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NO 가입자 저가 요금제 매력도↓…SK텔레콤·KT 인사 앞두고 ARPU 하락 부담

이동통신 3사. 사진/연합뉴스
이동통신 3사. 사진/연합뉴스

LG유플러스가 선제적으로 3만원대 요금제를 선보였고, 정부가 압박을 가하고 있지만 SKT와 KT의 저가 요금제 출시가 늦어지고 있는 이유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20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과기정통부는 지난 8일 ‘통신비 부담 완화 방안’을 발표하고 이동통신 3사와 협의해 내년 1분기 3만원대 5G 요금제를 신설하겠다고 했다. 데이터를 적게 사용하는 이용자들이 실제로 쓴 만큼만 낼 수 있도록 30GB 이하 요금제도 데이터 제공량 기준을 더욱 세분화할 방침이다.

LG유플러스는 정부가 방침을 발표하기에 앞서 지난달 6일 데이터 저용량 구간을 촘촘하게 나누고 데이터를 이용한 만큼만 지불할 수 있게 한 ‘너겟 요금제’를 출시했다. 

LG유플러스가 신규 요금제를 출시한지 한 달이 지났음에도 SKT와 KT가 3만원대 요금제를 내놓으려는 낌새를 보이지 않자 정부가 조치를 취한 것이다.

SKT와 KT도 할 말이 있다. 3만원대 요금제를 선보이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3만원대 요금제에 대한 소비자 반응이 예상보다 크게 시큰둥하기 때문이다. 

구글 플레이스토어 기준 ‘너겟’ 앱의 다운로드 수는 10만회 정도에 불과하다. 너겟 요금제는 너겟 모바일 앱을 통해서만 가입할 수 있다. 너겟 앱이 요금제 이외에도 취미활동 예약 등 다양한 제휴 혜택을 제공하는 것을 고려해보면 실제 요금제 가입자 수는 이보다 적을 것으로 추산된다.

모든 소비자들이 낮은 가격만을 우선시하는 것도 아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이 지난해 6월에 발표한 ‘최근 국내 이동통신서비스 이용행태 분석’에 따르면, 통신사 선택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 요인은 ▲요금(81%) ▲데이터 품질(77%) ▲음성통화 품질(71%) ▲결합·결합혜택(70%) 등의 순으로 집계됐다.

특히 알뜰폰(MVNO) 가입자의 92%가 요금을 중요하게 고려하는 것과 달리, 이동통신(MNO) 3사 가입자는 결합혜택(75%), 장기·우수고객혜택(72%)을 MVNO 사용자보다 중시하고 있었다. 알뜰폰 가입자 중 결합혜택(30%)과 장기·우수고객혜택(33%)을 중시하는 비율은 이통 3사 가입자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이는 과점 구도인 통신시장에서 낮은 요금만을 내세워 고객을 뺏어오는 게  쉽지 않음을 보여준다.

KT는 김영섭 대표가 취임한지 얼마 안된 상황에서 3만원대 요금제를 내놓게 되면 실적 하락으로 이어져 김 대표 책임론이 대두될 가능성이 높다. 영업이익이 줄어든 현재 상황에서 3만원대 요금제 출시는 부담스럽다는 것이다. KT는 올해 3분기 영업이익으로 3219억원을 기록했고, 이는 임금협상과 콘텐츠 소싱 비용 등으로 인해 전년 동기(4529억원)보다 28.9% 하락한 수치다.

저가 요금제를 출시하면 KT는 가입자당 평균매출(ARPU) 하락도 우려된다. 3분기 KT의 ARPU는 통신 3사 중 유일하게 3만원을 넘겼다. KT의 ARPU는 지난해 같은기간 보다 2.8% 증가한 3만3838원으로 집계됐다. SKT와 LG유플러스의 ARPU는 2만9913원, 2만730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3%, 6.4% 감소했다.

업계 1위인 SKT는 LG유플러스의 너겟이 시장 흐름을 주도하지 못하는 가운데, 2위인 KT의 반응이 없다면 SKT로서도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요금제 구성의 차별화도 고민거리 중 하나이기에, 2·3위 사업자에 맞춰 요금제를 늦게 내놓는 게 오히려 장점이 될 수도 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요금제는 통신사의 가입자 정보를 관리하는 전산에 구현되는 것”이라며 “이를 개발하는 데 시간이 좀 필요할 거고 요즘은 경쟁사와 금액, 구성을 너무 똑같이 내면 담합을 조정한다는 의심을 받는다. 그래서 조금이라도 차별화를 두느라고 아이디어를 짜내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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