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워크아웃 모든 경우의 수 준비할 것"

태영건설. 사진/연합뉴스
태영건설. 사진/연합뉴스

태영건설이 워크아웃 추진을 위해 자구안이 진정성이 부족하다며 정부와 채권단 양쪽의 질타를 받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이번 주말까지 더 강화된 자구안을 마련해오라는 통첩을 남겼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4일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태영건설의 자구계획을 두고 "태영건설 자구계획이 아니라 오너일가 자구계획"이라며 "뼈를 깎는 자구노력에 대해서도 언급했지만, 채권단 입장에서는 남의 뼈를 깎는 노력"이라며 강도 높은 비판을 남겼다.

실제로 업계에서는 채권단이 보기에 태영건설이 제시한 자구안의 성실도가 크게 떨어진다며 워크아웃 합의 과정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전날 태영건설은 ▲태영인더스트리 매각대금(1549억원) 지원 ▲계열사 에코비트·블루원 지분 매각 ▲평택싸이로 지분 담보 제공 등의 자구안을 발표했지만, 채권단에서 요구하던 오너 일가의 대규모 사재출연이나 SBS지분 매각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아 채권단의 큰 반발을 샀다.

더군다나 이 중 태영인더스티 매각대금 1549억원 중 400억원만이 태영건설 지원금으로 쓰였고, 나머지 1149억원 중 809억원은 태영그룹 지주사 티와이홀딩스의 채무보증에 쓰이면서 워크아웃 초기부터 채권단과의 약속을 어겼단 비판이 제기된다. 특히 주채권단인 산업은행은 "약속한 바를 이행하지 않는 상황에서 워크아웃 동의는 어렵다"고 입장을 전했다.

자구안의 강도를 높이고 진정성을 보여줄 수 있는 수단인 SBS 매각에 대해서도 방송법 등 법적 제약이 많다며 사실상 회피한 점도 채권단의 비판 대상이다.

이와 관련해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이번 주말까지 채권단이 납득할 수 있는 강화된 자구안을 내놓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워크아웃 여부가 확실히 결정되는 것은 오는 11일 예정된 제1차 채권단 협의회지만,  75%의 동의율을 얻지 않으면 무산된다. 의를 얻지 못할 경우 법원의 회생절차(법정관리) 수순이 시작되는데,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도 다른 채권단을 설득할 시간이 필요하니 이번 주말까지는 채권단이 최소한의 납득을 할 수 있는 자구안이 필요하단 것이다.

이 원장은 "태영인더스트리 매각 자금과 관련해 오너 일가의 급한 일에 소진한 것 아닌지 의심이 들고, 블루원 매각 또한 오너 일가의 급한 채무변제에 쓰이는 것 아니냔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며 태영건설 자구안의 부족한 점을 조목조목 짚기도 했다.

에코비트 매각에 대해서는 건실한 기업이라고 평가하면서도 단기간에 매각될 수 있을지를 우려했고, 지난달 29일 만기가 도래한 1485억원 규모의 상거래채권 가운데 외상매출채권 담보대출(외담대) 451억원을 갚지 않은 것을 두고 기초적인 신뢰 축적도 어렵게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다만 SBS 지분 매각이 어렵다는 태영건설의 해명에 대해서는 "일정 부분 수긍되는 부분도 있다"며 "SBS 지분이 아니더라도 상장법인인데다 가치 평가가 쉬운 TY홀딩스의 오너 지분을 활용한 유동성 제공이나 채무 부담은 어떻냐는 채권단의 의견이 있다"고 했다.

이 원장은 "워크아웃과 관련된 모든 경우의 수를 준비하고 있다"며 무산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워크아웃 과정에서 금융감독원 당국이 답을 최종적으로 제시하거나 무리한 동의를 요구하지 않고, 태영건설과 채권단 중간에서 불신을 해결하는 역할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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