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님들 똑똑하게 장사합시다(7)
중소기업신문·부자비즈 공동기획

최병기 나들가게 독산구판장 사장
최병기 나들가게 독산구판장 사장

서울 금천구 독산동에서 '나들가게 독산구판장'을 운영하는 최병기 사장은 2000년도에 슈퍼마켓을 차려 10년간 전성기를 보냈다. 그러나 시대가 변하고 오프라인이 몰락해가면서 슈퍼마켓이 설 자리도 서서히 사라져갔다.

최 사장은 힘든 일을 기피하는 구인난을 극복하고 고정비용을 줄이기 위해서는 무인 창업만이 살 길이라고 판단했다. 그래서 현재 운영하고 있는 '독산구판장'과는 별도로 슈퍼마켓에 무인을 결합한 무인슈퍼 '대단한민국이가게'와 '대단한민국이슈퍼' 두 곳을 창업한다. 새로운 도전이 쉽지는 않았지만 중소벤처기업부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의 '스마트상점 기술보급사업'을 활용해 무인 매장 운영에 도움을 받기도 했다. 20년 슈퍼마켓 사업 경력자가 창업한 무인슈퍼는 무엇이 다를까?

◆대학 졸업 후 유통사업 시작…나만의 슈퍼마켓을 차렸으나

젊은 시절 대학교 교직원으로 근무했던 최 사장은 어릴 때부터 사업가가 꿈이었다. 그래서 안정된 학교를 그만두고 장차 사업을 하는데 도움이 되는 직장으로 옮겼다. 식품 소매기업에 재취업해 식품 유통관련 일을 배웠다. 이후 소매상과 도매상을 번갈아 근무하며 유통을 공부했다.

경험을 통해 자신감을 얻은 최사장은 2000년 8월에 부인과 '독산구판장'이라는 슈퍼마켓을 차렸다. 매장 20평, 앞마당 8평 규모의 가게였다.

최사장이 독산구판장을 창업할 무렵 슈퍼마켓의 전성기는 끝물이었지만 그런대로 장사가 잘됐다. 10년간 돈도 많이 벌었다. 저축한 돈으로 더 큰 슈퍼마켓을 차릴 목돈마련을 위해 주식에 투자하게 됐다.

그런데 하필이면 그 무렵 리먼브러더스 사태가 터져서 투자해 놓은 주식이 폭락했다. 하루 아침에 빚더미에 앉게 됐다. 빚을 갚기 위해서 열심히 일했다.

2017년에는 정부 지원 사업으로, 운영하고 있던 독산구판장의 시설을 개선해 '나들가게 독산구판장'으로 리뉴얼했다. 독산구판장의 현재 매출은 연간 3억원 대이다.

◆변해버린 유통시장 환경…8평짜리 무인슈퍼로 실험창업

주가 폭락으로 진 빚은 작년에야 다 갚을 수 있었다. 하지만 빚은 다 갚았지만 상황은 녹록치 않았다. 그사이에 유통환경이 너무 많이 변한 것이다. 특히 코로나로 온라인 시장이 커지면서 슈퍼마켓들은 어려움은 가중되고 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3D 업종을 기피하는 분위기로 일할 사람을 구하기도 너무 힘들었다.

그때 관심을 갖게 된 것이 유·무인 하이브리드 매장과 무인매장이었다. 이미 많은 분야가 무인화되고 있었고. 어떤 면에서 무인은 피할 수 없는 미래인 것 같았다.

새로운 도전을 위해서 2021년부터 무인 가게를 열심히 벤치마킹했다. 무인편의점, 무인 아이스크림 가게, 무인과자전문점 등을 찾아다녔다. 20년,동안 슈퍼마켓을 운영 경력자의 눈에 비친 무인매장들은 경쟁력이 있는 것 같지 않았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내가 잘 아는 슈퍼마켓에 무인을 결합한 무인 슈퍼마켓이었다.

무인 사업 준비를 한 최 사장은 서울 관악구 미성동에 8평짜리 무인슈퍼 '대단한민국이가게'를 창업했다. 처음부터 대형매장을 하는 건 위험할 것 같아 무인아이스크림 가게의 업그레이드 버전으로 오픈 했다. 정부 지원사업을 활용해 창업했기 때문에 창업비용이 많이 들지는 않았다. 임대료와 시설비만 약간 들었다.

