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아 대표 "텀블러 사용만큼 일회용품 줄어…문화로 정착을"

이경아 렌트올 대표. 사진/렌트올
이경아 렌트올 대표. 사진/렌트올

"텀블러 몸체를 엎어서 세척기 안에 넣어두면 자동으로 살균세척이 됩니다. 세척하기 어려운 텀블러 뚜껑도 분리해서 올려두면 UVC(자외선 살균)로 살균세척도 가능합니다. 텀블러 사용이 늘어날수록 일회용컵 사용은 그만큼 줄어드는 효과가 있겠죠."

5일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동 사무실에서 만난 이경아 렌트올 대표는 텀블러 세척기 홍보에 여념이 없었다. 일회용컵 규제 정책이 강하게 시행되면서 텀블러 세척기가 일반 기업은 물론 관공서·학교 등을 중심으로 빠르게 보급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텀블러 세척기는 텀블러 사용을 용이하게 한다는 점에서 ESG 정책의 훌륭한 실천 사례이자 교육적인 효과도 함께 갖췄다"며 "최근에는 학생들의 개인 컵·텀블러 사용이 증가하면서 학부모들이 텀블러 세척기를 설치해줄 것을 요구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 회사가 선보인 텀블러 세척기의 이름은 '쏙싹'이다. 중소기업이 만들었고 중소기업이 판매한다. 텀블러 세척기를 렌탈로 판매하고 직원들이 정기적으로 방문해서 관리해주는 시스템이다.

◆ 세척기 안에 텀블러 넣고 돌리면 '쏙싹'

이 대표는 제품 사진과 영상을 보여주며 '쏙싹'의 작동 원리에 대해 설명했다. 쏙싹은 건물 복도나 로비에 설치할 수 있는 크기로 일반적인 정수기보다 조금 더 작은 수준이다. 통상적인 식기세척기처럼 밀폐형 구조를 갖춰 위생적인 측면에서도 장점이 있다.

이 대표는 "쏙싹은 상단에 디스플레이 화면을 설치해 텀블러 세척을 기다리면서 콘텐츠 시청이 가능하다"며 "서울 성동구청의 경우 구정과 관련된 업무 보고나 캠페인 영상 등을 재생해 사용자들이 볼 수 있도록 했다"고 소개했다. 텀블러 사용과 관련된 ESG 데이터도 수치화할 수 있어 관련 부서의 반응도 좋다고 한다.

현재 쏙싹은 서울 시내의 지자체를 중심으로 주로 사용하고 있다. ▲마포구청 ▲은평구청 ▲성북구청 ▲강남구청 ▲중구청 ▲구로구청 등이 쏙싹을 설치했다. 이외에도 학교나 도서관·교육청 등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많이 쓰인다. 보다 적극적으로 텀블러 사용을 권장하는 공공기관 대비 민간 시장에서는 아직 그만큼 활성화되지 않은 측면도 있다.

이 대표는 "텀블러 몸체를 엎어서 넣어두면 자동으로 살균세척이 되는 시스템"이라며 "세척하기 어려운 텀블러 뚜껑도 분리해서 올려두면 UVC로 살균세척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다만 지나치게 유분기가 많거나 끈적한 내용물을 담았다면 한 번 먼저 헹구고 쏙싹으로 세척하는 게 낫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그는 "자체 R&D 연구소에서 세척 후 건조나 추가적인 기능 연구도 진행 중"이라며 "아직은 ESG 정책이나 수돗물·전기 사용 절감 등에 주로 초점을 맞춘 제품이라 많은 기능을 넣기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쏙싹은 텀블러 사용을 용이하게 한다는 점에서 ESG 정책의 훌륭한 실천 사례지만 교육적인 효과도 함께 갖췄다. 교육청이나 중·고등학교에 설치돼 학생과 교사들의 텀블러 사용을 지원하고 일회용품 사용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환경 보호와 지속가능한 생활에 대한 관심은 꾸준히 높아지고 있어요. 관련된 전시회나 행사에도 여러 번 나갔는데 그때마다 반응도 긍정적입니다. 해외에서도 생각보다 관심이 높다는 걸 느꼈고요. 저희는 렌탈을 통해 쏙싹을 설치하다 보니 구매하는 것보다 가격이 저렴해 지자체나 관공서 입장에서도 예산에 대한 부담이 적습니다."

