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종호 한국강소기업협회 상임부회장·경영학박사
나종호 한국강소기업협회 상임부회장·경영학박사

100년 이상 장수기업이 일본은 33,000개, 미국 19,500개, 스웨덴 14,000개, 독일4,950개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10개다. 일본은 장수기업이 많은데, 우리나라는 왜 이렇게 장수기업이 적을까?

우리나라가 장수기업이 적은 것은 기업 역사가 짧은 원인도 있지만 무엇보다 '상속세' 부담에 따른 기업 승계 어려움 때문이다. 요즈음 만나본 중견기업 기업주분들은 회사를 더 성장시킬 수 있지만 굳지 투자하고 싶지 않다고 한다

대기업 협력사로 기술력을 갖추었지만 후대로 승계가 어려워 차라리 회사를 매각하고 싶다고 한다. 한국 증시가 저평가됐다는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원인 중 하나도 주가가 오르면 상속세 부담이 늘어나기 때문에 기업주들이 주가가 오르는 것을 꺼려하기 때문이다.

일본은 상속세율이 55%로 높지만 비상장기업은 80%의 상속재산에 대해 납세유예를 해준다. 55% 세율이므로 실효세율은 11%이다. 이것도 5년이 지나면 완전 면제다. 반면에 우리나라는 상속세 최고세율이 50%이고, 최대주주 할증과세를 적용하면 60%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높다. 가업승계 지원제도가 있지만, 업종변경 제한, 최대주주 지분율 요건, 고용 유지 조건 등의 제약조건이 많다.

물론, 일본은 장수기업이 많고 우리나라는 장수기업이 적은 이유가 반드시 상속세 문제만은 아니다. 일본은 명확한 기업철학과 경영원칙을 바탕으로 전통을 거스르지 않은 혁신과 가업승계 후에도 고객이나 종업원과의 신뢰관계를 철저히 지켜나가는 것도 일본 장수기업들의 비결이다. 특히, 가문을 빛내는 일은 그 분야 최고가 되는 것이라는 자부심을 갖고 최선을 다한다. 따라서 세습 후에도 가업의 번창이 최우선이 된다.

반면에 우리나라는 일제강점기, 6.25 전쟁 등의 원인도 있지만 지나치게 유교적 관점에서 정부 관료나 정치가 우월적 지위를 이용, 기업인을 하대하는 풍조도 기업성장을 가로막는 요인이었다. 특히, 기업인이 정부정책에 대해 쓴소리를 하면 괘씸죄에 걸려 어려움을 겪어야 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일본이나 미국, 독일 등이 장수기업이 많은 가장 큰 이유는 역시 상속세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OECD 회원국 중 20개국은 상속세가 없고, 상속세가 있는 회원국 평균 세율은 27.1%다. 상속세가 있는 국가도 최고세율이 있지만 기업을 승계할 경우에는 다양한 공제제도가 있다

특히, 상속 재산이 기업일 경우, 다른 국가들은 기업의 존속을 위해 과세하지 않거나 세율을 낮춰준다. 우리나라는 기업일 경우 오히려 할증을 한다. 삼성의 이건희 회장이 남긴 20조원은 대부분 주식이었다. 그래서 가족들의 상속세는 할증과세를 포함하여 60%인 12조원의 세금을 내고 있다.

독일에 1982년 병뚜껑 제조로 시작한 '핸슬러'라는 회사가 있다. 이 회사는 플라스틱 제품 8만여 종을 생산하는 강소기업으로 성장했다. 설립자의 자녀들이 회사를 물려 받으면서 가업 승계를 촉진하는 독일의 상속제도 덕분에 상속세를 한 푼도 내지 않았다. 우리나라는 가업 상속의 경우 일정기간 업종을 유지해야 하지만 독일은 자유롭게 업종 전환을 할 수 있어 회사 성장에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상속세에 대해서는 나라마다 논란이 많다. 부의 대물림을 막기 위해 엄격하게 적용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고, 지나치게 높은 상속세를 없애거나 낮춰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우리나라에서 상속세를 높은 수준으로 유지해야 한다"는 분들의 의견은 근로소득, 사업소득과 달리 ‘무상으로 얻은 재산’에 세금을 부과해서 부를 재분배하는 것이 정의에 맞다는 것이다.

충분히 일리 있는 의견이다. 하지만 세계의 많은 나라들은 왜 상속세를 고쳐나가고 있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상속세 부과보다 가업을 계속하도록 장려해서 일자리를 창출하고 법인세를 내게 하는 게 오히려 사회에 더 큰 이익이 되기 때문일 것이다. 따라서 우리도 가업승계가 '부의 대물림'이 아니라 고용을 창출하고, 200년, 300년 장수기업을 키워내는데 중요하다는 점을 인식하고 과감히 바꿔나가야 할 때이다.

사단법인 한국강소기업협회

나종호 상임부회장(경영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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