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종호 한국강소기업협회 상임부회장·경영학박사
나종호 한국강소기업협회 상임부회장·경영학박사

밥은 당연히 솥에 지어먹는 것으로 알고 있었지만 전자렌지에 돌려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햇반이 나왔다. 화장품은 당연히 피부에 바르는 것으로 알았으나 먹는 화장품, 진동파운데이션 같은 기기화장품이 나왔다. 마찬가지로 당연히 부드러워야 하는 타월을 거칠게 만든 때밀이타월은 관점을 바꾸어 성공적인 비즈니스 기회를 만든 사례들이다.

아오모리 현은 합격사과로 유명하다. 1991년 일본 아오모리 현에 기록적인 태풍이 닥쳐 수확을 앞둔 사과의 90%가 땅에 떨어졌다. 농부들이 땅에 떨어진 사과를 주우며 안타까워하고 있을 때, 한 농부의 눈에 태풍의 비바람을 이겨내고 나무에 붙어있는 사과가 보였다. 이 사과에 ‘합격'이라는 단어를 붙여 수험생들에게 팔았다. 개당 100엔씩 팔리던 사과는 합격사과로 바꾸자 개당 1,000엔에도 날개돋힌 듯 팔려나갔다.

마케팅은 고객의 관점을 바꿔 제품이나 서비스를 다르게 보이게 하는 것이다. 2024년 새해를 준비하면서 그동안 사업이 기대만큼 잘 되지 않았다면 햇반이나 진동파운데이션, 아오모리 현의 합격사과 사례처럼 관점을 바꿔볼 필요가 있다. 당연하게 생각해왔던 것들에 대해 뒤집어서 생각해보는 것이다. 세상의 모든 상품이나 서비스는 완벽한게 없다. 다르게 보면 고객입장에서 더 완벽하고 편리한 상품.서비스가 나올 수 있고 틈새시장도 발견할 수 있다.

많은 기업들은 만드는 사람, 파는 사람의 관점에서만 시장을 바라보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성공하기 위해서는 고객중심의 관점을 실천해야 하고, 당연함을 부정하는 관점을 갖어야 한다. 모든 것을 당연하다고 생각하면 변화는 존재하지 않는다. 당연함의 틀에 갇히면 그것이 고정관념이 되어 아무 것도 이루어지지 않는다. 즉 당연함의 부정으로부터 창조적 파괴와 혁신이 시작되는 것이다.

사람들은 많은 습관에 젖어 있다. 많은 사람들이 습관적으로 하는 행위, 그것이 곧 트렌드다. 창업해서 크게 성공한 사람들은 이처럼 누구나가 당연하게 생각하는 트렌드를 바꾼 사람들이다. 세상에 없는 새로운 것을 창조하기란 정말 쉽지않다. 하지만 세상을 바꾼 창조적인 기업들은 세상에 이미 존재하는 것들도 새로운 관점에서 유기적으로 연결, 고객가치를 높여주는 상품.서비스를 탄생시켜 왔다.

매년 해오던대로 10~20% 성장목표에 기존의 조직과 인프라, 그리고 여기에 약간의 투자를 통해 안정적 성장을 이루어가는 것은 모든 중소기업들에게 익숙해진 경영습관이고 바람직한 경영활동이다. 하지만 좀 더 빠른 혁신성장과 도약의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당연함을 부정하는 관점 변화가 적극 시도되어야 한다. 

소비재 회사가 오프라인 영업력은 뛰어난데 온라인 매출이 부족하다면 온라인 매출비중 확대를 위한 과감한 조직변경과 인력전환이 필요하다. 기술력은 뛰어난데 히트상품이 없고 영업력이 약하다면 마케팀.영업력 강화를 위한 전사적 시장중심의 조직 변화가 필요하다. 신성장 동력이 될 신규사업을 도입했으나 기존사업이 여전히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면 역시 조직과 인적자원의 과감한 전환배치가 필요하다. 기존사업에 투입된 기존인력의 매너리즘이 미래 성장동력이 될 신규사업의 성장을 발목잡기 때문이다.

특히, 당연하게 해왔던 경영방식이나 영업. 마케팅, 그리고 기존의 인프라를 혁신하는데 있어서 중소기업은 혼자 독자적으로 해결하기에는 너무 비용적인 부담이 크고 전체 회사 운영에 무리를 줄 수도 있다. 따라서 내가 갖고 있지 않은 강점을 갖고 있는 회사나 전문과와의 협업이 필요하다. 외부 대기업이나 공공기관과의 협업으로 그들의 인프라를 활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예를들어 가전제품을 제조.판매하는 중소기업이 전국적인 영업망이나 A/S 조직을 갖추기가 어렵다. 그래서 어느 지방에 있는 소비자가 A/S를 원하는 경우, 대응이 쉽지 않다. 이럴 경우, 전국에 A/S 조직을 갖추고 있는 대기업과 협업해서 처리할 수 있다. 또 유사한 업종의 중소기업들이 협업해서 A/S 문제를 공동으로 해결해 나갈 수도 있다.

결론적으로 2024년 통큰 목표달성을 위한 혁신과 도약의 발판을 마련하는 한해가 되도록 하기위해서는 지금까지의 당연함을 부정하는 관점 변화와 고객중심의 관점을 실천하되, 혼자가 아니라 자사가 부족한 분야의 강점이 있는 기업이나 전문가, 외부 기관과의 협업을 통한 실행에 집중해야 한다.

사단법인 한국강소기업협회
나종호 상임부회장(경영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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