실제 관공서 등에 쏙싹이 설치된 모습. 사진/렌트올
실제 관공서 등에 쏙싹이 설치된 모습. 사진/렌트올

◆ 기업은행이 입증한 텀블러 세척기 효과

외식업과 렌탈 플랫폼을 운영하던 그가 직접 텀블러 세척기를 개발·생산하게 된 것은 우연한 계기에서였다. 지난 2020년 환경부에서 일회용품 사용 감소 정책을 적극적으로 시행하면서 기업은행이 전 직원을 대상으로 다회용컵 지원에 나선 게 이유가 됐다.

"아무래도 다회용컵은 현실적으로 회사에서 사용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보니 당시 기업은행에서 직원들에게 텀블러를 지급했어요. 그러고 나니 회사에서 텀블러를 세척하는 게 문제가 돼 기업은행에서 요청이 들어왔죠. 텀블러 세척용 기기를 만드는 업체를 찾아 렌탈 수주를 맡아달라는 거였어요."

당시 이 대표가 백방으로 수소문해 찾아낸 텀블러 세척 업체는 두 곳이 있었다. 더 적합하다고 판단되는 곳에 연락을 넣었지만 해당 회사는 제품 영업이 잘 되지 않아 거의 사업을 중단한 상태였다.

이 대표는 "제가 3개월 동안 영업을 하고 결과를 보여드릴 테니 그걸 위주로 판단해줬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며 "기업은행을 비롯해 은평구청·마포구청 등 관공서 중심으로 영업을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그렇게 해서 탄생한 텀블러 세척기가 쏙싹이다. 이후 텀블러 세척기의 경쟁력을 확신한 이 대표는 해당 회사를 인수해 영업과 판매를 진행하는 대신 개발업체 대표와 회사 지분을 나눠 가겼다. R&D와 품질 개선 등을 담당하는 조건으로 전략적 업무협악을 맺은 것이다.

"저희보다 앞서 개발된 텀블러 세척기가 있긴 한데 그 제품은 상단부가 오픈된 형태라서 밀폐형 구조로 제작된 쏙싹이 보다 좋은 반응을 얻었습니다. 뒤이어 나온 제품도 밀폐형이지만 그건 부피가 훨씬 크고 가격도 높아요. 저희 제품이 분명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고 자부합니다."

◆텀블러 사용 권장하는 문화가 자리잡아야

이 대표는 올해의 목표로 보다 적극적인 홍보와 사업 진행을 꼽았다. 현재 국내에서 텀블러 세척기 사업을 진행하는 기업은 3개 남짓으로 모두 중소기업이다. 아직까지는 대기업이 뛰어들지 않은 시장이지만 대기업이 들어오면 자금이나 홍보 차원에서 경쟁하기가 쉽지 않다.

이 대표는 "서울이 아닌 횡성·연천 등 군 단위 지자체에서도 연락이 많이 온다"며 "이런 제품이 있었냐는 문의가 생각보다 많아서 제품을 더 널리 알려야겠다고 결심했다"고 전했다. 보다 적극적인 홍보를 통해 제품의 실용성과 효과를 전파하겠다는 포부다.

"최근에는 해밀·여명학교나 대안학교에 쏙싹을 설치하는 등 사회공헌활동도 진행하고 있어요. 서울시와 공동으로 텀블러 데이 캠페인을 열기도 했고요. 쏙싹이 널리 쓰이려면 그만큼 사람들이 텀블러를 많이 써야 하고, 그러려면 적극적인 홍보가 필요합니다."

이 대표는 "가끔은 저희가 홍보나 영업에 나서기도 전에 지자체에서 먼저 홍보해주시는 경우도 있어 감사하다"며 "텀블러 사용을 권장하는 것도 애초에 환경을 위하자는 취지인 만큼 아예 하나의 문화로 자리잡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경아 대표에게서는 본인의 일을 애정하는 사람 특유의 활기가 느껴졌다. 적극적으로 자신의 경험과 사업 시작에 대한 내용을 설명하는 모습은 왜 그가 사업 파트너로부터 신뢰를 얻었는지 알 수 있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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