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건은 자본력…“선정 기업 현재는 미지수”
세종텔레콤, B2B 초점…다른 두 곳은 B2C도
"B2C 없는 제4이통사 목적과 맞지 않아"

스테이지파이브, 미래모바일. 사진/각사
스테이지파이브, 미래모바일. 사진/각사

정부가 5G 28㎓ 주파수 대역을 사용하는 신규 사업자인 제4이동통신사 모집을 마감했다. 참여한 3곳이 B2B(기업간 거래) 집중한다는 분석이지만, 정작 결과는 B2C(소비자향 거래)가 가를 것으로 점쳐진다.

26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지난 19일까지 한 달간 진행된 이동통신용 주파수할당 신청 접수를 마감한 결과 세종텔레콤, 스테이지엑스, 마이모바일컨소시엄 등 3개 법인이 전국 단위의 주파수 할당을 신청했다. 과거 재무건전성 등을 이유로 탈락의 고배를 마셨던 세종텔레콤이 이번에 다시 출사표를 던졌다.

스테이지엑스는 카카오에서 계열 분리된 스테이지파이브가 일부 기업들과의 컨소시엄을 통해 설립한 합작법인이다. 마이모바일은 미래모바일이 구성한 컨소시엄이다.

과기정통부는 지난달 20일부터 28㎓ 대역 800㎒폭과 앵커주파수 700㎒ 대역 20㎒ 폭 주파수 할당 신청을 받기 시작했다.

주파수 할당 신청이 마감됨에 따라 과기정통부는 신청 법인을 대상으로 전파법과 전기통신사업법에 따른 결격 사유가 있는지 검토하고 해당 법인들에 적격 여부 통보를 완료한 후 주파수 경매를 개시할 방침이다.

우선, 이들은 자금을 확보해야한다. 과기정통부는 사업 3년차까지 구축해야하는 구축 의무 기지국 수를 6000대, 최저 경쟁가격을 742억원으로 제시했다. 구축 의무 기지국 수는 1만5000대에서 6000대로 대폭 낮아졌지만 기지국 구축에 들어가는 비용이 만만치 않고, 최저 경쟁가격도 1개 사업자가 단독 입찰할 경우에만 적용돼 복수 사업자가 참여할 경우 가격은 더 뛸 수 있다. 이에 따라 제4이통사를 결정하는 데 ‘자금력’이 관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업계 내에서는 제4이통사 모집에 참여한 기업들이 B2B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보는 시각이 더 지배적이다. 세종텔레콤은 HD한국조선해양의 조선소에 28㎓ 대역을 활용한 5G 특화망 사업을 진행한 경험을 기반으로 B2B에 주안점을 둘 계획이다.

김홍식 하나증권 연구원은 “대기업 참여가 없는 가운데 일부 기업이 사업 의사를 타진하고 있지만 특정 지역을 담당하는 B2B 위주에 그칠 공산이 커 전통적인 형태의 신규 통신사가 탄생할 가능성은 낮다”고 봤다.

다만, 정부가 이를 두고 볼지는 미지수다. 정부가 통신시장 독과점 체제를 개선하고 시장 활성화를 꾀하기 위해 제4이통사 유치를 추진했기 때문이다.

정부의 바람대로 사업을 영위하려면 B2C(기업 소비자 간 거래) 사업을 운영해야 하는데, 그렇다면 주파수 특성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28㎓는 도달거리가 짧고 장애물을 피해 멀리까지 도달하는 회절성이 낮아 기지국을 더 촘촘히 설치해야 해 더 많은 비용이 수반된다.

이에 스테이지파이브는 합작법인을 재무적 투자자(FI)인 신한투자증권, 한국과학기술원(KAIST) ICT 연구센터, 연세의료원 등과 함께 구성하며 기술력과 자금 확보 가능성을 내비쳤다. 마이모바일은 영국 보다폰과 네트워크 구축, 서비스와 관련해 전략적으로 협력했다. 아울러, 마이모바일은 향후 전국망 구축 투자 목적의 증자를 통해 자본금을 1조원까지 늘려 자본금 확보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킬 예정이다.

양사 모두 자본금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을 견지하고 있지만 세종텔레콤은 주파수 할당 입찰과 관련해 출혈경쟁을 벌일 생각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앞서 지난 21일 한국알뜰통신사업자협회 기자간담회에서 김형진 세종텔레콤 회장은 “(5G 28㎓는) 정부와 같이 연구개발 해야 하는 기술”이라며 “경쟁해서 따낼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반면 스테이지엑스와 마이모바일의 경우 B2C 사업을 영위할 것이라는 의지도 내비치면서 제4이통사 유치는 2파전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커졌다. 스테이지엑스는 향후 3년간 총 90개의 핫스팟에 6000개 이상의 무선 기지국을 구축해 B2B와 B2C 모두를 대상을 ‘리얼 5G 혁신 서비스’를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마이모바일은 28㎓ 주파수를 할당받게 되면 3년 내에 전국에 6000대의 기지국을 설치하고 보다폰을 포함한 글로벌 파트너와 협력해 28㎓ B2B 사업을 확대할 방침이다. 또한, 다른 기간통신사업자의 망을 이용한 로밍으로 B2C 서비스를 제공하고 유선 초고속인터넷을 대신할 무선 인터넷서비스도 공급할 예정이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자금력이 가장 중요한데, 현재 신청한 기업 중 가지고 있는 자본금이 큰 기업은 하나도 없다”며 “B2B 목적의 소규모 비즈니스 모델로 하겠다고 하는데, 이마저도 검증되지 않은 비즈니스 모델이다. 그래서 자금력이나 사업성을 볼 때 통과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통신시장에서 절반 이상의 매출이 나오는 곳은 B2C”라며 “가계통신비도 정책적 목적으로 할 때는 B2C에 초점을 두고 있다. 가격 경쟁을 통해 통신비가 낮아지는 게 정부가 바라는 방향인데 제4이통사들이 안하겠다고 하면 근본적인 정책 목적과 맞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또한, “명분상으로는 B2C 사업을 영위하겠다고 하는 기업들이 선정될 가능성이 더 높다고 볼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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