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님들 똑똑하게 장사합시다(11)
중소기업신문·부자비즈 공동기획

서울 종로에서 10년째 '전주콩나물국밥'을 운영하는 홍승혜 사장.
서울 종로에서 10년째 '전주콩나물국밥'을 운영하는 홍승혜 사장.

서울 종로에서 10년째 <전주콩나물국밥>을 운영하는 홍승혜 사장(58세)의 2022년 겨울은 많이 추웠다. 종로지역 상권도 변하고, 코로나19 이후 회식문화가 사라지며 콩나물국밥 수요도 줄어들어 전성기 때의 매출을 회복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더구나 오래된 건물에 있는 홍 사장의 매장과 달리 인근 도심재개발로 삐까번쩍한 신식 식당들이 새로 많이 생겼다. 하루 콩나물국밥을 150그릇까지 팔았던 적도 있지만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2022년은 판매량이 절반으로 줄었다.

인근에 멋진 레스토랑 카페가 많은데 굳이 오래된 한식집, 힘든 국밥집 일을 하려는 사람이 없어 직원관리와 구인난으로 애를 먹었다.

그런데 2023년 홍사장의 매장은 옛것에 새로움을 더하게 됐다. 중소벤처기업부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추진하는 2023년 스마트상점 기술보급사업에 선정돼 스마트상점 기술을 도입한 것이다. 매출도 오르고 시대에 잘 맞는 분위기가 난다며 젊은 고객들의 반응도 좋다. 특히 작업 환경이 개선돼 직원 이직도 줄었고 무엇보다 주문-결제에서 해방되니 손이 자유로워져 홍사장이 주방과 홀을 뛰어다니며 즐겁게 일하고 있다.

창업 왕초보 주부에서 10년째 장수하는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홍승혜 사장의 사업이야기를 들어본다.

◆전업주부로 살다가 창업...가성비 콩나물국밥집으로 인기몰이

고향인 전라도를 떠나 일찍부터 서울생활을 시작한 홍승혜 사장은 결혼하고 한동안 전업주부로 살아왔다.

어느 날 지인을 통해 장사를 해보지 않겠냐는 제안을 받고 <전주콩나물국밥>에 도전하게 됐다. 장사 경험이 없어 망설였지만, 친구와 반반씩 투자해 동업을 시작했다. 인수 비용은 권리금 포함해 2억 정도가 들었다.

2012년 당시 홍승혜 사장의 콩나물국밥의 가격은 6000원이었다. 홍 사장은 지난해까지 콩나물국밥의 가격을 6000원으로 유지했다. 근처 직장인들 사이에서는 가성비 국밥집으로 인기몰이를 했다.

코로나 이후 물가상승이 계속돼 올해부터는 부득이하게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었다. 올해부터 500원씩 가격이 올라 현재 콩나물국밥의 가격은 8000원이다. 그동안 워낙 저렴한 가격에 판매했기 때문에 이해해 주는 손님들도 있지만, 싫은 소리를 하는 손님들도 있어 속상할 때도 있다.

◆타고난 손맛으로 손님들을 끌어모으다

<전주콩나물국밥>의 주요 식재료는 국내산을 쓴다. 김치와 젓갈은 거의 매일 홍 사장이 직접 담근다. 오이나 고추 무침이나 감자조림, 감자채, 오뎅 등의 기본 반찬들도 매일 직접 만들어 내놓는다. 반찬 셀프바도 설치해 놓았다가 반찬 수요를 감당하지 못해 지금은 운영을 안 하고 있다.

식당의 모든 음식들의 맛은 홍 사장의 손끝에서 나온다. 홍 사장은 음식을 할 때 입으로 간을 보지 않는다. 오로지 손의 감각을 믿고 만든다. 입으로 간을 보면 그날 컨디션에 따라 간이 달라지기 때문에 절대 먹어보며 음식을 만들지 않는다. 홍 사장은 어떤 음식을 먹어보면 무슨 재료가 들어가는지 알 정도로 타고난 미각과 손맛을 가졌다. <전주콩나물국밥>의 10년 동안 변하지 않는 음식 맛은 홍 사장의 손끝에서 나온 것이다.

