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영매 대표 “장애인 입장에서 장애인 위한 활동 계속 하겠다”

진영매 진성온 대표
진영매 진성온 대표

요즘 ‘똑베개’가 화제다. 똑베개는 경추를 똑바로 받쳐줘 목이나 어깨의 통증을 완화해 주고 숙면을 돕는 효과가 있는 건강 베개다. 참혹한 교통사고를 당하고 수년간에 걸쳐 재활을 하던 한 주부가 후유증과 치료 효과를 경험하면서 제품을 개발했다는 구구절절한 개발 스토리까지 더해져 똑배게 이야기는 SNS(사화관계망 서비스)를 타고 빠르게 퍼지고 있다.

“똑베개 이야기를 하자면 2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합니다. 2002년에 큰 교통사고를 겪었어요. 소장과 대장이 파열됐고 척추 수술까지 해야 할 정도의 대형 사고였습니다. 서서 걸어 다닐 수 없을 정도로 몸이 망가졌습니다. 수많은 수술과 재활을 통해 이만큼 정상적인 생활을 하게 되었으니 모든 게 기적처럼 느껴집니다.”

지난달 31일 서울시 광진구에 있는 사무실에서 만난 진영매 진성온 대표는 차분하게 당시 사고에 대해서 설명했다. 사고 당시 상황은 처참하고 참혹했다. 하지만 진 대표의 현재 모습에선 참혹했던 사고의 흔적을 조금도 찾아볼 수 없다. 걸음은 물론, 허리를 꼿꼿하게 펴고 앉아있다. 꾸준한 재활치료를 통해 극븍한 것이다.

진 대표는 교통사고를 당하기 직전까지 약 9년간 판촉물 회사에 근무하며 뛰어난 실력과 열정으로 회사에서 인정받는 서른 한 살의 직장인이었다. 하지만 교통사고 이후 커리어는 물론, 목숨까지 잃을 위기에 처해 순식간에 삶이 송두리째 달라졌다. 

“갑자기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일과 건강을 동시에 잃게 되니 심한 우울증이 왔어요. 장 파열을 비롯해서 골반 뼈를 이식하는 수술을 거치면서 정말 고통스러운 시간을 겪었지요. 수술과 재활을 받으면서 조금씩 몸이 회복되고 있었지만 밤에는 목과 어깨 통증이 심해서 잠을 잘 수 없었어요. 고가의 침대를 써 봤지만 소용이 없어서 베개를 바꿔보기로 했지요. 그런데 저에게 맞는 베개를 아무리 찾아봐도 없어서 ‘똑바로 똑’이라는 뜻의 ‘똑베개’ 개발을 시작했습니다.”

그녀는 2002년 사고 이후 2003년 말 진성산업(2022년 ‘진성온’으로 상호 변경)을 설립했다. 진성온은 6만여 가지의 제품을 특판 유통 판매하는 회사다. 20년 운영 노하우를 바탕으로 다양한 아이디어 제품을 개발·생산하며 공공기관과 기업체, 전국 온라인 쇼핑몰 등에 납품하고 있다. 또 장애인·여성·중소기업 인증을 받아 공공조달 시장진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진 대표는 “몸과 마음이 모두 힘든 시간이었지만 그때 뭐라도 하지 않고 오히려 가만히 있었다면 더 일어나기 힘들었을 것”이라며 “돌이켜보면 그 사고가 나만의 회사와 제품을 만든 계기가 돼 감사한 마음이 든다”고 말했다.  

“장애인은 물론, 비장애인들도 똑베개를 사용했을 때 몸이 수평이 되는 편안함을 느끼길 원했어요. 제 휘어있던 몸도 똑베개를 사용하면서 미세하게 좋아지는 기분이 들었는데 똑베개를 사용한 가족들도 이젠 다른 베개를 베면 어깨가 뭉친다고 할 만큼 긍정적인 피드백을 해 줬어요. 그 응원에 용기를 얻어 여기까지 오게 된 것 같습니다.”

