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익 2년 연속 신한카드 앞질러…기업 밸류업 업고 자사주 소각도 기대

고금리 장기화에 따른 경기 둔화, 소비 침체 등에 카드사들의 수익성이 악화하고 있는 가운데 삼성카드는 상대적으로 낮은 자금조달 비용, 내실 경영 강화를 바탕으로 실적 선방에 성공했다. 사진은 삼성카드 김대환 대표이사 사장. 사진/삼성카드
김대환 대표이사 사장. 사진/삼성카드

삼성카드가 '리딩 카드사'의 자리를 넘보고 있다. 고금리 장기화에 따른 경기 둔화, 소비 침체 등에 카드사들의 수익성이 악화하고 있는 가운데 삼성카드는 상대적으로 낮은 자금조달 비용, 내실 경영 강화를 바탕으로 실적 선방에 성공했다. 금융지주 계열 카드사들이 높아진 조달금리의 늪에 빠져 허우적거릴 때 삼성카드는 어느덧 카드업계 부동의 1위이자 '만년 1위' 신한카드의 턱밑까지 다다르게 됐다.

또한 카드사 중 유일한 상장사인 삼성카드는 요즘 국내 증시에서 가장 뜨거운 화두로 자리 잡은 '저(低) PBR(주가순자산비율)주' 흐름에 올라타 한 달 사이 주가가 15% 오르는 등 금융시장에서도 강세를 나타내고 있으며 40%가 넘는 배당성향을 자랑하며 주주환원 정책에도 힘을 기울이고 있다.

20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삼성카드의 지난해 영업이익(연결 기준)은 전년 대비 4.6% 감소한 8100억원으로 집계됐다. 삼성카드는 영업이익으로 2년 연속 신한카드를 앞질렀다. 지난 2022년 삼성카드는 8489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두며 신한카드(7650억원) 큰 차이로 누르고 영업이익 1위 카드사에 이름을 올렸다. 이듬해인 2023년에도 삼성카드는 근소한 차이로 신한카드(8032억원)의 영업이익을 제쳤다.

당기순이익 측면에서도 삼성카드는 신한카드를 맹추격 중이다. 신한카드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전년 대비 3.2% 감소한 6206억원을 기록했다. 삼성카드도 순이익이 전년보다 2.1% 줄었으나 순이익 자체는 6094억원을 거두며 신한카드와의 순이익 차이를 112억원까지 좁혔다.

금융지주 계열사 카드사들이 최대 45%까지 순이익이 급감하는 상황에서 삼성카드가 실적 선방에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경쟁사들보다 상대적으로 낮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상반기 삼성카드의 총자금 조달 이자율은 2.64%로 전년 같은 기간(2.21%) 대비 0.43%포인트 증가에 그치며 카드사 중 가장 적은 증가 폭을 기록했다. 현대카드(1.05%포인트) 등 3개사가 1% 이상 늘었고 나머지 카드사들도 0.6~0.7%대 증가 폭을 나타냈다.

카드사의 경우 자체적인 수신 기능이 없어 운영에 필요한 자금을 모두 여신전문금융회사채(여전채) 형태로 채권시장에서 조달하는데 채권 금리가 높아질수록 자금조달 비용도 덩달아 뛰기 때문에 카드사의 수익성에 악영향을 미친다. 결국 고금리 장기화 국면에서 얼마만큼 경쟁사들보다 낮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지가 카드사들의 핵심 경쟁력이라고 할 수 있다.

리스크 관리에도 만전을 기했다. 무이자할부 혜택을 대폭 축소하고 자동차 캐시백 비율을 0%대까지 낮추면서 몸집 줄이기에 나섰다. 부실 가능성이 높은 고객의 한도를 선제적으로 축소해 미사용한도 충당부채를 감소시켰고 그 결과 대손비용 500억원이 한입됐다.

SK증권 설용진 연구원은 "신용판매 수익은 취급고 성장 둔화에도 오히려 가맹점수수료 및 할부 수익 증가에 힘입어 전년 대비 8.8% 상승한 6348억원으로 확대됐다"며 "이자비용은 최근 높아진 금리 환경 속에서 상승이 불가피했으나 내실 중심 성장 기조로 차입금 평잔이 줄어들며 전년 대비 0.6% 증가하는 데 그치며 실적을 방어했다"고 설명했다.

호실적에 이어 증시에서 삼성카드의 주가도 연일 상승가도를 달리고 있다. 고질적인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증시 저평가) 해소를 위해 지난달 24일 정부가 '기업 밸류업(가치제고) 프로그램'을 도입한다고 발표한 이래부터 PBR이 1배 미만을 밑도는 종목들의 관심이 몰렸고 그 중 삼성카드도 주목받았다.

삼성카드의 PBR은 0.5배로 PBR이 1배보다 낮은 기업은 기업의 청산가치가 시총보다 높다는 뜻으로 그만큼 해당 종목이 저평가됐음을 의미한다. PBR이란 기업이 보유한 순자산 대비 주가의 수준을 나타내는 지표다. 이론적으로 이 순자산과 시가총액이 일치하면 PBR은 1배가 된다.

종가 기준 지난달 24일 3만2250원이었던 주가는 전날 3만6700원까지 오르며 약 한 달 사이 15% 뛰어올랐다. 선방한 실적과 기업 밸류업 시류를 등에 업고 삼성카드는 주주환원 정책도 강화했다.

삼성카드의 2023년 주당배당금은 2500원으로 배당금 총액은 2667억원이다. 배당성향은 전년 대비 0.9%포인트 증가한 43.7%로 매우 높은 편이다. 또한 삼성카드는 과거 주가 부양을 위해 매입한 자사주 약 910만주(발행주식수대비 약 7.9%)를 수년째 보유 중이다.

하나증권 최정욱 연구원은 "그동안 투자자들은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소각 결정을 기대해 왔으나 특별한 소식은 없었다"면서도 "최근 저평가 해소를 위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도입 등 정부 차원의 강력한 의지를 감안할 때 삼성카드도 소각을 긍정적으로 검토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현재 삼성카드 대주주는 71.9%를 보유한 삼성생명으로 자사주까지 제외하면 유통주식 수는 20.2%에 불과하다"며 "삼성카드는 유통주식 수 추가 축소에 대한 우려로 자사주 매입 또한 자제해 왔는데 기보유 자사주는 유통주식 수에서 제외돼 있는 데다 소각 시에는 오히려 유통주식 수 비율이 확대되는 장점이 있고 상품자산 대비 레버리지비율이 약 3.0배에 불과해 타 카드사 대비 과잉자본 상태에 있다는 점에서 소각 결정하지 못할 이유는 없다"고 덧붙였다.

삼성카드 관계자는 "삼성카드는 주주이익 환원을 위해 이익 감소에도 불구하고 주당배당금을 지난해와 동일하게 지급하기로 결정했다"며 "이외에도 주주이익 환원을 위한 방안을 다방면으로 검토할 계획이다"라고 했다.

한편 지난해 12월 삼성생명, 삼성화재, 삼성증권 대표 등이 일제히 교체된 가운데 삼성카드 김대환 대표는 유임됐다. 지난해 3월 주주총회에서 연임을 결정 지은 김 대표의 임기는 2026년 3월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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