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 "현금 보유가 더 이득"…내년 랠리도 몇 년간 손실 만회 못해

올해에는 중국 주식이나 채권에 투자하거나 위안화에 베팅하는 것보다는 차라리 현금을 보유하는 것이 더 수지타산에 맞았다. 사진/pixabay
올해에는 중국 주식이나 채권에 투자하거나 위안화에 베팅하는 것보다는 차라리 현금을 보유하는 것이 더 수지타산에 맞았다. 사진/pixabay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주식을 비롯한 중국 자산시장 투자에 대해 주의를 촉구했다. 내년에 설령 수익을 보더라도 그간의 엄청난 손실을 만회하기 어려운 만큼 차라리 다른 쪽에 투자를 하라고 조언했다.

27일 WSJ에 따르면 올해에는 중국 주식이나 채권에 투자하거나 위안화에 베팅하는 것보다는 차라리 현금을 보유하는 것이 더 수지타산에 맞았다.

상하이·선전 증시 시가총액 상위 300개 종목으로 구성된 CSI 300 지수는 올해 약 14% 떨어져 3년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중국기업 다수가 포함된 홍콩 항셍지수도 4년 연속 하락세다.

영국 자산운용사 LGIM의 수석 투자 전략가인 벤 베넷은 "가장 큰 문제는 연초에 중국 무역이 확실한 승자가 될 것처럼 보였다는 것"이라며 "중국의 모든 것이 하락한 만큼 빨려 들어가지 않고 지켜보고만 있었다면 행운"이라고 말했다.

올해 중국의 부진한 실적은 다른 나라의 상승장을 고려할 때 더욱 두드러진다.

미국의 경우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종합지수가 올해 현재까지 43% 상승하는 등 큰 수익을 자랑했다. 인도와 일본, 한국, 대만의 주식시장은 모두 상승했다.

그러나 미국 증시에 상장된 중국 기업들을 추종하는 나스닥 골든드래곤 차이나 지수는 8% 하락했다.

중국의 투자 등급 채권은 올해 미국 채권 만큼 성과를 냈으나 미국 머니마켓펀드(MMF)의 5%의 수익률을 고려하면 두 나라 채권시장 모두 그다지 매력적으로 보이지 않았다.

월가의 일부 애널리스트는 내년에는 보상이 기대된다며 중국 시장에 대한 관심을 요구한다. 저렴한 주가, 개선되는 수익, 재생에너지 같은 분야에 대한 정부 지원 등이 내년 시장을 상승으로 이끌 것이라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그러나 주식시장 강세론자조차도 내년 랠리가 지난 몇 년간의 큰 손실을 만회하게 해 줄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일부 애널리스트는 인구 고령화와 함께 부채 더미의 기업과 가계들이 투자보다 부채 상환에 집중하는 점을 지적하며 중국이 과거 일본의 전철을 밟을 위험이 있다고 경고한다.

일본의 주식시장은 1990년대 초반 붕괴해 수십 년 동안 침체기를 보냈고 채권시장은 수년 동안 보잘것없는 수익을 제공해 왔다.

실제로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금융기관을 제외한 중국 기업의 부채 규모는 국내총생산(GDP)의 약 28%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하지만 좀 더 낙관적인 투자자들은 수년간 중국 주식이 하락해 이제 저가 매수 기회라는 의견을 내고 있다.

정보제공업체 팩트셋에 따르면 항셍 지수 주식은 평균적으로 예상 수익의 약 8배에 거래되고 있고 이는 최소 20년 사이 최저 수준에 가깝다.

전자상거래 기업 알리바바의 미국상장 주식도 예상 수익의 약 8배, 소셜 미디어 및 게임 회사인 텐센트는 약 13배에 거래되고 있다.

반면 올해 미국 시장 랠리를 주도한 7개 빅테크 기업인 이른바 '매그니피센트 7'은 PER(주가수익비율)는 평균 30배 넘는 수준에서 거래된다.

WSJ은 월가에서는 중국이 경제를 활성화하려면 지금처럼 단편적인 조치보다는 대규모 재정 부양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중국의 성장은 글로벌 기준에서는 여전히 인상적이지만 예상보다 약하고 앞으로도 계속 약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또 골드만삭스는 CSI 300 지수가 내년에 16% 오를 것으로 예측했고 모건스탠리는 그 절반 미만의 수익률을 예상한다며, 더 낙관적인 전망을 감안하더라도 지난 3년의 손실은 고사하고 올해 손실도 회복하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골드만삭스의 글로벌 통화, 금리 및 신흥시장 전략 책임자가 올해 중국 시장 수익 전망에 대한 실패를 놓고 신흥시장과 중국 외 신흥시장을 구별해 취급해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다고 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골드만삭스의 카막샤 트리베디 책임자는 인터뷰에서 팬데믹 이후 중국의 경제 재개 붐에 대한 베팅이 올해 나쁜 예측 중 하나였다며 이같이 말했다.

골드만삭스는 연초에 중국의 회복에 희망을 걸고 중국 주식 시장에서 15% 상승을 예측했다. 그러나 중국 주식은 약 15% 하락했고 많은 신흥 시장은 좋은 성과를 냈다.

트리베디 책임자는 "신흥국과 중국 외 신흥국을 다르게 취급해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다"며 "중국 자산은 한동안 다른 신흥국 자산과 상관관계가 거의 없었으며 이는 주식이나 채권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그는 또 "신흥시장의 광범위한 회복력에 대한 교훈도 얻었다"며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공격적인 금리 인상, 달러 강세, 중국 경제 둔화 상황에서도 신흥시장 자산은 탄력적인 성과를 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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