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종호 한국강소기업협회 상임부회장·경영학박사
나종호 한국강소기업협회 상임부회장·경영학박사

"강이 바위를 뚫고 흐르는 이유는 힘이 세기 때문이 아니라 멈추지 않기 때문이다." 기업 경영도 마찬가지다. 수많은 실패와 고난에 맞서 한계를 극복한 성공한 기업인에게는 멈추지 않은 치열한 과정이 있다.

지난 주말 한국강소기업협회가 진행한 강소기업 CEO과정의 '상생협력 12기' 원우들과 비즈니스 투어를 다녀왔다. 수많은 실패와 고난 속에서 치열하게 경쟁을 하며 기업을 키워 온 기업 대표분들을 많이 만날 수 있었다.

첫날 방문한 강원도 횡성에 있는 에스제이테크(유창근 회장)는 개성공단 1호 입주기업으로 2016년 2월 북한의 4차 핵실험에 대응해 한국 정부가 개성공단 폐쇄를 결정했을 당시 짐을 싸야 했던 120여개 기업 중 하나다. 개성공단 폐쇄이후 새로 도전한 길에 난관이 많았다. 특히. 중소기업이 전기차 사업을 한다고하니 대다수의 사람들이 비아냥하고, 은행에서는 견제에 나서서 사면초가의 벽에 부딪힌 경우가 많았다. 자금 조달을 위해 본사 공장, 송도 사옥, 개인 부동산 등 돈 되는 것은 다 팔았다. 이 과정에서 유창근 회장의 인간적 고뇌와 갈등은 끊임없이 계속됐다. 하지만 멈추지 않는 도전으로 에스제이테크는 드디어 친환경 전기차 및 모듈배터리 기술개발을 선도하는 회사가 되었고, 이제는 미국시장 진출을 위해 미국을 오고가며 시차를 적응할 시간도 없이 밤낮을 구분하지 않고 일하고 있다.

둘째 날은 남양주로 이동해서 주방용품 전문기업 '킹센스(양준호 대표)'를 방문했다. 공장을 둘러보면서 35년 동안의 노력과 땀이 곳곳에 묻어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특히 공장에서 혼자 작업 중 기계에 손가락을 잘리는 큰 사고를 당하기도 했던 아버지를 돕기위해 외국에서 반도체 회사를 다니던 아들이 돌아와 일하고 있었다. 아들에게 "아버지께 가장 바라는 것이 무엇인가?"라고 물었더니 "아버지는 출장갔다 돌아오시면 어머니나 자식들 안부를 먼저 묻지않고 회사에 별일 없는지부터 묻는다"고 대답했다. 가족 보다는 회사 일을 더 중시하는 게 서운하다는 표정이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양준호 대표에게 물었다 "이런 아들의 생각에 대해 어찌 생각하는지"를. 양 대표는 "70여명의 직원들 생계가 달려 있으니까요"라고 짧게 대답했다.

순간 가슴이 먹먹해졌다. 역시 사업가는 애국자다. 사업가는 돈을 버는 것 외에도 직원들 가족의 생계와 그들의 행복을 책임지고 있다. 그래서 잠시도 멈출 수가 없다. 본인의 노력에 따라 많은 사람들의 행복총량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필자 역시 이런 기업인을 돕는 일이 자랑스럽고 더욱 사명감을 갖게 된다.

비즈니스 투어를 위해 오고가는 버스안에서 사업을 하면서 후회되는 일, 힘들고 슬펐던 일, 행복했던 일 등을 돌아가면서 발표하는 시간이 있었다. 여기에서도 사업하는 과정에서 너무 힘들어 극단적인 생각을 갖었던 분도 있었고, 발표하다 울컥하는 마음에 말을 잇지 못하는 대표분도 있었다. 거듭된 사업실패로 견딜 수 없을 만큼 힘들 때, 신앙의 힘과 눈물의 기도로 다시 일어선 여성 CEO도 있었다. 오랜 여운과 감동을 주는 사연, 짠하고 한없이 슬프게 하는 사연, 그리고 많은 가르침과 배움을 주는 사연들도 참 많았다. 하지만 사업이 죽을만큼 힘들어도 긍정적인 마음으로 참고 견디다 보면 반드시 기회가 다시 온다는 것도 이번 발표를 통해 함께 공감하게 되었다.