◆원가 절감을 위해 발품 팔아 싸고 좋은 식재료 구입

<전주콩나물국밥>이 지난해까지 10년간 콩나물국밥 가격을 6000원으로 고수할 수 있었던 비결은 원가절감을 위한 홍 사장부부의 눈물겨운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홍 사장은 주말에는 영업을 하지 않는 대신에 농협이나 마트에 가서 장을 본다. 마트는 한군데만 가지 않는다. 전단지를 보고 싸고 좋은 물건이 있는 곳을 돌아다니며 발품을 팔아 구입하고 있다.

요즘 배추가 한 망에 1만3000원 정도 하는데, 홍 사장 부부가 마트에 가서 쌀 때 사면 9000원에 살 수 있다. 깍두기 무도 다섯 박스를 담그는데 그냥 시켜서 사면 한 박스에 1만8000~1만9000원 한다. 그런데 발품 팔면 1만1000원에 살 수 있다. 엄청난 차이다. 저렴한 가격을 유지하는 비결 뒤에는 이 같은 홍 사장 부부의 각고의 노력이 숨어 있다.

◆직원문제로 가게를 그만두고 싶었던 찰나에 구세주 등장

홍 사장 가게에는 두 명의 정직원과 아르바이트생 한 명이 일을 한다. 정직원들은 주로 주방에서 일을 한다. 문제는 홀에서 일할 아르바이트생들이 입퇴사가 잦다는 것이다. 무겁고 뜨거운 뚝배기를 나르는 일을 해야 하기 때문에 힘들어 한다. 일을 하는 중간에 그냥 가버리는 아르바이트생도 있다. 일하다가 그냥 가버리는 아르바이트생을 보며 처음에는 당황스러웠는데 이제는 어느 정도 단련이 됐다. 그래도 여전히 그런 직원들을 대하는 것은 익숙해지지가 않는다.

직원 문제로 고민을 하던 홍 사장은 최근 구세주를 만났다. 중소벤처기업부과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서 시행하는 ‘2023 스마트상점 기술보급사업’에 신청을 했는데 선정이 돼서 테이블오더 17대를 들여놓았다. 단골손님이 정보를 알려준 덕분에 설치하게 됐는데 홍 사장은 현재 아주 만족하고 있다. 주문과 결제가 동시에 이루어지기 때문에 주문이나 계산 실수도 없고 직원 한 명 몫은 톡톡하게 하기 때문이다.

전주콩나물국밥에 설치된 테이블 오더
전주콩나물국밥에 설치된 테이블 오더

테이블오더를 도입하고 매출이 10% 정도 상승했다. 테이블오더 방식을 선호하는 젊은 고객층이 많이 유입된 덕분이다. 비용은 정부에서 500만원을 지원했고 홍 사장이 480만원을 부담했다.

◆손가락 수술하고 당일 날 퇴원해 가게에 나와 일하는 근성

홍 사장의 가게의 영업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이다. 요즘에는 저녁 손님이 거의 없어 저녁 8시면 마감을 하는 편이다.

식당 경영 이외에는 쉬는 것 말고 하는 일이 없다. 체력적으로 너무 힘들기 때문에 푹 쉬려고 노려한다. 홍 사장은 손가락 관절 수술을 여섯 차례나 받았다. 수술을 하고 난 후에도 당일 퇴원을 해서 식당에 나와 일을 했다. 홍 사장의 지난 10년이 얼마나 치열했는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비록 온 몸에 파스를 붙이고 하루 일과를 시작하지만 진심을 담은 콩나물국밥 한 그릇으로 힘들게 일하는 종로 인근 직장인들의 속을 따뜻하게 풀어주는 이 가게를 오래 오래 하는 것, 그 것이 홍승혜 사장의 바램이다.

정보제공 = 부자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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