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마트컨설팅협회 김세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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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육개발원이 발표한 2023년도 직업계 고교 졸업생의 취업률은 55.7%이다. 이 숫자만 보면 직업계 고교의 취업률은 낮은 편이 아니다. 졸업생 2명 중 1명 이상은 취업하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기에는 다소 함정이 도사려 있다. 취업률이 전체 졸업생을 대상으로 계산하는 것이 아니라 진학자 등을 뺀 취업희망자 중에서 실제 취업한 사람을 기준으로 취업률을 계산하다 보니 이런 통계가 나온 것이다.

이는 통계청의 국가 표준 지표에 따라 취업률은 졸업자에서 대학 진학자와 입대자, 장기 입원 등으로 취업이 불가능한 자를 제외하고 경제 활동이 가능한 인구만을 대상으로 산출한다는 것이 관련 통계를 담당하고 있는 한국교육개발원의 설명이다. 취업률은 취업자를 졸업자에서 진학자와 입대자 그리고 제외 인정자를 합한 수로 나누다 보니 분모가 줄어들게 되어 취업률이 높게 나타난 것이다.

이러한 기준에 따라 교육부가 발표한 2023년 직업계고 졸업자 취업률은 55.7%로 나타났으나 졸업자 중 취업자의 비중으로 계산한 비율은 27.3%에 불과하였다. 현재 직업계 고교 졸업생은 특성화고교, 마이스터고교, 일반고 직업반으로 구성되어 있다. 특성화고교는 470개교, 졸업생은 62,853명으로 이중 취업자는 15,496명으로 취업률 53.3%를 기록하였다. 마이스터고는 50개교, 졸업생은 5,929명이며 취업자는 3,660명으로 취업률은 73.7%에 달하였다. 일반고 직업반은 58개교, 졸업생 2,809명 중에서 취업자는 370명에 불과한 실정이다.

문제는 어렵게 취업한 직업계고교 졸업생들의 중도 탈락률이 높다는 점이다. 교육 당국은 취업률과 동시에 유지 취업률을 함께 조사하고 있다. 유지 취업률은 졸업생이 취업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지 조사하는 통계 자료로 6개월 기간을 두며 집계한다. 교육부와 한국교육개발원 발표 자료에 따르면, 2022년 직업계고교 취업자의 6개월 후 유지 취업률은 82.2%, 1년 후는 66.4%를 기록했다. 반년 사이 10명 중 2명, 1년 후로는 10명 중 3명 이상이 중도에 직장을 그만두고 있는 셈이다.

또한 2023년 기준으로 취업도 진학도 하지 않은 직업계고교 미취업자는 1만 5,533명, 전체 졸업생 기준 21.7%로 나타났다. 졸업생 절반 정도가 진학을 택하고 있으며 나머지는 취업을 하거나 미취업 상태로 있는다면 직업계고교의 정체성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전언이다. 특히 직업계 고교는 일반고에 비해 투입되는 예산 규모가 크다는 점을 고려할 때 취업률 하락과 더불어 미취업자가 적지 않다는 점은 직업계 고교가 심각한 위기 상황에 처해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상황이 이렇게 악화된 것은 정부의 책임도 크다는 것이 직업교육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전 정부는 직업계고 실습생 대상 업무 현장 사고가 반복되자 2017년 12월 ‘조기 취업형 현장실습 전면 폐지’를 결정한 바 있다. 이로 인해 취업이 어렵게 될 것을 우려한 학부모들이 반발하자 2018년 2월 ‘학습중심 현장실습의 안정적 정착 방안’을 통해 안전 등 일정 기준을 충족한 ‘선도 기업’에 한해 학기 중 취업이 가능하도록 완화하였다. 2019년 1월엔 ‘직업계고 현장실습 보완 방안’을 발표해 선도 기업에 선정되지 않은 기업도 ‘참여 기업’으로 현장 실습생을 도입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등 정책을 수시로 변경하여 신뢰를 상실하였다. 사고가 발생하면 근본적인 처방보다는 사고 수습 차원에 대증요법을 들이댔을 뿐 취업률 제고, 교육과정 내실화 등 직업계고교 전반에 대한 체계적 지원 방안을 마련하지 못했다.

이처럼 직업계 교육이 흔들리는 사이 산업현장은 인력 부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외국인력이 없으면 공장 자체가 돌아가지 않는다고 기업인들은 하소연하고 있다. 그동안 직업계고교 졸업생은 우리 산업현장을 떠받치고 있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해 왔지만, 현재로서는 암울한 실정이다. 산업현장의 디지털화 추세에 따라 고급 엔지니어도 필요하지만, 디지털기기를 작동하고 관리하는 오퍼레이터의 역할도 무시할 수 없다. 특히 로봇・항공, 반도체, 2차전지, 전기차 등 미래 산업 분야에서 급증하고 있는 초급 엔지니어, 오퍼레이터 분야의 인력 수요에 대응하려면 직업계고교 활성화가 불가피하다.

디지털 시대를 대비하여 직업계고교 전반의 교육과정을 개편하여 디지털기기에 익숙한 학생들의 눈높이에 맞춰야 할 것이다. 스마트팩토리 구축 등 산업현장의 급속한 디지털화로 인해 각종 디지털 장비 및 시설의 유지・보수인력 수요 급증에 대비해서 직업계고교 졸업생들의 진로를 새롭게 모색할 필요가 있다. 직업계고교 취업률 통계에 나타난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한 정부와 교육계, 그리고 산업계의 적극적인 지원 의지가 요구된다. 특히 직업계고교 졸업생에 대한 경력관리와 처우개선을 위한 산업계의 선제적인 역할 만이 직업계고교의 정상화를 위한 첫걸음이라는 점을 강조하고자 한다.

한국스마트컨설팅협회 김세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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