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스트로보틱스 인수 기술력·해외사업 강화 잠재력
수주잔고도 4년 연속 두 자리 수 성장…12조원 넘어

사진/LIG넥스원
사진/LIG넥스원

LIG넥스원의 고스트로보틱스 지분 인수 소식에 주가가 들썩이고 있다. 과열 논란도 지적되고 있지만,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수주 잔고에 로봇 사업 강화와 해외 사업 확대가 성장 모멘텀을 더할 것이란 의견도 나오고 있다.

13일 오전 10시 20분 기준 LIG넥스원의 주가는 13만3000원을 기록 중이다. LIG넥스원은 지난 8일 고스트로보틱스 지분 60%를 약 1876억원에 인수한다고 공시했다. 이후 LIG넥스원 주가는 8일 종가 9만8600원 대비 3일 동안 약 35% 오른 상태다.

이에 대해 한영수 삼성증권 연구원은 "비이성적인 과열로만 치부할 수 없다"며 “기존 산업과의 시너지를 노릴 수 있는 분야이고 국내 로봇업체들의 밸류에이션(평가가치)이 매우 높은 수준이라는 점에서 주가에 긍정적 영향을 기대했었다"고 분석했다.

고스트로보틱스는 지난 2015년 설립된 미국 필라델피아 소재 업체로, 4족 보행로봇을 개발하는 회사로 미군과 호주군, 영국군 등 글로벌 주요 국가들의 군사용 로봇으로 테스트가 이루어진 바 있다.

LIG넥스원으로서는 고스트로보틱스 지분 인수가 PGM(정밀타격), ISR(감시정찰), AEW(항공전자/전자전), C4I(지휘통제/통신)에 이어 로봇 분야로까지 방산사업을 확장할 수 있는 기회다. 다만 이를 통해 실적이 즉시 개선될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업계에 따르면 고스트로보틱스는 현재까지 약 300여 대 가량 로봇 공급 실적을 보유하고 있으며, 연간 매출액은 수 백 억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사진/고스트로보틱스
사진/고스트로보틱스

양승윤 유진투자증권 선임연구원은 "고스트로보틱스는 보스턴 다이내믹스를 포함해 애니보틱스 등 주요 로봇 기업들이 군사 목적 활용을 보이콧하고 있는 가운데, 군사용 로봇으로 활용될 수 있는 가장 유력한 선택지로 부상 중이다"며 "향후 미국과 한국 등 주요 국가에서의 병력 감소가 예상되고, 미래 전장에서 MUM-T(유무인복합체계)가 적극 활용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이번 LIG넥스원의 투자는 선제적인 기술 투자와 사업 아이템 확보로 이어질 것이라는 판단한다"고 밝혔다.

한 연구원은 "두산로보틱스는 손익 턴어라운드에 아직 성공하지 못한 상태임에도 이미 내년 예상 매출의 50배에 해당하는 시가총액을 인정받고 있다"며 "고스트로보틱스의 4족 보행 로봇 기술력과 미군으로의 실제 납품기록을 감안하면 주가 급등 설명이 불가능한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고스트로보틱스 인수로 해외 네트워크 확대 효과도 기대되고 있다. LIG넥스원은 고스트로보틱스 인수 이유로 "미래성장 플랫폼 확보 및 미국 방산시장 진출"을 들고 있다. LIG넥스원은 올해 3분기 누적 기준 2855억원, 전체 매출의 17.5%를 수출로 기록했다. 특히 전체 매출의 약 50%가 방위사업청으로 특정 거래처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LIG넥스원의 해외사업 확대 의지는 최근 조직개편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LIG넥스원은 기존 3부 체제인 해외사업 부문을 4부로 확대 개편해 중동·아프리카, 유럽 등 지역을 세분화 해 새로운 수출 시장을 발굴할 계획이다.

해외사업 확대는 8년 전 밝힌 그룹 목표 달성을 위해서도 필요한 부분이다. LIG그룹은 2015년 LIG손해보험을 매각하면서 사업 포트폴리오를 방산사업 위주로 재편하면서, 2018년 매출 3조6000억원, 영업이익 2000억원을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선 LIG넥스원의 성장이 필요하지만, 목표 시점으로부터 5년이 지난 현재 매출은 연결 재무제표 기준 2조원 대로 실적이 많이 부족하다. LIG넥스원 외 계열사들은 매출 1000억원을 넘기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수주 잔고가 나날이 늘어나고 있기에 성장 기대감은 충족시켜가고 있다. 2018년 5조6507억원이던 수주잔고는 2021년 8조3073억원에 이어 지난해는 12조2651억원까지 증가했다. 올해 3분기 말 기준으로는 12조641억원이 남았으며, 여기에 10월 해군음향정보관리체계-Ⅱ 사업, KPS 검증용 지상시스템 장비제작 및 체계종합 용역사업, 11월 130mm유도로켓 3차 양산에 더해 이달 6일 5157억원 규모 천궁Ⅱ(철매-Ⅱ 성능개량) 유도탄 2차 양산 계약까지 더하면 13조원에 가까운 금액을 기록할 것으로 여겨진다.

수주 잔고에 적극적인 사업확대까지 더해지면서 성장 기대감이 주가에 반영되고 있지만, 현금창출력은 지켜봐야 한다. LIG넥스원은 3분기 말 -1843억원의 영업활동현금흐름을 기록했다. 현금성 자산도 94억원에 불과하다.

이는 최근 증가한 수주 잔고가 현금으로 전환되는 시점에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LIG넥스원의 매출채권은 3분기 말 기준 3462억원으로, 지난해 말 1871억원 대비 두 배 가까이 늘었다.

한 연구원은 "올해 수주 잔고는 지난해보다 22%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며, 4년 연속 두 자릿수 성장이다"며 "수주잔고가 매출로 환원되면 이익도 지속해 성장하고, 이익 성장 대비 밸류에이션도 부담스럽지 않은 편"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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