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경덕 작가·번역가
장경덕 작가·번역가

다윗은 골리앗과 똑같은 방식으로 싸우지 않았다. 그 논리를 이해한다면 이미 기업 경쟁의 핵심적인 부분인 차별화 전략의 논리도 꿰뚫어 본 것이다. 차별화는 상대와 다르게 하는 것이다.

마이클 포터는 기본적으로 두 가지 유형의 경쟁우위가 있다고 밝혔다. 하나는 원가 우위다. 같은 제품과 서비스를 더 낮은 가격에 파는 쪽이 이긴다. 다른 하나는 차별화다. 차별화한 제품과 서비스는 유혈이 낭자한 가격 경쟁에서 벗어날 수 있다. 기업은 기본적으로 세 가지 본원적인 전략을 따른다. 첫째, 원가 우위(cost leadership) 전략, 둘째, 차별화(differentiation) 전략, 그리고 셋째, 세분된 시장에서 원가 우위와 차별화를 꾀하는 집중화(focus) 전략이다. 그 중 어느 것도 달성하지 못한 기업은 어중간한 상태(stuck in the middle)에서 경쟁우위를 잃고 만다. 어중간한 기업은 곧 경쟁자의 먹잇감이 된다.

기술과 시장이 바뀌고 산업구조가 달라지면 당연히 전략도 바뀌어야 한다. 자동차 산업을 보자. 초창기 자동차 시장을 개척한 기업들은 비싼 승용차를 선보이며 차별화 전략을 따랐다. 그러나 헨리 포드는 부자들의 호사스러운 장난감을 대중의 소비재로 바꿔놓았다. 그의 모델T는 1908년 850달러였으나 1925년 290달러까지 떨어졌다. 평균적인 노동자 임금 18개월 치에서 4개월 치로 떨어진 것이다. 전형적인 원가 우위 전략이다. (정글노믹스 ㊲ ‘포디즘은 한 세기 전의 혁명이었다’)

하지만 GM은 1920년대 말 차별화 전략으로 판을 뒤집었다. 앨프리드 슬론은 포드의 모델T가 종말을 고한 1927년 GM은 미술·색상부를 만들었다. ‘그것이 검은색인 한 고객은 어떤 색깔의 차도 가질 수 있다’는 포드와는 다르게 하는 전략이었다. 질 좋은 차를 가장 값싸게 공급하겠다는 포드의 철학은 개인적인 선택의 자유를 원하는 고객의 욕구를 등한시했다. GM은 포드의 효율적인 생산 기법을 베끼면서도 포드가 한 가지 모델을 고집하는 동안 해마다 모델을 바꿔가며 스타일링 면에서 앞서갔다. (정글노믹스 ㊳ ‘앨프리드 슬론은 공룡의 운명을 피하는 법을 알았다’)

경쟁우위의 원천으로서 차별화는 독특한 가치를 제공하는 것이다. 기업의 가치사슬 하나하나가 차별화의 대상이다. 마이클 포터의 ‘경쟁우위’는 1980년대 중반에 나왔다. 40년 가까이 된 이 책에 소개된 사례들은 이미 전설이 된 것도 있고 적합성을 잃어버린 것도 있다.

이 책에서 페덱스는 전통적인 가치사슬을 완전히 재배열해 차별화를 유지한 사례로 소개된다. 이 회사는 소형 화물 배달사업에 뛰어들어 전례 없이 신뢰도가 높은 물류시스템을 구축했다. 소화물만 취급하며 신속한 운송을 위해 트럭과 항공사를 사들이고 배달센터의 개념을 처음으로 만들었다. 정해진 시간에만 운항하는 항공기와 여러 물류센터를 도는 트럭을 이용하는 경쟁사들보다 배달의 적시성과 신뢰성을 높였다.

네슬레의 냉동식품 브랜드인 스토퍼스의 차별화는 여러 원천에서 고객 가치를 창출함으로써 종합적이고 지속적인 경쟁우위를 확보한 사례였다. 스토퍼스는 라자냐와 마카로니 앤드 치즈 같은 메뉴 개발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매력적인 포장 서비스를 제공하며, 변질된 제품을 신속하게 회수했다. 또 단지 바쁜 사람들이 급하게 먹어치우는 냉동식품이 아니라 괜찮은 별미로 즐길 수 있는 요리라는 이미지를 광고했다. 특유의 메뉴와 소스 기술, 제품 포지셔닝과 브랜드 이미지, 업계 선두의 시장 점유율을 바탕으로 한 원가 우위 면에서 차별화 효과를 축적했다. 경쟁사는 그 전략을 모방할 수 있지만 그러자면 오랫동안 많은 투자를 해야 했다.

새로운 혁신이 기존의 혁신에 도전하는 동학은 경쟁이론 자체에서도 작동한다. 마이클 포터가 ‘경쟁전략’(1980)과 ‘경쟁우위’(1985)를 내놓고 10~20년이 지났을 때 클레이튼 크리스텐슨이 ‘혁신기업의 딜레마’(1997)와 ‘혁신기업의 솔루션’(2003)을 내놓았다. 한때 놀라운 혁신으로 경쟁우위를 확보했던 선두기업이 왜 듣지도 보지도 못했던 도전자에 당하게 되는가는 영원한 화두다. 포터는 기업이 어떻게 성공하는가에, 크리스텐슨은 기업이 왜 실패하는가에 답했다.

그로부터 또 20여 년이 지났으므로 더 혁신적인 이론이 나올 때가 됐다.

장경덕 작가·번역가

33년간 저널리스트로서 경제와 기업을 탐사했다. 『애덤 스미스 함께 읽기』 『정글 경제 특강』 등을 썼고 『21세기 자본』 『좁은 회랑』 등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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