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SDV 미래차 전략에 현대오토에버 성장세
애플·구글·아마존 등 SW기업이 1차공급사로

현대자동차그룹은 현대오토에버의 '모빌진(Mobilgene)'으로 SDV 시대를 위한 소프트웨어 플랫폼을 준비했다. 사진/현대자동차그룹
현대자동차그룹은 현대오토에버의 '모빌진(Mobilgene)'으로 SDV 시대를 위한 소프트웨어 플랫폼을 준비했다. 사진/현대자동차그룹

자동차 시장의 판도가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 중심의 SDV(Software Defined Vehicle)로 가속화되면서 부품업체들의 공급망 성격까지 급변하고 있다. IT 강자들이 완성차 업체들의 주요 공급사로 등장하고 있으며, 전통 자동차 부품사들은 지금과 같은 수익을 내지 못하는 건 물론 자칫 시장에서 사라질 위기에 처해있다.

◆현대오토에버 성장으로 나타난 SDV의 시대

완성차 업체들이 SDV로 전환함에 따라 모빌리티 SW 개발 기업의 역할이 커지고 있음은 단적으로 현대자동차그룹의 현대오토에버에서 확인할 수 있다. 현대차그룹은 2021년 4월 현대차그룹 IT 계열사인 현대오토에버, 현대엠엔소프트, 현대오트론 등을 합병했고 2026년까지 총 1조 5000억원을 투자해 매출액 3조 6000억원 목표를 세웠고, 2021년 2조원의 매출액에서 지난해 3조650억원으로 고성장하며 조기 달성했다.

현대오토에버는 2022년 기준 현대차‧기아‧모비스향 매출액이 1조 1160억원으로 완성차 업체와의 협업이 주요 사업임을 보여주고 있다. 하이투자증권에 따르면 현대오토에버의 AUTOSAR 기반의 차량 SW 플랫폼 '모빌진(mobilgene)'이 현재 1~2만원 대의 단가를 보여주고 있지만, 자율주행 기능이 포함된 모빌진이 도입되기 시작하면 8~10만원으로 오른다. 이에 따라 현대오토에버의 현대차그룹 기반 차량 SW 매출은 연간 8000억원에서 2025년 1조 1000억원, 2027년 1조7000억원까지 오른다.

현대오토에버의 가치는 현대차그룹에서 나오는 매출액보다는, SW 플랫폼을 볼보 등 해외 다른 완성차 업체에 의존하고 있던 상황을 전환시켰다는 점에서 더 크다. 그리고 SW 플랫폼을 내재화하려는 건 다른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도 마찬가지다.

폭스바겐그룹은 SW 개발 조직을 별도로 분리해 '카리아드(CARIAD)'라는 회사를 출범시켰다. 폭스바겐그룹은 카리아드를 그룹 브랜드와 긴밀히 협력하는 내부 소프트웨어 공급업체로 자리 잡으면서 SDV 허브에서 개발될 차세대 E³ 플랫폼의 실행을 가속화한다.

토요타는 2018년 소프트웨어 전문 자회사인 'TRI-AD'를 설립했으며 이를 확장해 2021년 1월 '우븐 플래닛홀딩스(Woven Planet Holdings)'를 만들었다. 이 회사는 자율주행 SW와 함께 '아린(Arene)'으로 불리는 차량용 OS도 함께 개발 중이다.

포드는 폭스바겐과 공동 출자한 자율주행 사업부 아르고 AI에서 철수하고, 폭스바겐으로부터 공급받기로 했던 MEB플랫폼 대신 자체 플랫폼을 베이스로 한 전기차를 출시한다고 밝혔다.

현대자동차그룹은 2025년 모든 차종은 SDV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사진/현대자동차그룹
현대자동차그룹은 2025년 모든 차종은 SDV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사진/현대자동차그룹

◆2025년 SDV 전환 기점…SW 능력이 수익까지 담보

완성차 업체들은 모두 2025년을 SDV 전환에 있어 중요한 기점으로 삼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약 18조원을 투자해 2025년까지 모든 차종을 SDV 전환할 계획임을 밝힌바 있다.

폭스바겐은 2025년까지 모든 브랜드와 세그먼트의 모델에 적용할 수 있는 차세대 전기차 전용 플랫폼 SSP(Scalable Systems Platform)를 개발하고, 이는 SDV를 위한 폭스바겐의 차량용 운영체제인 VW.OS를 기반으로 한다. 이를 통해 자체 자동차 SW개발 비율을 현재 10%에서 60%까지 향상시킨다.

