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파운드리 매출 62% 차지…삼성·TSMC 수익성 악화 우려

중국 파운드리 업계가 미국의 고강도 기술 제재를 우회해 레거시(구형) 공정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레거시 공정 반도체는 가격이 저렴해 글로벌 시장의 60% 이상을 점유하고 있어 파운드리 업체인 TSMC나 삼성전자의 매출에 타격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파운드리 업계가 미국의 고강도 기술 제재를 우회해 레거시(구형) 공정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레거시 공정 반도체는 가격이 저렴해 글로벌 시장의 60% 이상을 점유하고 있어 파운드리 업체인 TSMC나 삼성전자의 매출에 타격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계가 미국의 고강도 기술 제재를 우회해 레거시(구형) 공정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장비 반입 규제로 최선단 경쟁이 어려워지자 20㎚(나노미터·10억 분의 1m) 이상 반도체 국산화를 추진하는 것이다. 

레거시 공정 반도체는 가격이 저렴해 파운드리 시장의 6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중국이 이 시장을 접수하면 글로벌 파운드리 업체인 대만의 TSMC나 국내 삼성전자의 매출에도 타격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21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중국 1위 파운드리 업체 SMIC의 부회장을 지낸 중국 반도체 권위자 리웨이는 최근 열린 APEC 중소기업 교류회에서 “중국은 20나노 이상 반도체 국산화를 우선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이 국가 전략 사업으로 추진하는 반도체 기술 자립을 위해선 레거시 공정 투자가 선행돼야 한다는 취지였다. 

반도체는 회로 선폭이 좁을수록 연산 성능과 에너지 효율이 높은데 통상 20나노보다 큰 반도체는 레거시 공정으로 분류한다. 미국의 대중 수출 통제 조치로 10나노 이하 미세 공정 개발이 좌절되자 상대적으로 진입 장벽이 낮은 구형 반도체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춘 뒤 점차 첨단기술까지 영향력을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미국이 중국 업체에 대해 극자외선(EUV) 장비 수출 제한을 발표하자 시장에서는 “중국 파운드리 업계에 대한 사형선고”라는 반응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중국은 위기 속에서도 레거시 파운드리 위주로 생산 능력을 빠르게 확장해가면서 오히려 시장을 확장했다. 

실제로 SMIC는 최근 8인치 웨이퍼 환산 기준 월 79만 5750장의 생산 능력을 보유했다고 발표했다. 전년 동기 생산 능력인 월 70만 6000장보다 12% 늘었다. SMIC는 2021년에는 연간 45억 달러였던 시설 투자액도 올해 75억 달러까지 늘려 잡았다.

삼성전자나 TSMC 등 파운드리 기업들은 첨단 공정에 막대한 자금을 투자하면서 경쟁하고 있지만, 실제 수익의 절반가량은 레거시 공정에서 올리고 있다. 지난해 4분기 기준 글로벌 10대 파운드리 기업의 매출을 비교해보면 레거시 파운드리 시장은 211억 1800만 달러 수준으로 전체 파운드리 시장(335억 3000만 달러)의 62%에 달했다. 레거시 제품은 가격이 저렴하고 생산하는 업체도 많아 대부분 전자기기에 활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중국은 레거시로만 2분기 기준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 10.18%를 차지하고 있다. 막대한 정부 지원과 낮은 수율에도 제품을 사줄 수 있는 거대한 내수 시장을 감안하면 이른 시간 내에 시장 파이를 급격히 넓히는 것이 가능하다는 게 업계의 반응이다. 시장조사업체 IBS는 중국의 28나노 칩 시장점유율은 2025년 40%까지 치솟을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정부는 레거시 반도체 공장을 새로 짓는 자국 기업에 최대 10년까지 법인세를 면제받는 혜택을 주고 있다”면서 “내년까지 중국은 31개의 반도체 공장을 신규 건설할 계획이다. 이는 대만의 19개, 미국의 12개 공장 신설 계획보다 크게 앞선다”고 했다. 이어 “이 추세대로라면 2~3년 안에 전 세계 구형 반도체 절반이 중국에서 생산될 것”이라며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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