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앤에프 3조 투자계획 발표…LG엔솔·SK온 속도 조절 나서
골드만삭스 "배터리 가격 40% 떨어져…시장 성장 가능성도"

2차전지 양극활물질 제조업체 엘앤에프는 이달 28일 대구에 2조 5500억원을 투자해 양극재와 음극재 신공장을 건설하고 2차전지 종합 소재기업으로 성장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사진/엘앤에프 홈페이지
2차전지 양극활물질 제조업체 엘앤에프는 이달 28일 대구에 2조 5500억원을 투자해 양극재와 음극재 신공장을 건설하고 2차전지 종합 소재기업으로 성장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사진/엘앤에프 홈페이지

2차전지 업체들의 투자 방향이 엇갈리고 있다. 전기차 시장 둔화세와 배터리 가격 하락세 전망에 투자 속도를 조절하는 업체가 있는 반면, 오히려 낮아진 가격이 전기차 시장 성장세를 가속화한다는 장기 전망을 바탕으로 적극적인 투자에 나서는 업체도 존재한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2차전지 양극활물질 제조업체인 엘앤에프는 대구에 2조 5500억원을 투자해 양극재와 음극재 신공장을 건설한다. 엘앤에프는 이번 투자를 통해 하이니켈 양극재 공장 2개 동에서 총 13만 톤, 차세대 음극재 공장 1개 동에서 2만 2000톤, LFP 양극재 공장 2개 동에서 총 16만 톤 등 31만 톤 규모의 공장을 신설함으로써 2차전지 종합 소재기업으로 성장하겠다는 계획이다.

엘엔에프는 지난해에도 대구 달성군 구지 3공장에 5000억원 규모 투자 계획을 발표하는 등, 구지1·구지2 공장을 더하면 최근에만 3조6500억원을 투자했다.

엘앤에프의 행보는 최근 완성차와 2차전지 업체들이 전기자동차 시장 둔화세에 투자 속도를 조절하는 것과 다른 행보다. 이달 11일(현지시간) LG에너지솔루션·포드와 튀르키예 배터리 합작공장 설립을 추진하던 튀르키예 코치 그룹은 합작법인 설립을 위한 3자 양해각서(MOU)를 철회한다고 공시했다.

또 지난 10월에는 포드가 120억달러(약 16조원) 규모 전기차 투자 계획을 연기한다고 밝혔고, 이에 따라 SK온과의 합작법인인 블루오벌SK의 켄터키 2공장 가동 시점도 늦춰지게 됐다. 이와 함께 SK온은 미국법인인 SK배터리아메리카(SKBA)의 조지아주 공장 배터리 생산을 축소하고, 일부 직원은 휴직 조치를 실시하기로 했다.

2차전지 전방산업인 전기차 업체들이 투자 계획을 조정하면 후방산업도 당초보다 투자 계획이 밀릴 수밖에 없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10월 출시를 준비 중인 전기 픽업트럭 '사이버트럭' 양산과 수익 창출에 대한 기대치를 낮추고 싶으며, 멕시코 생산공장(기가팩토리) 건립 추진 일정도 늦어질 가능성도 내비쳤다. GM은 지난해 중반부터 내년 중반까지 2년간 전기차 40만대를 생산한다는 애초 계획을 폐기하고, 미시간주에 건설하기로 한 전기차 공장 가동 시점도 1년 미루기로 했다. 이들은 모두 전기차 시장 성장세 둔화를 이유로 꼽았다.

배터리 가격 전망. 사진/골드만삭스
배터리 가격 전망. 사진/골드만삭스

2차전지 업체들로서는 전방산업의 투자 조절과 함께 배터리 가격 하락이라는 이중고가 덮친 상황이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2차전지 가격이 2025년 kWh당 99달러로, 2022년 대비 40% 하락할 것이라 전망했다.

특히 이 수치는 골드만삭스가 이전 예측한 33%의 감소율보다 더 줄어든 것으로, 골드만삭스는 "2차전지 가격이 예상보다 하락폭이 가팔라질 것이며, 배터리 팩 가격은 2023년부터 2030년까지 연평균 11% 낮아질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골드만삭스가 2차전지 가격 하락의 주요 요인은 리튬, 니켈, 코발트 등 주요 광물 가격이 낮아지기 때문이다. 일례로 지난해 초 톤 당 58만 위안(약 7억5342만원)이던 리튬 가격은 최근 톤 당 약 15만 위안(약 1억9485만원)까지 내려갔다. 이 가격은 2028년 13만 위안(약 1억6887만원)까지 떨어진다. 리튬 가격 하락은 공급과잉이 원인이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2030년이 되면 리튬 공급량이 수요량 대비 79만톤을 초과한다.

또한 2차전지 업계는 벌써부터 공급과잉 우려도 나오고 있다. 원자재 시장 분석업체인 CRU그룹은 올해 중국 내 전체 배터리 생산능력은 1500GWh로, 중국 내수 수요인 636GWh 대비 두 배가 넘을 것으로 예상했다. 또 벨기에의 컨설팅 회사에 따르면 2030년 전기차 배터리 생산량은 3.2TWh로, 수요량 전망치인 3.1TWh보다 20% 많다. 마르코 모더 맥킨지앤드컴퍼니 파트너는 올해 초 개최된 '더 배터리 컨퍼런스 2023'에서 "2025년에는 공급 과잉 현상이 벌어질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전기차 시장 보급률 전망. 사진/골드만삭스
전기차 시장 보급률 전망. 사진/골드만삭스

원가 하락에 공급 과잉에 따른 가격 하락이 꼭 2차전지 시장의 침체로 이어진다고만 볼 수는 없다. 골드만삭스는 향후 10년 내 전기차 가격이 내연기관 차량과 동등한 수준까지 떨어지고, 지금과 달리 보조금 없이도 소비자 선택을 받을 수 있는 가격 경쟁력을 갖출 것이라 분석했다.

또 골드만삭스는 전체 자동차 시장에서 전기차 보급률에 대해 2025년 17%, 2030년 35%, 2040년 63%로 예상했다. 가장 긍정적인 시나리오에 따른 전망치로는 같은 기간 21%와 47%, 86%로 전기차 가격 하락에 따라 현재 예상되는 것보다 보급 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배터리 가격이 하락함에 따라 전기차 시장이 정부 보조금보다 소비자 선택에 더 큰 영향을 받는 새로운 단계로 전환한다고 보고 있다"며 "배터리 비용의 감소는 더욱 경쟁력 있는 전기차 가격 책정, 보다 광범위한 소비자 선택, 전기차와 배터리에 대한 전체 시장의 추가 성장으로 이어질 수 있"고 말했다.

임현진 한국자동차연구원 선임연구원 또한 올해 보고서를 통해 "전기차 초기 시판 당시에 비해 현재 전기차 보급단계에서는 내연차 대비 전기차의 상대적 가격이 소비자 구매결정과 전기차 보급 확산에 더욱 유의미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며 "완성차 업체들은 가격경쟁을 통해 전기차 시장점유율을 확대를 꾀하고 있고, 수년 내에 현실화될 주요국의 전기차 구매 보조금 폐지·삭감 계획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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