매직 똑베개. 사진/진성온
매직 똑베개. 사진/진성온

◆하루 3분의 1이 수면시간…좋은 베개 사용해야 

진 대표가 개발한 ‘매직 똑베개’는 인체공학적으로 설계된 디자인과 99.5% 이상 항균력을 지닌 특허 받은 첨단 신소재를 활용한 제품이다. 경추를 펴주고 틀어진 자세를 바르게 잡아준다. 거북목, 어깨뭉침, 목디스크 등의 통증도 줄여줄 수 있다. 

“높은 베개를 사용하면 경추의 곡선이 사라지고 목이 앞으로 빠져서 거북목이 될 수 있습니다. 해당 각도로 자면 뼈가 꺾이면서 뇌에 피를 공급하는 추골동맥에도 영향을 줘 신경과 혈관에 무리를 줄 수 있습니다. 매직 똑베개를 사용하면 경추의 곡선은 그대로 유지해 목 각도를 C-커브 모양으로 받쳐줍니다. 근육들이 가장 힘을 덜 쓰는 자세로 편안하게 숙면할 수 있는 거죠. 자면서 몸을 뒤척여도 어깨와 팔이 눌리지 않아서 저림 현상이 없습니다.”

진 대표는 “매직 똑베개는 고강도 노동으로 생긴 목디스크와 허리디스크, 발저림의 통증을 줄여주는 효곽가 있는 제품"이라며 "장시간 공부를 하거나 스마트폰, 컴퓨터 사용으로 구부정한 거북목이 된 자녀들에게도 매우 효과적인 것으로 입증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하루 중 3분의 1이 수면 시간인데 적어도 그 시간만큼은 몸을 편안하게 해줄 수 있는 ‘건강 베개’를 만들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장애인의 입장에서 장애인에게 도움 주고 싶어

진 대표는 소외계층·장애인과 동행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진성온은 든든한 동행 공공기관 우선구매 대상 기업으로, 진성온이 공급하는 제품의 일부는 장애인직업재활시설 및 사회적협동조합시설과 협력해 장애인과 함께 생산하고 청년들의 자립을 지원하고 있다. 진 대표는 약 20년간 장애인 직업재활시설과 소외계층기부금단체에 수익금의 일부를 기부하는 등 사회적 가치에 앞장서고 있다. 

“큰 사고를 겪고 장애판정을 받고 나니 그제야 주변에 얼마나 많은 장애들이 고통 받고 있는지가 보였어요.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뭘까 고민하다가 제가 설립한 회사를 장애인 기업으로 활용해 수익금을 기부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장애인 사업 활동은 2004년에 성동구에 있는 장애인복지시설에서 시작됐는데, 당시 볼펜과 핸드폰 줄 조립을 하는 일을 했습니다. 2006년도에 광진구 능동으로 이전을 해 희망일터에 있는 장애인 친구들에게 볼펜 조립과 포장하는 업무를 가르쳐 주었지요.”

진 대표는 “4년 전부터는 장애인 친구들에게 손 근육을 발달시킬 수 있는 일감을 주기 위해 그 친구들이 조립할 수 있는 접이식 케이스를 개발했다”면서 “코로나19로 많은 기업들이 어려울 때였는데 그 제품이 저희 효자 상품이 됐고 늘어난 이익만큼 장애인들의 활동에 더 많은 기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진 대표는 앞으로의 사업 계획에서도 ‘건강’과 ‘장애인’이라는 두 단어는 빼놓지 않았다.

“사고 이후 제 사업의 초점은 ‘건강’에 맞춰져 있습니다. 똑베개도 몸이 아픈 분들에게 꼭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는 간절한 마음으로 만든 제품이지요. 장애인들은 물론, 일반인들의 건강에 도움이 되고 더 나아가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정말 좋은 제품을 계속해서 만들고 싶습니다.”

진 대표는 “장애인의 입장에서 장애인을 위한 활동을 계속할 계획”이라면서 “일반인은 물론 공공기관과 관공서 등에서 장애인과 장애인 기업에 대한 관심을 더욱 많이 가져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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