'대단한민국이가게'는 월평균 800~900만 원 정도의 매출에 수익률은 25% 정도다. 매출이 나쁘지 않자 최 사장은 좀 더 사업을 확장해보기로 한다. 점포를 총 40평으로 넓혀 2022년 12월에 같은 미성동에 '대단한민국이슈퍼'를 차린다. 40평중 25평은 매장이고, 15평은 창고다. 이번에는 진짜 유인 슈퍼마켓처럼 무인매장을 차렸다.

대단한민국이슈퍼 전경.
대단한민국이슈퍼 전경.

◆무인슈퍼와 무인편의점의 차이점은?

'대단한민국이슈퍼'는 유인 슈퍼마켓의 무인버전이었다. 물건도 식품과 공산품 합쳐서 1000가지가 넘는다. 진열 방식도 유인 슈퍼마켓처럼 똑같이 했다. 단지 무인이라는 차이점이 있을 뿐이었다. 그런데 그게 문제였다.

시도 때도 없이 손님들의 전화가 걸려오기 시작했다. 새벽에도 왔다. 가장 큰 문제는 진열에 있었고, 무조건 많은 물건을 구비하면 안된다는 것을 알게 됐다. 처음에는 신선식품도 취급했는데 판매량이 낮아 지금은 취급하지 않는다.

무인 매장에 적합한 물건을 선택해 최대한 잘 보이게 진열해놓는 방법이 필요했다. 한마디로 머천다이징에 문제가 있었던 것이다.

초반의 시행착오를 하나씩 고쳐가자 손님들의 전화 횟수도 줄어들고, '대단한민국이슈퍼'의 매출도 꾸준히 월 800~900만 원씩 나오기 시작했다.

'대단한민국이 가게'와 '대단한민국이 슈퍼'의 가장 큰 장점은 주류와 담배 자판기가 있다는 점이다. 최 사장이 무인슈퍼를 창업하며 다른 무인아이스크림가게나 무인편의점과 차별화를 가져가기 위해 생각한 것이 주류와 담배 자판기였다. 대부분의 생필품을 온라인에서 사는 소비자들이 오프라인에서 구매하는 대표적인 품목이 술과 담배였기 때문이다.

◆스마트상점 기술보급 사업 탈락 후에 극적으로 추가선정

무인슈퍼에 주류자판기와 담배 자판기의 필요성을 절감한 최 사장은 판매루트를 파악해 어렵게 담배 자판기를 들여놓았다. 그런데 또 한 가지 정보를 얻게 된다. 올해 중소벤처기업부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서 시행하는 ‘2023 스마트상점 기술보급사업’에 무인자판기 품목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스마트상점 기술보급사업에 신청을 했다. 덕분에 '대단한민국이슈퍼'에 주류 자판기가 들어왔다. 총 금액 850만원중 500만원이 정부 지원금이고 나머지가 자부담금이다.

요즘 왠만한 것은 온라인 구매가 가능한데 오프라인 구매 품목인 술과 담배 때문에 매장에 들렀다가 식료품도 사고 공산품도 사간다. 부수적인 효과가 커서 꼭 필요하다. 주류자판기는 성인인증을 해야 사용할 수 있다. 카카오와 신분증, 패스로 신분 인증을 하게 돼 있다. 고령자에게는 좀 어렵지만 젊은층은 부담없이 잘 이용하고 있다. 최근에는 고령자들도 배워서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장사꾼이 아닌 진짜 사업가가 되는 게 목표

최 사장은 한국나들가게 금천구 지부장을 맡고 있기 때문에 회원들의 어려운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때문에 최 사장은 무인슈퍼 두 곳을 충분히 검증하고 모델을 잘 만들어 안정화시킨 후에 공동브랜드를 만들어 고령화되는 슈퍼마켓 사업자들을 도울 계획이다. 오랜 유통 경험을 살려 물건을 대량으로 저렴하게 구입해 많은 사람들과 상생하는 것이 목표다. 필요하다면 고객이 많은 시간에는 사람이 거주하는 유·무인 병행 하이브리드형 슈퍼마켓 운영 방식도 고려하고 있다.

정보제공 = 부자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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