KFC 창업자 커넬샌더스는 1008번을 거절 당하고, 1009번째만인 그의 나이 65세에 105달러로 창업했다. 트럭에서 잠을 자고, 주유소 화장실에서 면도를 하며, 실패하면 방법을 달리해서 또 도전했다. 거듭된 실패 끝에 결국 KFC 1호점을 탄생시켰다. 영화배우 마크 러팔로는 800번이나 오디션에 떨어지고, 뇌종양 판정으로 안면마비, 청각장애라는 치명적인 후유증을 겪으면서도 재활치료에 성공, 그가 출연한 영화 ‘비긴 어게인’ 처럼 배우로서 다시 일어나 최고 정상에 우뚝 섰다. 영하 10도의 바깥에서 알몸으로 "나는 할 수 있다!"고 울부짖던 무명배우가 있었다. 그의 이름은 허준을 연기한 전광렬이다. 끝이 보이지 않는 가난에 절망해 독약을 마셨던 남생해는 세계에서 가장 큰 중식당 하림각의 사장이 되었다.

특정분야에서 잠재력있는 중소.중견기업이 협업을 통해 강소기업으로 성장토록 지원하는 한국강소기업협회의 회원사 중에는 이번 비즈니스 투어에 함께하지는 못했지만 이처럼 멈추지 않은 도전과 열정으로 성공한 강소기업들이 많다.

태방파텍(정희국회장)은 1997년 IMF 외환위기로 심각한 경영난을 겪어야 했다. 갑작스럽게 대출금을 갚아야 하는 상황에 이르렀고, 자금난에 허덕이던 회사는 결국 무너지고 말았다. ​아내는 우울증 증세로 병원 신세를 져야했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살고 있던 아파트와 가재도구까지 몽땅 경매로 넘어갔다. 신용불량자가 되기도 했다. 당시 ​그의 나이는 52세. 좌절하지 않고 새로운 사업 아이템을 찾아 다니기 시작했다. 러시아에 있던 지인을 만난 그는 포장산업이 발달하지 못한 러시아에 식품포장 제품을 팔게 되면서 재기의 발판을 마련하게 된다. 포장을 뜯지 않고 전자렌지에 바로 데워먹을 수 있는 ‘찜팩(ZZim pak)’ 용기 개발에 성공, 태방파텍을 ‘혁신기업’ 반열에 올려 놓았다. 이제 미국, 일본, 베트남 등 해외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최근에는 베트남에 현지 공장을 건립해 새로운 도전에 나서고 있다.

"도전하는 인생엔 정년이 없다"고 말하는 80세의 구자관 삼구아이앤씨 회장은 50세에 골프, 57세에 스키를 시작했고, 61세에 용인대 경찰행정학과 입학, 65세에 오토바이 타기를 시작했다. 68세에 서강대 경제대학원 석사 졸업, 69세에 수상스키, 71세에 비행기 조종을 배우기 시작했고, 74세에 뉴질랜드 트레킹 10km 완주, 80세에 라스베가스에서 스카이다빙을 했다. 그리고 지금은 84세에 달성할 새로운 도전을 준비하고 있다.

"훌륭한 생각을 하는 사람은 많지만, 행동으로 옮기는 사람은 드물다". 실패와 고난에 맞서 한계를 극복하거나 탁월한 경영능력으로 세상을 바꾸는 이들의 치열한 과정, 그리고 행동으로 실천하는 경영자의 힘에서 한계를 극복하고 강소기업으로 가는 길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하는 소중한 비즈니스 여행이었다.

무엇보다 내리막이 있으면 오르막이 있고, 밤이 깊어지면 곧 동이 틀테니 희망을 버리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스스로 다짐하게 된다.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일들은 대체로 전혀 가망이 없는 것처럼 보이는데, 어리석다는 소리를 들어가면서 끝까지 노력하는 사람들에 의해 이루어져 왔다. 한국강소기업협회를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상생협력 단체로 만들어가는 것도 지금은 어슬퍼 보이지만 반드시 이룰 수 있다고 믿는다. 다만, 기업은 아무리 힘들어도 재기할 기회가 반드시 찾아오지만 CEO가 건강을 잃으면 모든 것을 잃게 된다는 것도 일깨워주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사단법인 한국강소기업협회 나종호 상임부회장(경영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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