생산량 및 사용량이 세계 상위권에 속해 있는 한국은 당장 제품 생산량을 줄여야 한다는 부담을 안게 되었다. 특히 정부 간 협상의 제5차 회담이 한국에서 개최될 예정이어서 선도적 역할이 요구된다는 점에서 플라스틱 생산량 감축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플라스틱 생산과 플라스틱 폐기물 발생을 근본적으로 억제하는 일은 쉽지 않다는 현실론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이에 따라 플라스틱의 생산, 유통, 소비, 분리 및 수거, 재활용을 통한 순환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로 대두되었다.

매장 내 1회용 컵 사용 제한에서 보듯이 플라스틱 사용 억제를 위한 당위론과 현실론이 충돌하고 있어 정부가 발표한 ‘탄소중립 녹색성장 추진전략’을 실천하는 일 자체가 쉽지 않은 과제임을 알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플라스틱 규제는 피할 수 없는 대세로 다가온다.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거나 친환경 제품으로 대체할 수 있도록 제조 대기업은 물론 중소기업, 소상공인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할 행・재정적 지원체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특히 플라스틱 재활용 시장이 커지고 있는 만큼 플라스틱 폐기물의 품질개선 및 보급 확대, 가격경쟁력 확보를 위한 재활용 분야의 기술혁신, 전문 스타트업의 출현, 생산 대기업의 선도적 역할 등 플라스틱 순환생태계 구축을 위한 업계 스스로 노력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전)이노비비즈정책연구원장 김세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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