토요타는 2025년 아린을 차량에 탑재해 실용화하면서 일본과 해외의 다른 메이커들을 대상으로 사업화할 계획이다. 메르세데스-벤츠는 ‘MB.OS’를 2024년에 신규로 출시하는 차량을 통해 선보일 예정이다.

SDV로의 전환은 전통 부품업체들에게 통합화와 내재화라는 두 가지 키워드로 다가온다. 일례로 지금까지의 차량들은 기능에 따라 각기 다른 전자제어장치(Electronic Control Unit, 이하 ECU)를 사용해 왔지만, 테슬라를 시작으로 중앙에서 통압 ECU를 통해 각 부품을 통제하는 방식이 채택되고 있다. 이는 완성차 업체에게는 부품의 간소화와 최적화, 통합 ECU의 공용화와 하드웨어의 범용화, 소프트웨어 내재화에 따른 차량 개발비와 생산비 절감을 의미한다.

특히 SW를 통제할 OS는 완성차 업체들에게 수익성과 이어진다. 벤츠는 자율주행 개발에서 협력하는 nVIDIA에 수익의 50%를 지급하는 것으로 추정되며, 테슬라는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매출액을 100% 가져가고 있어 SW 개발 기술을 내재화하는 흐름은 시간이 지날수록 강화될 것으로 여겨진다. 현재 완성차 업체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차량용 인포테인먼트(IVI) OS는 구글의 안드로이드 오토와 애플의 애플카로, 완성차 업체들의 자체 OS 개발 노력은 시간이 지날수록 범위가 넓어질 것으로 여겨진다.

조성현 HL만도 부회장(사진 왼쪽)과 AWS 야세르 알사이드 IoT 부문 부사장(사진 오른쪽). 사진/HL그룹
조성현 HL만도 부회장(사진 왼쪽)과 AWS 야세르 알사이드 IoT 부문 부사장(사진 오른쪽). 사진/HL그룹

◆아마존과 손잡은 HL만도, SW→HW로 나가는 오토노머스에이투지

반면 전통 부품업체에게는 각 부품들을 ECU와 결합해 납품함으로써 발생하던 부가가치가 사라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반대로 완성차 업체들에게 IT 기술을 가진 기업들이 주요 협력사로 떠오른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하이투자증권은 "모빌아이(Mobileye), nVIDIA와 같이 과거에는 1차 공급사(Tier1)을 통해 납품하던 소프트웨어 업체들이 직접 OEM에 납품하는 Tier1로 부상했다"며 "하드웨어 중심의 Tier1들은 SW Tier1에 대한 통제력을 위협받고 수익성 악화에 대한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부족한 SW 기술을 채우기 위해 전통 부품업체와 IT 기업들의 협력도 나타난다. HL만도가 아마존 웹 서비스(AWS)와 모빌리티 소프트웨어 관련 협약(Collaboration Letter)을 체결한 점은 주목할만 하다. HL만도는 지난달 미국에서 열린 CES 2024에서 모빌리티 SW 솔루션 '마이코사'를 공개했고, AWS의 기술로 운전 중 고장 예방(PHM), 도로 상태 탐지(RSP)등 솔루션을 개발 중이다.

차량용 SW 개발은 궁극적으로는 자율주행으로 귀결되고, 여기에서도 달라진 공급망과 SW기업의 중요성은 나타난다. 내비건트 리서치가 전략(strategy)과 실행(execution) 부문 10개 항목 평가를 통해 매긴 자율주행 자동차 경쟁력 비교 순위에서 2017년 10위권 내 1개 기업 뿐이었던 SW기업이 2018년 2개, 2019년 3개 등 점차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는 리더급 4개 업체에 구글의 웨이모, 인텔의 모빌아이, 중국 검색 서비스 기업 바이두 등 4곳 중 3곳이 SW기업이었다. 리더그룹에 포함된 전통 자동차 기업 소속은 GM의 크루즈 뿐이다.

국내는 자율주행 경쟁력에 있어 13위에 오른 오토노머스에이투지가 눈에 띈다. 오토노머스에이투지는 지난해 10월 KG모빌리티와 '자율주행 시스템 및 차량 공동 개발 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며 레벨2·레벨3·레벨4 자율주행 양산차 개발에 나서기로 했지만, 이와 별개로 올해 하반기 완전 자율주행 차량의 프로토타입 모델을 만들 계획을 세우는 등 SW기업이 HW로까지 진화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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