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변경 가능성에 “폴란드 군 현대화 시급, 변경 쉽지 않을 것”

8년 만에 정권교체를 한 폴란드 집권세력이 전 정부에서 단행한 정책을 수정할 가능성도 있다는 언급을 하면서 지난해 폴란드와 막대한 수출 계약을 맺은 국내 방산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사진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K9 자주포.
8년 만에 정권교체를 한 폴란드 집권세력이 전 정부에서 단행한 정책을 수정할 가능성도 있다는 언급을 하면서 지난해 폴란드와 막대한 수출 계약을 맺은 국내 방산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사진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K9 자주포.

8년 만에 정권교체를 한 폴란드 집권세력이 전 정부에서 단행한 정책을 수정할 가능성도 있다는 언급을 하면서 지난해 폴란드와 막대한 수출 계약을 맺은 국내 방산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12일 외신에 따르면 지난 10월 총선에서 야권 연합을 이끌며 8년 만에 정권 탈환에 성공한 도날트 프란치셰크 투스크(66) 전 총리가 11일(현지시간) 폴란드의 신임 총리로 확정됐다. 폴란드 하원에서 실시된 투스크 총리 후보에 대한 찬반 투표는 찬성 248표, 반대 201표로 가결됐다. 앞서 현 집권당이자 민족주의 우파 성향 법과정의당(PiS) 소속 마테우시 모라비에츠키 현 총리에 대한 신임 투표는 부결된 바 있다.

투스크 총리는 13일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의 새 정부 출범 선언과 함께 공식 취임하고, 14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리는 EU 정상회의 참석으로 공식 일정을 시작할 전망이다.

투스크 총리는 PiS가 2015년 집권하기 직전인 2007∼2014년 총리를 역임했고, 2014년부터 5년간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을 맡았다. 

8년 만에 두 번째 총리 임기를 시작하게 된 투스크는 지명 확정 후 연설에서 “우리는 함께 모든 것을 바로 잡을 것”이라며 전 정부와 다른 행보를 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PiS는 2015년 집권 이래 권위주의를 강화하고 EU와 잦은 분쟁을 벌였다. 반면 투스크 총리가 이끄는 야권 연합은 친EU 성향이 강하다. 

일각에서는 야권 연합이 집권하면서 전 정부 시절 추진된 각종 정책이나 핵심 사업을 번복할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이미 체결된 한-폴란드 간 방산 계약에 불똥이 튈 우려도 제기된다.

실제로 야권 연합의 일원인 '폴란드 2050' 소속 시몬 호워브니아 하원의장은 “PiS 임시 정부가 서명한 합의는 무효가 될 수도 있다”는 주장을 했다. 이런 발언을 두고 로이터통신은 한국의 방산 수출에도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관측을 내놓기도 했다.

이에 국내 방산업계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우선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 4일 폴란드 군비청과 K-9 자주포 152문 등을 수출하는 내용의 2차 계약을 맺은 바 있다. 또한 지난해 7월 폴란드 군비청과 K-9 672문, 다연장로켓 천무 288대를 수출하기 위한 기본계약을 체결하고, 그해 8월에 K-9 212문, 11월에 천무 218대를 수출하는 1차 계약을 맺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이번 보도 내용의 진의를 파악하면서 현지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현대로템의 경우 지난해 1차 계약에서 폴란드와 K-2 전차 180대 수출을 확정한 뒤 820대 규모의 2차 계약을 남겨 둔 상태다. 현대로템은 2차 계약을 서두르기보다 새로 들어서는 정부와 공감대 속에 2차 계약을 원만히 체결하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지난해 폴란드와 경공격기 FA-50 48대의 수출 계약을 한꺼번에 체결한 상태라 상대적으로 여유 있는 모습이다. 이미 1차 계약에서 계획한 모든 수출 물량을 소화한 KAI는 1·2호기를 시작으로 올해 연말까지 FA-50GF 12대를 우선 납품하고, 나머지 36대는 성능 개량 버전인 FA-50PL(Poland) 형태로 2025년 하반기부터 2028년까지 순차 납품하는 계획을 확정했다.

이와 관련 국내 방산업계는 폴란드와의 계약 변경 가능성을 우려하면서도 상황이 비관적인 것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 러시아와 전쟁을 치르고 있는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맞댄 국가로, 하루빨리 군·무기체계 현대화를 이루는 것이 시급한 과제이기 때문이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폴란드 내부의 정치 상황은 예측하기 어렵지만, 폴란드가 군 현대화 사업을 한순간에 손바닥 뒤집듯 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면서 “한국만큼 무기 납품이 신속하게 이뤄지는 다른 대안을 찾기 어려운 상황에서 정권이 바뀌었다고 쉽게 기존 계획을 바꾸진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이미 선수금이 지급되고, 1차 계약 물량이 납품되는 상황에서 무기에 대한 보수·정비 등 관리도 함께 따라가는데, 호환성 등 측면에서 이미 선택한 무기체계를 바꾸는 것도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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