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종호 한국강소기업협회 상임부회장·경영학박사
나종호 한국강소기업협회 상임부회장·경영학박사

최근에 만난 회원사분 대부분이 작년 매출이 20~30% 마이너스 성장이었다고 한다. 사업을 접으려는 분도 있고 업종을 바꾸려는 분도 있다. 어떤 분은 당분간 사업이 어려워 다시 취직이라도 하고 싶다고 이력서를 들고 찾아온 분도 있었다. 인력채용이 어려워 대기업에 다니던 아들까지 불러 사업을 함께 했는데, 결국 회사는 문을 닫아야 하는 형편이 되었다면서 눈물을 훔치며 후회하는 분도 있었다

매출은 200억이 넘는데, 처음 공장 짓고 하면서 모든 투자금을 대출로 시작해서 이익은 나지만 이자 갚기도 버거워 회사를 넘기고 싶다는 분도 있었다. 10~20억 운전자금만 있어도 지금보다 매출을 더 늘릴 수 있지만 추가 대출도 어렵고 고금리로 이자부담도 무섭다고 한다.

어떤 분은 외국인 근로자가 집단으로 이직을 해서 힘들고, 어떤 분은 용접.배관 분야 인력을 뽑아야 하지만 사람을 구하지 못해 주문을 받아도 일을 할 수 없어 결국 업종을 전환해야할 것 같다는 분도 있다. 건설업 하시는 분은 여기저기 다가구주택이나 빌라 등을 지어 분양해왔지만 분양이 되지 않아 자신도 모르게 빌라왕이 되어버려 이자부담으로 너무 힘들다는 분도 있다.

중소기업 대출 잔액이 1천조 원에 육박하고 고물가에 고금리까지 겹쳐 중소기업들은 더욱 고전하고 있다. 2023년 1∼10월 전국 법원에 접수된 법인 파산 신청 건수는 1천363건으로, 2022년 동기보다 66.8% 늘었고, 2013년 이후 가장 많다.

금년에도 고금리에서 곧바로 내려가기 쉽지 않을 전망이고, 높은 금리로 물가도 높아 내수시장이 쉽게 살아나기 어렵다. 수출 역시도 대외변수가 녹녹하지 않다. 중소기업이 헤쳐나가기에는 난관이 너무 많다. 이런 총체적 어려움을 극복하고 2024년을 위기에서 기회로 바꿀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LED사업을 해오던 분이 너무 힘들어져 공장을 팔려고 내놨다. 근데, 20년전 남아프리카 공화국으로 이민을 떠났던 지인 분이 잠시 서울에 왔을 때 우연히 식사 자리를 함께 하면서 이런 상황을 얘기했다. 그 분은 남아프리카 공화국은 가로등 정비사업이 한창인데 돌아가면 관련 공무원들에게 부탁을 해보겠다고 했다. 전혀 기대를 갖지 않았으나 실제 이 분은 돌아가서 연락이 왔고, 수출로 이어지면서 지금은 제 2공장까지 지어 풀가동하고 있다.

이처럼은 도저히 일어설 수 없을 만큼 힘든 상황에서도 우연히 이런 기회가 다시 찾아오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기회도 다시 재기하려는 열정과 의지가 있어야 찾아온다.
어렵다고 쉽게 포기하고 아무 노력도 하지 않으면 기회는 만들어지지 않는다. 특히, 도전하는 사업가에게 한두번의 실패는 오히려 더 큰 성공을 위한 디딤돌이 될 수도 있다. 따라서 지난해의 시련과 위기가 금년에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굳은 믿음을 갖고 최선을 다해보면 좋겠다.

기업 대표는 언제나 바쁘고 많은 결정을 내려야 한다. 그러면서 시장흐름에 따라 변화와 혁신을 직원들에게 끊임없이 주문하게 된다. 하지만 정작 대표 본인은 과거의 성공경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변화할 줄 모른다. 뿐만아니라 바쁜 시간을 보내면서도 실제 중요한 매출과 실적 관리는 소흘히 하는 경우가 많다.

지금은 디지털 대전환 시대다. 어떤 사업을 하든 초연결·초현실·초융합의 시대변화에 맞게 변화와 혁신이 요구되고 있다. 지금까지 해왔던 사업은 오랜 세월 오프라인 중심으로 구축되어 있어 요즈음같은 디지털 시대에 성장하는 온라인 수요에 빠른 대응이 어렵다. 따라서 기존 사업의 성장을 위해서는 'How, Why'라는 단어를 머리속에서 항상 반복해야 한다.

본인이 하고 있는 사업을 한발 뒤로 물러서서 바라볼 필요도 있다. 내가 하고 있는 사업에 대한 본질을 다시한번 생각해보고 재정의할 필요가 있다. 예를들어 폐차장 사업이나 판촉물 사업을 하고 있다면 '폐차장, 판촉물'이라는 단어에서 느껴지는 비즈니스 범주를 벗어나지 못하고 기업가치를 떨어뜨리게 만든다.

비즈니스 성공여부는 내가 하고 있는 사업이 사회문제나 고객의 불편함을 얼마나 해결해주는가에 달려 있는 경우가 많다. 고객 입장에서 새로운 가치를 줄 수 있는 사업이라는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도록 사업에 대한 본질을 다시 정의해볼 필요가 있다. '예를들어 폐차장 사업'이 아니라 '탄소 저감 친환경 사업'으로, '판촉물 사업'이 아니라 '편의성. 건강 사업' 등으로 재정의해본다면 사업의 근본적인 방향이 바뀌게 되고 기업가치도 완전히 달라지게 된다

우공이산(愚公移山) 이라는 말이 있다. '커다란 산을 옮기는 일도 당장의 작은 삽질에서 시작되고, 굳센 의지로 밀고 나가면 반드시 이룬다'는 뜻이다. 지난 한해 어렵고 힘들었지만 금년 새로운 도약을 위해 쉽게 포기하기보다 하나하나 작은 것부터 실천해 나가는 한해가 되었으면 한다. 특히, 작지만 강한 중소기업을 만들어가는 일은 혼자는 어렵지만 뭉치면 반드시 이루어낼 수 있다. 뭉치려면 서로 자주 만나 친해지고, 당장 눈앞의 내 이익만을 따지지 말고, 서로 돕고 협력하려는 마음과 의지가 필요하다.

"내 힘으로 할 수 없는 일에 도전하지 않으면, 내 힘으로 갈 수 없는 곳에 이를 수 없다. 나 스스로를 넘어서야 위기를 벗어날 수 있고, 나를 이겨내야 내 힘으로 갈 수 없는 그 곳에 이를 수 있다." "나 스스로를 넘어서고 나를 이겨내는 방법은 나 혼자도 잘할 수 있다는 오만함에서 벗어나, '상생협력‘ 이라는 단어의 가치를 이해하고 실천하는 것이다.“

 

사단법인 한국강소기업협회

나종호 상임부회장(경영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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